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콜드스테이지 #01
1. 2007년 / 컨퍼런스 홀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스티브 잡스의 뒷모습이 보인다.
스티브 잡스
One more thing..
관중들
Wow~~~
#발표를 이어가는 스티브 잡스의 옆모습
혜성_E
스티브 잡스.
아이폰의 아버지, 혁신의 상징.
그리고 프레젠테이션의 달인.
친부모에게 버림받고,
양부모 밑에서 자란 흙수저 출신.
그리고 대학 중퇴자.
얼핏 보면 나랑 매우 비슷한 배경.
그런데 말입니다..
아버지 없고, 흙수저 출신에 대학 중퇴까진 같은데..
난 미국이 아니라 한국에서..
그것도 여자로 태어났다는 사실.
세상은.. 아니 인생은, 어차피 모순이다.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친다.
2. 2007년 / 집무실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혜성의 앞모습이 보인다.
혜성
(차분한 표정)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김혜성입니다.
스크린에 빙산의 사진이 떠있다.
혜성
믿는 것을 보십니까?
보는 것을 믿으십니까?
국민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믿을까요?
대한민국 70년 정치사에서
국민들의 인식에 남은 컨셉은 단 한 가지뿐입니다.
스크린의 장표가 바뀐다.
스크린
'보통 사람'
혜성
좋은 컨셉이고 훌륭한 생각이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고, 성과는 훌륭하지 못했습니다.
말 몇 마디로 국민의 마음을 바꿀 수는 있겠지만,
그게 과연 훌륭한 정치일까요?
혜성이 리모컨을 누른다.
스크린에 장표가 바뀐다.
스크린
'기울어진 운동장'
혜성
공정이 사라진 시대,
출발선이 신분이 되는 시대,
부모의 계급이 대물림되는 차별의 시대.
이제 어떤 희망을 말해도 국민들은 믿지 않습니다.
아마 정치인이 말하는 모습조차 보기 싫을 겁니다.
행동하면 바뀔까요?
방향도 없이?
하던 대로 하면 바뀔까요?
철학도 없이?
무릎을 꿇으면 바뀔까요
믿음도 없이?
젊어지고, 혁신하고, 개혁하고..
이 중에 기존 정치가 시도하지 않았던 것이
과연 있을까요?
무엇을 할까.. 어떻게 할까.. 아니면 왜 할까..
저는 오늘 이런 새로운 상식이 아니라,
왜 하지 말아야 할까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대통령님.
혜성의 건너편 벽에 봉황 문양이 보인다.
3. 1997년 / 대학가요제 백스테이지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혜성과 밴드.
금발의 혜성이 헤드폰을 쓰고 집중 중이다.
비수(남, 22)가 드럼 스틱을 돌리고 있다.
비수
혜성 누나, 큰 무대라 긴장한 거?
혜성
(헤드폰을 낀 상태로 눈을 감고 말없이)
포깁미.. 걸.. 어..ㄹ 얼~~~
비수
누나, 누나, 에이씨 이 언니야!!!
목 아껴. 무대에서 삑사리 나면 다 물거품이야..
가요제는 1등 빼곤 다 꼴등인 거 알지?
앞 팀의 무대가 끝난다.
무대감독이 혜성 밴드에게 준비하라고 사인을 보낸다.
헤드폰을 벗고 훅-하고 호흡을 뱉는 혜성.
비수의 스타텍 휴대폰이 울린다.
혜성
전화 안 꺼! 이 새끼야!!
비수
(속삭이듯) 네.. 여보세요? 제가 지금..
(큰 소리로) 네?????
혜성
뭐야?
비수
누나.. 누나 아빠가..
4. 1993년 / 학교 앞 노천카페 / 해 질 녘
카페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는 혜성의 부친.
커피잔에 냅킨이 올려져 있다.
검은색 커피잔에서 김이 올라온다.
카페 옆 공중전화박스로 가서
어딘가로 전화를 거는 혜성 부친.
학교 정문에 현수막이 붙어 있다.
현수막
1993학년도 대학입학 학력고사 제(2)고사장
시험이 끝난다.
수험생들이 빠져나온다.
귀에 헤드폰을 낀 혜성이 보인다.
주머니에서 메모를 꺼내 확인하는 혜성.
멀리 있는 혜성을 알아보는 부친.
전화를 급하게 끊고 자리로 돌아온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혜성.
터덜터덜 걸어와 아빠 앞에 털썩 앉는다.
혜성 부친
(커피를 건네며) 자, 뜨거워 조심.
헤드폰을 낀 채로 말이 없는 혜성.
가방에서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를 꺼내
테이블에 거칠게 올려놓는다.
커피를 후~하며 마시는 혜성.
혜성 부친
저기 시험은...
뭐 재수해도 괜찮아.
하고 싶은 거 하는 게 중요허지..
갑자기 헤드폰을 벗는 혜성.
테이블의 냅킨을 집는 혜성.
카세트 플레이어의 녹음/플레이 버튼을
동시에 누른다.
볼펜으로 냅킨에 뭔가를 신들린 듯 적으며
허밍을 하는 혜성.
혜성
음으.. 따라람 리이~~
혜성 부친
(미소 지으며) 지금 작곡 중인 거야?
소리
투두둑
빗방울 하나가 떨어진다.
혜성의 냅킨 위,
‘무대'라고 쓴 글자에 떨어지는 빗방울.
물에 젖은 글자가 서서히 번진다.
title
Cold Stage
5. 1997년 / 장례식장 / 실내
혜성 부친의 영정사진이 보인다.
혜성과 혜성 모친이 조문객을 맞고 있다.
조문을 마친 조문객들이
식사를 위해 탁자에 마주 앉는다.
조문객1
(조용히) 자살이야?
조문객2
(입에 손가락을 가져가며) 호상은 아닌가 봐.
조문객3
부도라던데? 무리하게 확장하다가.
조문객1
아들이 없나벼?
(혜성을 흘끗 보며) 저기 금발머리 딸만 한 분인가?
조문객3
산 사람만 불쌍허지 뭐.
갑자기 대기업이 부도가 나고 이게 뭔 일이람.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아니고.
죽은 김 씨 같은 하청업체들만 개고생이지 뭐.
조문객2
어여 먹고 가자고. 분위기도 별론데.
조문객들이 떠난다.
시계가 빠르게 움직이다가 자정이 된다.
6. 장례식장 화장실 / 실내
진영(남, 36)이 가방에서 검은 넥타이를 꺼내 멘다.
가방 안에 두툼한 조의금 봉투가 보인다.
7. 장례식장 조문실 / 실내
금익(남, 29)이 방명록을 적고 있다.
비수가 의자에 앉아 졸고 있다.
탁자에 턱- 던져지는 조의금 봉투.
탁자를 쓱- 지나 조문실로 가는 진영.
화들짝 잠에서 깨는 비수.
방명록을 아직 다 적지 못한 금익.
급하게 마무리하고 진영을 따라간다.
방명록
매진영 대표 (기획무대)
어금익 카피 (A COPY)
진영의 조의금 봉투를 확인하는 비수.
비수
(혼잣말로) 뭐야? 예의 없게시리
(봉투에서 돈을 꺼내며) 흐억..!!!
얼마인지도 모를 1만 원권이 두툼하게 들어 있다.
고개를 돌려 조문실의 진영을 보는 비수.
cut to
조문을 하는 진영과 금익.
향을 올리는 진영.
영정에 절을 하는 진영과 금익.
혜성, 혜성 모친과 맞절을 한다.
일어선 진영이 혜성에게 다가간다.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혜성.
혜성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진영
자네가 혜성?
고개를 드는 혜성.
명함을 건네는 진영의 손을 본다.
진영
(명함을 혜성 손에 쥐어주며)
상 치르고 전화 한번 부탁.
자네 아버님께서 오래전에 부탁하신 일로.
혜성
(명함을 받으며) 네..?
조문실을 빠져나가는 진영과 금익.
혜성이 명함을 본다.
혜성_Na
기획무대?
다음 조문객이 들어온다.
명함을 주머니에 넣는 혜성.
8. 장례식장 조문실 / 새벽
복도의 불이 모두 꺼져 있다.
영정 사진 앞의 촛불이 조금 흔들린다.
조문실 바닥에 앉아 있는 혜성과 혜성 모친.
혜성의 옆에 쪼그려 잠들어 있는 비수.
혜성
(수화) 엄마. 나 대학 관둘라구.
혜성 모친
(놀란 표정)
(수화) 이제 1년도 안 남았잖아?
혜성
(수화) 먹고는 살아야지.
괜찮아, 학교 안 가도 음악은 할 수 있어.
혜성 모친
(수화) 아까 그 명함 준 사람은 누구야?
혜성
(명함을 꺼내며 혼잣말로) 몰라, 장례식 진상인가 봐.
눈을 비비며 부시시 일어나는 비수.
비수
언니.. 아니 누나 (혜성 모친을 잠깐 본다)
아까 그 사람 부주 엄청 했어..
혜성
얼마나?
비수
(머리를 긁적이며) 이백인가?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리며) 이백이요 이백, 어머니~
혜성 모친
(수화) 장례 치르고 인사는 드리면 좋겠다.
혜성
(아빠의 영정을 쳐다보며) 시간 나면..
영정 사진 앞의 촛불이 타고 있다.
9. 기획무대 건물 앞 / 낮
혜성이 허름한 건물 앞에 서있다.
손에 진영의 명함과 박카스 박스가 들려있다.
혜성_Na
이름만 맘에 드네.
뭔 광고회사를 이런 후진 건물에서 하냐?
무슨 전당포나 대부업체 광고 전문인가?
10. 기획무대 정문 앞 / 낮
5층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혜성.
사무실 정문 앞에 도착하는 혜성.
숨을 거칠게 몰아 쉰다.
혜성
이런 썅.. 무슨 건물에 엘리베이터도 없냐?
(아래를 보며) 이게 대체 계단이 몇 개야? 아 씨발.
창문 앞 의자에 털썩 앉는 혜성.
옆에 있는 재떨이를 보는 혜성.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다.
후- 하고 담배 연기를 내뿜는다.
기획무대 간판을 쳐다보는 혜성.
기획무대라는 글자 밑에 작은 손글씨가 보인다.
담배를 물고 간판 가까이로 걸어가는 혜성.
혜성
기획은 우기는 거다?
옥상 문이 열리며 진영이 내려온다.
진영
(계단 위에서 혜성을 내려다보며) 왜 아닌 것 같냐?
화들짝 놀라는 혜성.
계단 쪽을 올려다보는 혜성.
진영이 머리를 쓸어 올리며 서있다.
혜성
아.. 안녕하세요. 전에 그 명함..
진영
알아. 전화는 국 끓여 먹었냐? 담배 끄고 들어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진영.
담배를 급하게 끄는 혜성.
진영을 따라 들어간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