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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정 Nov 15. 2017

멘토의 자격

비법이 난무하는 멘토링의 세계.

1. 멘토란 누구인가?

Do or do not. There is no try.


영화 '스타워즈: 제다이의 귀환'에 나오는 명장면이다. 요다가 루크에게 말한다. 호수에 빠진 우주선을 들어 올리라고. 포스에 집중하던 루크는 힘에 부쳐 포기한다. 요다는 말한다. 루크, 시도란 없어. 하거나 안 하거나 둘 뿐이야. 말이 끝나자 900살 넘은 제다이 마스터는 거대한 엑스윙을 호수 밖으로 들어 올린다. 이렇게 요다는 루크의 포스를 일깨웠고, 루크는 진정한 제다이 기사가 되어 우주를 구한다.


멘토(mentor)란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가 전쟁에 나가면서 자신의 어린 아들을 친구인 '멘토'에게 맡겨, 자상한 선생님이자 훌륭한 조언자로서 왕의 아들을 제왕으로 훈련시킨 것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후 훌륭하게 사람을 훈련시킨 사람을 가리켜 흔히 '멘토'라 부르고, 훈련받은 사람을 '멘티'라 부르게 되었다. 현대 경영학에서 멘토링은 경험이 많은 선배가 후배들을 지도하고 조언하는 활동을 뜻한다.


2. 나쁜 멘토링이 있다?

시스 로드를 멘토로 삼은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다스베이더가 된다.

얼마 전, 취업 비법을 알려주겠다며 학생에게 술을 먹인 뒤 성폭행한 서울시 산하기관의 유명 취업 강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가해자는 청년희망아카데미와 전국의 대학교 20여 곳과 방송에서 강사로 활발히 활동 중이고, 그 전에도 모 대학교에서 여성 인턴사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집행유예 2년을 선고를 받은 전력이 있다고 한다. 나쁜 멘토링의 전형적인 사례다. 저런 사악한 인간들이 취업의 비법을 알고 있을 리 만무하다.


멘토의 기본적인 자격은 풍부한 경험이다. 창업을 안 해본 사람이 창업 멘토링을 하고, 경영을 안 해본 사람이 투자 멘토를 자처하고, 자기 브랜드를 성공시켜 보지 못한 사람들이 중소기업 제품에 훈수를 둔다. 진짜 멘토의 자격을 갖춘 사람들은 애써 멘티를 찾아다니지 않는다. 멘토가 그들의 본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좋은 멘토를 찾는 길은 하나다. 유비가 삼고초려로 공명을 모신 것처럼, 발로 뛰며 정성을 다해 경험을 구하는 일이다.


3. 당연직 멘토가 있다.

나도 가끔 후배들의 멘토링 요청을 받는다. 술 한잔 얻어먹으며 고민을 들어주는 수준인데, 꼭 해주는 말이 있다. 오늘 나와 상담한 것처럼 다른 분들과도 상의하라는 것이다. 특히 부모님과 배우자와는 반드시 상의하라고 조언한다. 가족은 당연직 멘토이기 때문이다. 가족의 조언을 무조건 따를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나 외에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의 진심 어린 조언이라면 시간을 투자할 가치는 충분하다.



멘토링은 티칭(teaching)이나 컨설팅(consulting)보다 결정 관여도가 낮다. 상담(counseling)보다는 관여도가 높지만 퍼실리테이팅(facilitating)보다는 체계적이지 않다. 멘토링은 코칭(coaching)과 자가훈련(self training)을 결합한 수준이 가장 적절하다. 결국 멘토링의 목표는 해답을 던져주는 일이 아니라, 멘티 스스로 해법을 찾아 꾸준히 훈련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4. 내 인생의 멘토들.

심바의 첫 멘토는 아버지 무파사였다.

나의 첫 멘토는 아버지였다. 군에 입대하고 전공을 바꿀 결심을 한 후 경영학과로 편입하겠다고 아버님께 편지를 드렸다. 다음 날, 아버님이 갑작스레 면회를 오셨다. 가시는 순간까지 아무 말씀도 없으시던 아버님은 부대 앞에 나를 내려주시면서 이렇게 이야기하셨다. 지금은 군 생활에 충실할 때 아니겠니? 제대하고 다시 고민해도 늦지 않는다. 내가 아는 몇 분을 소개해줄 테니 그분들과도 상의하면 좋겠다. 아버님의 조언으로 난 대학을 바꾸지 않고도 부전공으로 경영학에 입문할 수 있었다.

아빠 우린 소꿉친구지?
그럼 소꿉친구지!


인생의 두 번째 멘토는 창업 첫 해에 만난 동종업계의 고참 선배였다. 사실 조언보다는 영업의 목적으로 어렵게 술자리를 만들었는데, 첫 만남에서 나의 불순함은 바로 들켰고, 내 의도는 처절하게 부서졌다. 시간이 흐른 후, 내가 세운 첫 법인의 투자자로 참여한 선배는 이렇게 조언했다. 난 네 회사에 투자한 것이 아니다, 너의 용기에 기부한 거다. 나중에 너도 후배에게 똑같은 요청을 받으면 나처럼 해라. 그걸로 내 빚은 갚은 거다.


최근 나는 새로운 멘토들을 만나고 있다. 나보다 젊은 멘토, 후배들이다. 나이 마흔이 넘으면 신체적인 변화가 찾아온다. 몸의 회복력이 젊은 시절만 못해지고, 그러다 보면 새로움보다 익숙함이 좋아지고, 행동이 줄고 생각은 굳는다. 그래서 찾은 해법이 후배들의 조언을 구하는 일이었다. 후배들의 멘토링은 생각보다 뛰어났다. 사람은 누구나 위대한 조언자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 멘토링의 본질은 애정이었다.

Tempus fugit, amor manet.
시간은 지나도 사랑은 남는다.


5. 멘토링의 실수.

신의 한 수를 얻으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신의 한 수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 신의 영역이다. 처음 멘토링을 받는 사람들은 신의 한 수, 즉 비법을 잔뜩 기대하고 찾아온다. 적어도 내 경험상 멘토링에 비법은 없다. 인간은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설득당하지 않는다. 앞에서는 지위, 권위, 관계 등으로 설득당하는 척하지만 뒤돌아서는 순간 모든 판단은 나의 선택이라고 규정한다. 당신은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설득당해본 일이 몇 번이나 있는가?


비법을 알려주겠다는 멘토들을 경계해야 한다. 그들의 경험은 그들의 경우에 한해 비법일 뿐이다. 위인전을 읽었다고 모두 위인이 되는 것이 아니고, 훌륭한 사람을 안다고 내가 훌륭한 사람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생존편향(survivorship bias)이라는 개념이 있다. 시스템적으로 성공의 개연성을 과대평가하는 것을 말하는데, 현실에서 성공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극소수의 성공사례만 수면 위로 떠오르기 때문에 대중들은 생존한 정보만을 가지고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성공한 자들의 성공 후에 과장된 성공담은
이미 불을만큼 불었어 (팅팅)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지상 병기로 인해 영국 전투기들의 피해가 매우 커지자 영국군은 무사 귀환한 비행기들의 총탄 흔적을 분석해 방어기제를 강화했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돌아온 전투기가 아니라 추락한 전투기를 분석해서 어느 부분이 약한지를 보강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생존해서 돌아온 전투기의 멀쩡한 부위를 쓸데없이 더 강화했으니 말이다. 분석의 대상부터가 틀렸다.


성공의 비법은 모두 허구(fiction)다.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사례만을 기준으로 비법을 꾸며내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기준의 뒷면에는 실패의 사례가 훨씬 많을 것이고, 성공 기준을 다른 분야에 접목해서 실패한 사례는 더욱 많을 것이다. 이런 실패는 멘토링에서 숨겨진다. 비법을 말하는 멘토링에는 운이라는 달콤함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대부분의 성공은 운이 따라줘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운이 좋아서 성공했다고 말하는 멘토를 찾아라. 비법은 주지 못해도 위안은 주는 사람일 테니까. 끝.


대학을 중퇴한다고 모두 스티브 잡스가 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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