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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정 Jan 04. 2018

넌 존나 특별해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 빠지다.

영화가 뮤지컬이 되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이하 '빌리')를 관람했다. 말 그대로 명불허전이었다. 빌리는 2001년 영국 로열 발레단의 남성 무용수 필립 모슬리의 실화를 참조하여 제작된 동명의 영화를 엘튼 존이 작곡을 맡아 2005년 3월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영화는 배우 제이미 벨과 매튜 본으로 유명하다.


빌리는 영화가 뮤지컬로 성공을 거둔 몇 안 되는 사례다. 주로 뮤지컬이 영화화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빌리는 반대로 제작되어 성공했다. 이런 유사 케이스로 성공한 뮤지컬은 '라이온 킹' 정도에 불과하고, 한국에서는 뮤지컬 '서편제'와 '미녀는 괴로워' 등이 있다. 반대의 경우는 뭐.. 무수하게 많다.  


빌리를 찾는 오디션은 매우 치열하다.
광부가 국가와 싸우다.

빌리의 시대적 배경은 1980년대 영국이다. 당시 총리였던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가 석탄 산업 합리화 정책을 강행하는 것에 대항해 광부들의 노조는 장기파업을 시작한다. 빌리의 아버지인 재키와 형 토니도 파업에 가담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작품은 우리의 80년대를 떠올리게 한다.


최근 영화 '1987'이 화제다. 페북 타임라인은 온통 '먹먹했다', '울컥했다', '선배들을 다르게 봤다'로 도배된다. 그만큼 그 시대의 국가권력은 국민들을 탄압했다. 영국도 다르지 않았나 보다. 국민의 살 권리보다 국가의 통치가 더 우선되던 시대. 빌리는 우리에게 지난겨울의 촛불을 상기시켜 준다.


불과 30년 전이다. 세계는 국가와 싸웠다.
아빠와 스승이 키우다.

빌리는 어려서 엄마를 잃었다. 혼자 남은 아버지는 어린 빌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가족의 명예를 위해 방과 후 권투를 시킨다. 빌리는 엄마를 그리워하다가 권투를 가르치던 체육관에서 우연히 발레 수업에 참여하게 되고, 스승인 '윌킨슨' 선생을 만난다. 아버지는 발레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윌킨슨은 첫 만남에서 빌리의 재능을 통찰한다. 그리고 몰래 빌리를 훈련시켜 왕립 발레단 오디션을 준비한다. 오디션 당일 아버지에게 들킨 빌리는 결국 오디션을 포기하게 된다. 아버지와 스승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빌리를 키우려 한다. 결국 아버지가 꿈을 접는다. 빌리는 운이 좋은 아이다.


세상의 발레리노는 오랜 편견과 싸워야 했다.
발레가 편견과 싸우다.

빌리에는 당시 발레리노에 대한 시대적 편견을 보여주는 대사가 여러 번 등장한다. 남자 무용수는 모두 게이라거나, 몹쓸 호모라거나, 발레리노의 복장을 풍자하는 장면 등. 사실 남성 무용수에 대한 대중들의 편견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편견은 우리 주변의 수많은 빌리를 죽이고 있다.


빌리는 2005년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공연 중이다. 한 편의 작품이 어두웠던 시대를 고발하고, 대중의 오랜 편견을 깨고 있다. 공연장에는 어른만큼이나 아이들이 많았다. 사업적으로도 매우 훌륭한 작품이다. 올 겨울 영화만 보신 당신, 빌리를 꼭 보시라, 아니 2번 보시라. 아이들과도 함께. 끝.


넌 존나 특별해. 나 울 것 같으니까 썩 꺼져. 행운을 빈다, 빌리 엘리엇. by 윌킨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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