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s Gone #6

1화 #콜드스테이지 #06

by 생각

51. 술집 밖 / 저녁

담배를 피우고 있는 혜성.

사탕을 물고 있는 금익.


금익

일단 리추얼이라는 건..


혜성

알아요. 의식 같은 거.. 밴드들도 많이 해요.


금익

오호 일취월장.


혜성

그런데 곱창 먹는 게 무슨 리추얼이라는 거예요?


금익

원래 피티 공식발표는 내일 나오는 건데..


혜성

네 제안 요청서에 그렇게 써 있었잖아요.


금익

그건 그거고.. 보통은 당일에 알게 돼요.


혜성

대표님만 연락을 받으신 건가요?


금익

(답답한 듯) 음.. 피티는 전쟁터다.

뭐 그런 말 못 들어봤죠?

여기는 피티 실력만큼 정보력,

영업력이 중요한 판이에요.

우리 같은 구멍가게가 어떻게 필립앤더슨 같은

글로벌 회사랑 경쟁을 했겠어요?

다 대표님이 유일기획 시절 네트워크가

있어서 된 거죠.


혜성

피티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금익

(답답해 미치겠다는 표정) 여긴 정글이라구요. 정글!

맹수가 노크하고 사슴을 잡아먹어요?

(메모장을 꺼낸다) 오..


혜성_Na

그럴 줄 알았다.

여기에도 계단은 없다.

하지만..


금익

(메모를 적으며) 대표님은 발표결과를

말로 가르쳐 주지 않으세요.

그냥 술 먹자 그러시고 항상 이쪽으로 오세요.

그리고 막창을 먹으면 탈락, 곱창을 먹으면 승리.

말보단 행동! 대표님은 항상 그래요. 멋진 분이죠.


막창집 간판과 곱창집 간판을 번갈아 쳐다보는 혜성.


혜성 Na

끈.. 지금 내게는 하나밖에 없다.

막창 곱창을 가릴 처지가 아니다.




52. 술집 실내 / 밤

넷 모두 취한 모습.


원철

그래서 야마가 뭐였던 거야?


금익

이게.. 그게.. 저기..


원철

넌 카피라이터가 그렇게 조리가 없어서..

매대표가 말해봐. 궁금해 죽겠어.


진영

(혜성에게) 니가 말해봐. 뭐가 남았냐?


혜성

(조금 취한 모습) 기습.. 같았습니다.


진영
(호기심을 느끼며) 기습? 왜?


혜성

제일 첫 페이지부터요.

리허설 때랑 달라서..

대표님이 완전히 다 바꾸신 것 같은데..

거기서 기습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금익

(못 참겠다는 듯이) 그러니까요..

감독님. 대표님이 글쎄..




53. 내일시스템즈 대회의실 / 낮 (47.에 연결)

진영이 리모컨을 누른다.

장표에 '10'이라는 숫자가 크게 적혀 있다.


진영

발표에 앞서 먼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부장과 직원들

(기분 나쁜 표정)


진영

제안요청서에는 광고예산이 10억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맞나요?


부장

네 맞습니다.

뭐 컨셉이 좋으면 협의에 따라..


진영

부장님? 10억짜리 광고 한편을 잘 만드는데

몇 명이 필요할까요?


부장

글쎄요..


진영

다시 질문드리죠.

10억 예산의 광고 프로젝트를

대행사가 잘 수행하려면 몇 명이 필요할까요?


부장

(퉁명스럽게) 뭐 한 네다섯 명?


진영이 장표를 넘긴다.

장표에 '5'라는 숫자가 크게 적혀있다.


진영

네 맞습니다. 정확하십니다.

인원이 많다고 광고가 잘되는 건 아닙니다.

내일시스템즈에 집중할 수 있는 인원

5명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올해도 이 다섯 명으로

성과를 증명했다고 자부합니다.

그럼 컨셉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54. 술집 실내 / 밤 (52.에 연결)


원철

도발을 한 거네 도발을..

망칠뻔한 거 아니야? 매대표?


진영

모 아니면 도.


원철

어우야.. 이거 못하면 일도 없는 사람이..


진영

(소주잔을 들이켜며) 기습 다음엔 공습.


진영의 말에 집중하는 혜성.




55. 내일시스템즈 대회의실 / 낮

진영이 리모컨을 누른다.

소비자 설문분석 도표가 뜬다.


장표

78 : 5


진영

소비자 설문분석 자료입니다.

경쟁사인 유일시스템즈와 내일시스템즈의

인지도 차이입니다.


부장과 직원들의 표정이 굳는다.

진영이 리모컨을 누른다. 장표가 넘어간다.


진영

내일 vs 유일


부장과 직원들의 표정이 더 굳어진다.

리모컨을 누른다. 장표가 넘어간다.


장표

?


진영

그런데 굳이 경쟁사를 언급해서,

우리가 그들을 광고해줄 필요가 있을까요?


혜성_Na

언제 바꾼 거지?


장표가 바뀐다.

단어들이 나열된 장표가 뜬다.


장표

금일, 명일, 차일, 익일, 당일, 네일

내일 한자, 내일 영화, 내일 날씨, 내일 드라마


진영

내일의 연관 단어입니다.

이 중에 가장 눈에 띄는 단어는 뭘까요?


혜성_Na

언제 저걸 다 바꾼 거지?


레이저 포인터가 내일 드라마에 멈춘다.


진영

내일 드라마.

사람들이 기대하는 내일은 그렇게 거창하지 않습니다.

내일의 한자는 어떻게 쓰는지,

내일 날씨가 어떤지,

내일 어떤 영화가 개봉하는지,

내일 드라마의 결말은 무엇인지.

그들에게 내일은 사소합니다.


진영이 장표를 넘긴다.

허블 망원경과 내일시스템즈의 로고가 떠있다.

스크린의 장표가 조금씩 대학가요제 무대로 바뀐다.

무대 뒤편에 허블 망원경과

내일시스템즈 로고가 보인다.

무대 가운데 서있는 진영의 모습.


진영

망원경은 그저 별을 볼 뿐입니다.

별은 그냥 꿈입니다.

지금이 거창한 꿈이 필요한 시대일까요?


장표가 바뀐다.

허블 망원경이 광학 현미경으로 바뀐다.

무대가 텅 비어 있다.


혜성_Na

꿈은 필요 없다.


진영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장표의 무대 중앙으로 걸어 들어가는 혜성.


혜성_Na

나에게 꿈은 사치다.


장표 속에 서있는 혜성.


장표

내일하다


혜성이 글자를 잡는다.

산산이 부서지는 글자 ‘내일하다’


혜성_Na

내일은 없다. 오늘만 산다.




56. 술집 실내 / 밤 (54.에 연결)

놀란 표정의 원철.


원철

야, 노래 땡긴다, 가자~ 오늘 내가 쏜다!




57. 기획무대 사무실 (48.과 연결)

혜성이 책상에 앉아서 스크랩북을 보고 있다.

진영과 관련한 신문기사들이 오려져 붙어 있다.


INS. 방금 전 / 기획무대 사무실

금익이 책상에 앉아 있다.

금익에게 가는 혜성.


혜성

저 사수님..


금익

응? 부사수님 왜?


혜성

혹시 대표님 관련 자료는 없나요?


금익

(씨익 웃으며) 언제 물어보나 했네~

(스크랩북을 서랍에서 꺼내며) 자 여기요~

내가 정리한 매진영 백과사전!


out


기사를 읽는 혜성.

제목이 “불패신화, 동방우와 매진영을 만나다”란

기사가 보인다.

어깨동무를 하고 밝게 웃고 있는

동방우와 매진영의 사진이 크게 보인다.


기사

Q. 동방우 국장님께 매진영 프로는 어떤 존재인가요?

A. 매프로는 제 분신 같은 존재죠.. (후략)


페이지를 넘기는 혜성.

제일 마지막 페이지 작은 신문 기사를 유심히 본다.

기사 제목이 “전설의 선배를 찾아서,

매진영 편”인 페이지.

흐릿하지만 젊은 진영의 밝은 사진.


기사

(전략)

18살에 고아원을 나와야 했죠.. 그땐 사실 막막했어요.

그러다가 유일장학생에 선발되면서

제 인생이 바뀌기 시작..

(후략)


혜성_Na

고아.. 씨발




58. 1996년 / 혜성의 밴드 연습실

리허설 중인 밴드.

혜성이 스탠드 마이크 앞에 서 있다.

눈을 감고 있는 혜성.

비수가 드럼 스틱을 위로 든다.

스틱을 4번 두드리는 비수.

노래 전주가 흐른다.


혜성

(눈을 뜨며)

She's gone. Out of my life.

I was wrong. I'm to blame.

I was so untrue.

I can't live without her love.




59. 1993년 / 대학 앞 노천카페 (4.와 연결)

혜성의 부친이 공중전화박스에서 통화 중이다.


혜성 부친

어 매프로~ 전에 그 껀 땄어?

아 잔금이야 뭐.. 천천히.. 괜찮아.

유일기획이 뭐 돈 떼먹겠어?

그런데 부탁이 하나 있어.

혹시 매프로 팀에 인턴자리 하나 없을까?

알바도 괜찮고..

어.. 어.. 뭐 월급이야 알아서.

응.. 내 외동딸.. 김혜성이라고..

무대를 워낙 좋아해서 얘가..


멀리서 혜성이 터덜터덜 걸어온다.


혜성 부친

어.. 내가 다시 전화할게. 미안.. 고마워.


혜성을 보고 급히 전화를 끊는 혜성의 부친.

커피 잔에서 김이 올라온다.




60. 룸살롱 방

중년 남성이 혼자 앉아있다.

문이 열린다. 진영이 들어온다.

안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는 진영.

남성 앞에 두툼한 돈봉투를 던진다.


진영

약속 지키십시오. 내일시스템즈 장기남 이사님.


장기남

이사는.. 그냥 형이라고 해, 하던 대로.


진영

형, 약속대로 예산 늘려. 빌링 50억이야. 나 갈게.


장기남

야, 술이나 한 잔 하고 가.


진영

애들 기다려. 내일 공식으로 선정통보 팩스 보내시고.


문을 열고 나가는 진영.

돈봉투를 보며 위스키 잔을 들이켜는 장기남.




61. 룸살롱 입구 / 저녁

진영이 룸살롱 계단을 올라온다.

슈트 안주머니에서 녹음기를 꺼내는 진영.

녹음기 플레이버튼을 눌러서

장기남과의 대화 내용을 확인하는 진영.


F/C. 기획무대 사무실 입구 (48.과 연결)

진영이 문을 열고 들어간다.


진영

술이나 먹으러 가자.




62. 가라오케 무대 / 밤

#소파에 머리를 기대고 자는 원철

#소파 구석에 쭈그려 자고 있는 금익

#핸드폰을 보고 있는 진영

#무대에서 노래하고 있는 혜성

#58.의 가사에 이어 ‘She’s gone’을 부른다

#눈을 감고 열창하는 혜성

#핸드폰을 덮고 혜성을 보는 진영

#술잔을 쥔 진영의 손이 덜덜 떨린다


진영_E

한때 꿈을 꾼 적이 있었다.

꿈은 곧 돈으로 바뀌었다.


무대 조명이 금화처럼 빛난다.


진영_E

돈이 어느 정도 채워질 무렵,

채우기 힘든 외로움이 밀려왔다.


배경이 사라지고 혜성만 남는 무대.


혜성_노래

Come back, into my arms.

I'm so alone. I'm begging you.

I'm down on my knees.

Forgive me, girl.


진영_E

사랑도 가족도 없었다.

승부에 대한 갈증뿐이었다.


무대 위에 골드 칩이 쌓인다.


진영_E

시작은 승리에 대한 작은 보상이었고,

지기라도 하는 날엔 위로라고 나를 합리화했다.


쌓였던 칩이 무너진다.


진영_Na

난 아직도 내 꿈을 용서할 수 없다.


술잔을 들이켜는 진영.

혜성의 노래 1절이 끝난다.

갑자기 진영을 향해 큰 절을 올리는 혜성.

절을 하고 일어서는 혜성.

간주가 흐르고 있다.

마이크를 잡는 혜성.

떨림이 멈추는 진영의 손.


혜성

(혀가 꼬인 목소리) 사부로 모시겠습니드아..


music pause




63. 기획무대 진영의 방 / 늦은 밤

진영의 핸드폰이 울린다.


진영

왜?


지은_통화음

졌네, 인정.


진영

... (녹음기를 켜는 진영)


지은_통화음

내일은 내일이고, 나랑 뭐 하나 작업 하자.

천억 짜리야.


진영

뭔데?


지은_통화음

팩스 봐. 그럼 전화해.


소리

(핸드폰 끊는 소리) 띠릭-
(팩스가 오는 소리) 삐삐-


녹음기를 끄고 팩스머신으로 가는 진영.

지은에게 온 팩스를 끊어 본다.

팩스 종이가 전체 화면으로 전환되며 선명해진다.


화면

1998 종합광고대행사 선정 입찰공고

- 유일통신 -


E.O.D


to be continud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