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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정 Jun 09. 2022

나의 생각일지

두려움, 용기 그리고 자유에 관한 이야기

해방. 해갈. 희열. 그런 걸 느껴본 적이 있던가? ‘아, 좋다. 이게 인생이지’라고 진심으로 말했던 적이 있던가? 긴 인생을 살면서 그런 감정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다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이렇게 지지부진하게 살다가는 게 인생일 리는 없지 않은가? 어떻게 해야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혹시 아무것도 계획하지 말고 그냥 흘러가 보면 어떨까? 혹시 아무나 사랑해보면 어떨까? 관계에서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기에 이렇게 무기력한 것 아닐까? <나의 해방일지, 박해영 작가의 기획의도 中>


두려움이라는 동굴

누구나 해방을 꿈꾼다. 그러나 쉽지 않다. 진정한 해방으로 가는 길은 끝없는 동굴 속을 헤매는 모험과도 같다. 그래서 우리는 두렵다.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선 두려움을 알아야 한다. 두려움의 끝까지 내려가서 두려움의 본질을 온몸으로 느껴야 한다. 두려움의 끝은 죽음이다. 죽음보다 큰 두려움이 세상에 있을까? 누구나 죽지만 누구도 죽음 앞에서 당당할 수 없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동굴에서 홀로 쓸쓸하게 죽어가는 나를 상상하면.. 세포 하나까지 떨린다.


나의 해방일지, 구자경

구 씨는 행복이 두렵다. 우연히 찾아온 행복은 우연히 떠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아침부터 술을 마신다. 술에 취하면 머릿속에 사람이 찾아오지 않는다. 구 씨가 괴롭혔던 사람들이 구 씨를 괴롭히지 않는다. 연인의 죽음을 피해서, 원수의 살의를 피해서, 우연히 산포에 도착했다. 그렇게 잠자리와 일자리를 구했다. 그리고 작은 빚 때문에 두려움에 떠는 여자를 만났다. 사랑은 믿지 않지만, 추앙이라는 이름으로 이상한 사랑을 시작한다. 마시고, 만나고, 떠나고 다시 만나며.


나의 해방일지, 염미정

미정은 스스로 왕따가 된다. 소외되는 건 두렵지 않다. 싸움은 귀찮고, 사람은 힘들고, 사랑은 괴롭다. 그녀가 두려운 건 헤어진 연인이 떠넘긴 대출 잔고다. 이자도 버거운데 원금은 또 어찌 갚을까. 어떻게든 숨겨야 하는데 은행의 독촉장은 집으로 향한다. 가족에게 앙금을 들키는 게 가장 두렵다. 죽음 따위는 모르겠다. 일단 독촉장을 숨겨야 한다. 그래, 저 사람.. 소주 두 병. 구 씨라고 했다. 그가 해방의 열쇠가 되어 줄 수 있겠다. 사랑은 지친다. 나를 추앙해요, 구 씨.


용기라는 빛줄기

용기는 몸으로 말한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바람이 불면 바람과 맞서야 한다. 어디인지 모를 빛줄기 하나를 따라 어두운 동굴 끝까지 걸어야 한다. 멈추면 끝이다. 늪에 빠지면 바닥까지 내려가 걸어야 하고, 절벽을 만나면 맹수를 피해 바닥으로 뛰어야 한다. 용기는 용감한 행동이다. 생각보다 빠르게 행동하는 것이 용기다. 익숙한 것들과 이별할 수 있어야 한다. 출근하고, 퇴근을 하고, 친구를 만나고, 주말을 기다리고, 짧은 휴가를 아쉬워하는.. 다람쥐 쳇바퀴 인생.


나의 해방일지, 염기정

기정은 들이댄다. 모르는 사람의 눈치를 보지만 아는 사람 눈치는 보지 않는다. 사랑은 찾아오지 않는다. 내가 쟁취해야 한다. 나만 받지 못한 복권은 조언을 받을 수 있는 기회다. 움직여야 한다, 움직여야 동굴을 탈출할 수 있으니까. 나이는 중요하다, 늙는 것이 싫다. 지금 해야 한다, 지금 사랑을 해야 한다. 아무나 면 어떤가? 사랑이면 됐지, 뜨거운 사랑 한 번이면 충분하지. 시작하는 건 어렵지 않다. 끝내는 것이 중요하다. 저 사람, 돌싱이면 어때, 딸이 있으면 또 어때.


나의 해방일지, 염창희

창희는 철이 없다. 더럽게 이성적인데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다. 고모에게는 큰돈 퍼주는 아버지가 차 한 대를 사주지 않는다. 큰돈 벌 기회를 힘들게 얻었지만,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둔다. 죽음은 익숙하다. 조부모님에 엄마까지.. 모든 임종은 내 몫이다. 엄마가 떠나고 아빠가 남았다. 이제 네 가족이다. 행복해야 한다, 그래서 차가 필요하다. 세단을 타고 바다로 간다. 거의 이십 년 만이다. 빚도 다 갚았다. 이제 내가 주인이다. 죽음 전문가로 살고 싶다.


자유라는 날개

자유롭게 살면 좋겠다. 날고 싶을 때 날고, 쉬고 싶을 때 쉬고, 죽고 싶을 때 죽고. 기승전돈으로 귀결되는 세상을 마음껏 비웃으며 살고 싶다. 나를 억압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 마주 보고 앉는 것이 불편하면 앞을 보고 앉자. 원칙은 간단하다. 하나, 행복한 척하지 않는다. 하나, 불행한 척하지 않는다. 하나, 정직하게 본다. 부칙은 한 가지뿐이다. 조언하지 않는다, 충고하지 않는다. 드디어 자유가 찾아왔다. 생각보다 크지는 않았다. 습관이 생겼다, 환대하는. 끝.


나의 해방일지, 해방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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