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머의 일리아드를 통해 본 ‘리드 헤이스팅스’ 혁신의 여정
넷플릭스 리드 헤이스팅스의 여정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닮았다. 하우스 오브 카드를 연출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현대판 파우스트일지 모르고, 오징어 게임은 현실에 펼쳐진 단테의 지옥이다. OTT는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를 창조했다. 누군가에는 멋진 신세계지만 누군가에게는 실낙원인 이곳. 이 경계의 세계를 대표하는 인물, 작품, 브랜드를 16주에 걸쳐 연재하려고 한다. 매주 2편의 신작과 명작 추천은 별책부록이다. 부디 이 책이 플랫폼의 타율을 올리고, 제작사의 구종을 늘리고, 창작자의 구위를 높이는 작업이 되기를. 그리고 모든 시청자에게 시간의 자유가 함께 하기를. 뉴스레터 구독
프롤로그
아프리카 소왕국의 수학 교사
순수한 문제를 해결하는 혁명가
거인의 성으로 진격하는 전사들
오리지널이라는 갑옷을 입은 영웅
황제라는 이름으로 귀환하는 소년
에필로그
여신이여, 분노를 노래하소서.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의 파괴적인 분노는 아카이아인에게 많은 재앙을 안겨주고 많은 용감한 영혼들이 하데스로 던져졌습니다. 그들은 그리고 개들의 먹이가 되고 새들의 먹이가 되니. 제우스 신의 계획이 이리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날부로 처음으로 싸우면서 갈라지니 아트레우스의 아들, 곧 인간들의 왕과 신과 같은 아킬레우스가. -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도입부 中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 이하 ‘리드’)는 지금은 경영에서 물러난 세계 1위 OTT 기업 넷플릭스의 대표 겸 창업주다. 그는 미국 기업인으로 비디오 스트리밍 산업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그가 세운 제국은 190개의 왕국으로 이루어져 있고, 2억 6천만 명의 시민이 살고 있으며, 매년 45조 원의 세금으로 운영된다. 변방의 소년에서 제국의 황제까지, 리드의 여정은 마치 고대 그리스 영웅의 서사시를 닮았다.
리드는 ‘규칙 없음(No rules rules)’이라는 한 권의 책을 남겼고, 그의 철학은 ‘우리의 경쟁 상대는 인간의 수면 시간이다'라는 한 마디로 압축된다. 리드는 이렇게도 말했다.
우리의 경쟁 상대는 다른 스트리밍 회사나 콘텐츠 제작사만이 아니다. 소비자의 ‘시간’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세상이다. 스마트폰과 TV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경쟁 상대다. 다른 어느 것보다도 넷플릭스를 보고 싶게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그는 시간의 신과 싸운 인간이었다.
리드의 어린 시절은 비교적 평범했다. 그는 1960년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변호사였고, 어머니는 교사였다. 아버지는 엄격하고 규칙적이었지만, 어머니는 자유롭고 창의적이었다. 리드는 어머니에 더 가까웠고, 독립적인 사고방식을 배웠다. 리드는 학교의 규칙을 따르는 것을 싫어했다. 질문을 좋아했고,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했다. 권위에 맞서 싸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성격의 리드는 선생님들과 갈등을 겪기도 했다.
리드는 보든 칼리지에서 수학 학위를 취득한 후, 갑자기 해병대 장교 양성 코스를 밟는다. 그렇게 2년의 시간을 군대에서 보낸 리드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접경의 작은 왕국 스와질란드에서 고등학교 수학을 가르치는 평화봉사단으로 다시 2년간 일한다. 당시 스와질란드는 남아공의 극단적인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교육 시스템 또한 열악했다. 리드는 이곳에서 학생들에게 수학뿐만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래밍도 가르치며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평화의 철학을 배운다.
봉사를 마치고 귀국한 리드는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컴퓨터 과학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한다. 수학을 전공한 교사였던 리드를 컴퓨터 과학으로 이끈 영감은 인공지능에 대한 갈망이었다. 리드는 인공지능으로부터 몹시 지적인 느낌을 받았고, 우연인지 몰라도 1980년대 당시는 지금처럼 인공지능 버블이 열린 첫 번째 시대였다. 그리고 잠시 컴퓨터 연구실에서 커피 심부름 하는 일을 했는데, 우연하게도 이곳은 세계 최초의 닷컴 도메인을 획득한 ‘심볼릭스(Symbolics.com)’라는 컴퓨터 제조 기업이었다. 이 두 번의 연속된 행운으로, 리드는 사업이라는 영역으로 새로운 여정을 떠난다.
리드는 1991년 퓨어 소프트웨어(Pure Software)를 설립한다. 이 회사는 소프트웨어 품질 측정 프로그램을 전문으로 개발하는 기업이었다. 리드는 이 시절 경영자로서의 자질이 개발자로서의 그것에 비해 부족했다고 느끼고, 개발에 전념하기 위해 이사회에 전문 경영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그의 성장 과정을 지켜본 맥코드는 “리드는 그런 과정 속에서 스스로 리더 자질이 있다는 걸 몰랐을 뿐이다. 자신의 소명은 일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임을 깨달았다.”라고 당시를 회고한다. 리드의 재능은 순수함 속에서 싹트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리드의 퓨어 소프트웨어는 기업을 공개하고 1996년에 아트리아 소프트웨어(Atria Software)에 인수된 후, 7억 달러의 가치로 다시 래셔널 소프트웨어(Rational Software)와 합병되었다. 리드의 첫 성공이었고, 매우 큰 성과였다. 하지만 성공의 과정에서 결혼 생활의 위기가 찾아왔고, 리드는 오랜 상담을 받으며 진실을 회피하지 않는 방법을 깨닫는다. 이 깨달음은 훗날 넷플릭스 기업문화의 토대가 된다.
사람들은 진실을 두려워하지만,
진실은 그렇게 나쁜 것이 아니다.
1997년 드디어 넷플릭스라는 배가 출항한다. 지금은 제국이 된 이 함선은 영화 ‘아폴로 13’의 비디오 연체료 40달러 때문에 건조되었다. 당시 미국 비디오 프랜차이즈 시장의 강자는 블록버스터(Blockbuster)였다. 이 회사는 1985년 설립되어 한때 미국 전역에 3천 개 이상의 체인을 보유한 북미 비디오 대여 사업의 독점 왕국이었다. 캐나다와 일본 등에도 진출, 전 세계에 9천여 곳 이상의 매장을 보유했었고, 1994년 미디어 그룹 바이어컴에 84억 달러에 매각되었다. 리드도 블록버스터를 애용하던 고객이었지만, 이 왕국이 몹시 불편했다.
리드의 사업 아이템은 간단했다. 트로이의 목마가 되어 왕국의 연체료를 없애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리드는 온라인 비디오 대여점을 떠올렸다. DVD를 대여하지만, 매장을 없애고 우편으로 배달하는 방식이었다. 대여한 DVD를 반납할 때는 선납한 봉투에 담아 우체통에 넣기만 하면 끝이었다. 이런 간단한 해결책으로 넷플릭스 대여 서비스는 연체료를 없앨 수 있었고, 2년 후 월정액으로 DVD를 무제한 대여 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출시한다. 이때부터 미국 전역을 누비는 넷플릭스의 빨간 봉투는 마치 미디어 혁명의 소식을 전하는 상징처럼 떠오른다.
넷플릭스는 2002년 기업을 공개하고 8,250만 달러의 큰 자금을 확보한다. 이 돈은 전쟁을 위한 군자금이었다. 리드는 이 배의 한계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함선의 가장 큰 딜레마는 시간이었다. 고객과 작품의 숫자가 늘수록 재고와 배송에 투자하는 시간은 더욱 빠르게 늘어났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리드가 무너뜨린 블록버스터 왕국처럼 사라지는 것은 자명해 보였다. 그럼에도 넷플릭스의 장점인 빠르고 광대한 배송은 포기할 수 없었다. 사실 해결책은 간단했다. 온라인으로 DVD를 스트리밍 하는 순간, 모든 문제는 순식간에 해결될 수 있었다.
간단해 보이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다. 백 년 넘게 미국을 호령하던 미디어 그룹과의 일전을 각오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당시 할리우드는 7대 메이저라고 불리는 월트디즈니, 워너브라더스, 유니버설, 콜롬비아, 파라마운트, 20세기 폭스, MGM이 지배하는 땅이었다. 일곱의 거인이 쌓은 성은 누구도 넘보기 힘들 정도로 거대했다. 리드 혼자 넘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온라인 스트리밍은 포기할 수 없는 구원의 땅이었다. 두려움 없는 전사가 필요했다. 테드 서랜도스(Ted Sarandos, 이하 ‘테드’)는 스트리밍 콘텐츠 라이선스 확보전을 위한 최적의 사령관이었다.
테드는 1964년생으로 1988년 미국 대형 비디오 배급사인 '이스트 텍사스 디스트리뷰터스'의 서부지역 책임자였고, 2000년 3월까지 500개의 체인을 보유한 '비디오 시티'의 구매 담당 부사장으로 일한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거물이었다. 테드는 2000년부터 넷플릭스의 최고콘텐츠책임자(CCO)로 일했고, 현재는 제국의 공동대표다. 테드는 케이블 TV의 역사에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었고, 리드에게 미디어의 과거와 미래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리드는 테드의 도움으로 DVD를 구매하는 것처럼 막대한 스트리밍 라이선스를 사들이기 시작한다.
리드와 테드는
20년간 함께 일했고,
늘 같은 연봉을 받았으며,
자율적인 권한을 공유했다.
2007년, 드디어 넷플릭스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다. 함선은 더 이상 바다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넷플릭스는 순식간에 대륙에 자신만의 성벽을 쌓기 시작했고, 스트리밍 서비스는 구독자 숫자를 가파르게 늘리며 출시 2년 만에 연간 DVD 대여 건수를 넘어섰다. 하지만 거인들은 이 성을 경쟁상대로 생각하지 않았다. 변방의 작은 도적떼가 일으킨 반란 정도로 여겼고, 인터넷 스트리밍이라는 파도를 무시했다. 그리고 거인들이 가까스로 넷플릭스의 심상치 않은 기세를 느낄 무렵, 리드와 테드는 이미 대대적인 다음 공격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일리아스의 주인공 ‘아킬레우스’는 싸움의 신이다. 그는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전용 갑옷과 방패를 들고 트로이 전쟁을 누볐다. 아킬레스의 무기는 하룻밤에 완성되었지만, 1000일을 단련하여 만든 갑옷보다 튼튼하고 여신들의 가호를 받은 갑옷보다 아름다웠다고 전한다. 리드의 오리지널이 그랬다. 2011년 서랜도스가 1억 달러를 베팅한 ‘하우스 오브 카드’ 시리즈는 거인들과의 피할 수 없는 ‘오리지널 전쟁’을 알린 신호탄이었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넷플릭스의 첫 오리지널 드라마로 여겨지는 작품으로, OTT 역사에 중요한 획을 그은 시리즈다. 이 작품은 2013년 2월 1일부터 방영되었고, 마이클 돕스가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BBC 미니 시리즈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파이트 클럽'의 감독 ‘데이비드 핀처'와 오스카 수상자인 배우 ‘케빈 스페이시’를 주연으로 제작됐다. 작품의 성과는 놀라웠다. 스트리밍 드라마 최초로 에미상 9개 부문에 지명되어 감독상, 촬영상, 캐스팅상을 수상했고, 역시 최초로 골든 글로브 TV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리드의 오리지널 전쟁은
선포된 후 결코 멈춘 적이 없다.
테드는 무적의 갑옷을 입은 영웅처럼 오리지널 대작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둘이 주도한 ‘기묘한 이야기’, ‘더 크라운’, ‘브리저튼’ 등이 연달아 히트를 거듭하고, 오리지널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 로컬 프로덕션으로 뻗어 나간다. 스페인의 ‘종이의 집'이 큰 반향을 일으킨 후, 넷플릭스는 한국의 감독 봉준호와 영화 ‘옥자'를 발표한다. 그리고 4년 후, 리드의 인생을 바꿔줄 오리지널 작품이 우연히도 대한민국에서 탄생한다. 이제는 세계인의 놀이터가 된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 게임'이다. 그렇게 ‘오리지널 전쟁’은 리드의 승리로 막을 내린다.
변방의 작은 나라를 제국으로 만드는 시작은 행운이다. 하지만 그 행운을 신화로 바꾸는 끝은 사람이다. 리드의 인생에는 많은 행운이 따랐다. 인공지능 버블의 시대를 만나 컴퓨터를 전공하고, 최초의 닷컴 회사에서 인터넷이라는 기회를 누구보다 먼저 배웠다. 연체료 40달러 때문에 창업한 회사는 닷컴 버블로 승승장구했고, 작품에 대한 무모한 투자는 회사를 미디어 제국으로 성장시켰다. 행운이 세운 제국에 이제 리드는 없다. 물론 리드는 아직 의장이지만, 후계자를 정했고 그들이 리드의 제국을 이끌고 있다.
리드는 이제 어디로 돌아가고 있을까?
2023년 1월 19일, 리드는 제국의 황제에서 물러났다. 미디어 거인들과 오리지널 전쟁을 시작한 지 10년 만의 일이었다. 그 사이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사건이 일어났고, 코로나19 여파로 미디어 산업은 사상 최악의 침체기를 겪었다. 하지만 리드가 뿌린 씨앗은 인류를 위협하는 전염병을 양분 삼아 무럭무럭 자라났다. 가장 큰 경쟁상대였던 디즈니도 스트리밍 서비스를 개시하며 리드의 신흥제국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커머스 공룡 아마존과는 이미 10년 넘게 경쟁 중이었다. 하지만 리드는 경쟁의 결과를 잘 알고 있었다. 2001년 9.11과 닷컴 버블의 붕괴를 이미 온몸으로 겪은 그였기 때문이다.
리드는 실패를 거울삼아 거인들은 흉내 낼 수 없는 문화를 견고하게 쌓아 올렸다. 그의 곁에는 패티 맥코드(Patty McCord, 이하 ‘패티’)라는 최고의 책사가 함께였다. 패티는 넷플릭스 최고인재책임자(Chief Talent Officer, CTO)로 리드와 14년간 일했다. 둘은 함께 독특하고, 높은 성과를 내는 넷플릭스의 기업문화를 설계하고 창조했다. 지금은 실리콘밸리 기업의 지침서가 된 〈넷플릭스의 자유와 책임의 문화 가이드: 넷플릭스 컬처 데크(Netflix Culture Deck)〉는 제국을 운영하는 법전이었고, 변방의 소년을 황제로 은퇴시켜 준 경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행운이 찾아온다. 2021년 9월 1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넷플릭스의 주가를 사상 최고치로 경신시킨다. 오징어 게임이 공개된 후, 넷플릭스의 시가총액은 2천596억 달러에서 2천800억 달러(약 334조 8천92억 원)로 204억 3천만 달러(약 24조 4천343억 원)가 증가했다. 단 3주 만에 일어난 게임 같은 행운이었다. 전쟁을 시작하고, 법치를 완성한 리드에게 필요했던 마지막 자본의 퍼즐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이제 그는 소년의 마음으로 돌아가야 할 때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새롭게 매진할 분야가 있다. 앞으로 자선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겠다. 특히 넷플릭스 주식이 잘 나갈 수 있도록 계속 집중하겠다.
리드는 첫 황제의 퇴진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본인과 제국의 다음 계획에 대해 분명히 말했다. 아프리카 소왕국의 수학 교사로 시작한 사회생활, 그 초심의 자리에 이제 소년이 아닌 황제가 앉아 있다. 황제의 재산은 현재 38억 달러(5조 원), 제국 지분의 1.76%를 보유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생각에 잠겨 프라이모스는 아킬레우스의 발 앞에 쓰러져 남자를 죽이는 헥토르를 위해 흐느껴 울었고, 아킬레우스는 자신의 아버지를 위해 때로는 파트로클로스를 위해 울었다. 그리하여 그들의 울음소리가 온 집안에 가득 찼다. (중략) 자, 그대는 이 점에 대해 내게 솔직히 말해 주시오. 고귀한 헥토르의 장례를 치르려면 며칠이 걸리겠소? 그동안은 나 자신도 쉴 것이며, 백성들도 붙들어 두겠소. (중략) 이렇게 그들은 말을 길들이는 헥토르의 장례를 치렀다. -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결말 中
일리아스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그리스 작품이다. 일리아스의 결말은 ‘아킬레우스’와 ‘헥토르’의 결투다. 인간의 영웅은 죽고, 그의 아비 ‘프리아모스' 왕은 무릎을 꿇고 아들의 시체를 돌려받아 장례를 치른다. 일리아스 원전에는 영화 ‘트로이'에 나오는 ‘트로이의 목마'와 ‘아킬레스 건'이 등장하지 않는다. 지금의 영화처럼 스펙터클하지는 않지만, 이 서사시는 신과 인간을 바라보는 위대한 관점이 녹아 있다. 호메로스는 인간이 신보다 위대한 이유를 죽음에서 찾았다. 어떻게 태어나 무엇을 살아도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리드는 아직 죽지 않았다. 그는 거대한 제국을 세웠고, 엄청난 성공을 일군 위대한 영웅임에 분명하다. 리드는 자신의 성공에 대해 늘 담담하게 말한다. “저는 늦게 성공한 편입니다. 어린 나이에 두각을 나타낸 사람은 아닙니다. 전 일반적인 남자아이였죠. 저는 운이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첫 번째 회사도 운 좋게 성공했죠. 그리고 운 좋게 넷플릭스의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었죠.” 겸손과 행운의 관계를 아는 사람, 리드는 넷플릭스를 은퇴하면 무엇을 하고 싶을까? 그는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저만의 인터뷰 쇼를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