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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해언Onion Nov 16. 2019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한 실험

큰 부담없이 기쁨으로 매일 하고 싶은 한두 가지 일은 무엇인가요?

<독서시>

참조 : 『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우, 은행나무, 2011에서 엮음


29살은 삶을 실험하기에 좋습니다. 젊기 때문입니다.

39살도 삶을 실험하기에 좋습니다. 여전히 젊기 때문입니다.

49살도 삶을 실험하기에 좋습니다. 뭔가 좀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59살도 삶을 실험하기 좋습니다. 아직 살 날이 꽤 남았기 때문입니다.


산다는 것은 그토록 소중한 것이기에 진정한 삶이 아닌 삶을 살 수 없습니다.

인생을 깊게 살 수 있기를, 인생의 모든 골수를 다 맛볼 수 있기를,

강인한 스파르타인들처럼 살아 삶이 아닌 것들을 모두 엎어 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른 사람들의 북소리에 맞추어 살 수는 없습니다.

자신의 음악에 맞추어 걸어 갈 수 있도록 내버려 두어야 합니다.

그러니 자신이 먹을 것은 자신의 손으로 재배해야합니다.


낮을 기쁨으로 맞이하고 밤 또한 기쁨으로 맞이한다면

우리의 인생은 꽃이나 방향초처럼 향기로울 것입니다.

편안하게 선실의 손님으로 인생을 항해하지 않기를

인생의 돛대 앞에서, 갑판 위에서 머리카락을 바람에 날리며

항해할 수 있기를.


<아빠의 읽기> 

소로우는 '간소한 나무의 삶'을 지향했던 사람입니다.


"간소하게 살아라.

그대의 일을 두 가지나 세 가지로 줄여라.

백 가지나 천 가지가 되게 하지 말아라.

인생이 단순해지면 우주의 법칙은 더욱 명료해진다.

이때 고독은 고독이 아니고, 가난은 가난이 아니다. "


오늘의 독서시 밑에 내가 기쁨으로 매일 하고 있는 두 세가지의 일들을 찾아 적어 두었습니다.


나는 매일 쓴다.

내 정신은 날마다 크기를 원한다.


나는 매일 산과 들과 거리를 걷는다.

내 두 다리는 걷고 싶어 하고 내 두 팔은 흔들고 싶어하고,

내 심장과 허파는 신선한 공기를 원한다.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한 가지의 중요한 일을 찾아내었습니다.


나는 매일 한 사람을 웃게 한다.

영혼은 늘 다른 사람의 기쁨을 원한다.


이 세 가지 일만 하면 내 낮과 밤은 매일 기쁨으로 가득할 것입니다.

그 밖의 것들은 내게 매일 할 만큼 중요한 일들이 아닙니다.   



<딸의 읽기>

 스마트폰이 보급화되면서 현대인의 집중 시간이 많이 짧아졌다고 합니다. 기다림이 사라졌다는 장점도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에 집중하지 못하는 환경이 되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실제로 저도 호흡이 긴 책을 읽거나 한 가지에 장시간 집중하는 것이 예전보다 힘들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이다 보니, 소로우의 자발적 간소화가 더 큰 울림을 갖습니다. 시간이 한정되어 있으니 정말 중요한 두 세가지 일로 시간을 채워야 한다는 삶이, 어렵지만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큰 부담 없이 기쁨으로 매일 하고 싶은 것을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1. 다른 사람들과 책/영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다른 인간들로부터 행복을 느낀다고 합니다. 특히 관심사가 같은 다양한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요즘, 여러 루트를 통해 만나게 된 사람들과 책에 대해 이야기를 매일 나누고 싶습니다. 


 얼마 전에는 영화 '벌새'를 보고 감상을 나누는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의외로 주변에 본 사람이 별로 없어서 SNS에서 모임을 찾았습니다. 비슷한 나이대의 여섯 명이 모여 각자의 유년시절을 이야기 하고, 영화에서 의문이 들었던 것을 토론하며 네 시간이나 모임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감상을 나누고 나니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들이 선명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나눔은 계기일 뿐 새로운 것을 만들기는 어렵지만, 적절한 시기에 꼭 맞는 계기를 찾는 것도 중요한 노력입니다. 내부에서의 길도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외부로부터의 깨짐도 함께 수반되면 더 자신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2. 책 읽기 

 늘 가방에 책을 한 권씩 갖고 다닙니다. 책편식이 심했지만 요즘은 가리지 않고 보려고 합니다. 좋은지 나쁜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대신, 좋은 책은 여러 번 읽어 제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별로인 책은 최대한 빠르게 읽고, 왜 별로인지 이유를 명확하게 찾으려고 합니다. 


 이동하면서, 만나기로 한 사람을 기다리면서, 잠깐 점심시간에 틈날 때 책을 꺼내 읽으면 큰 노력없이 책 속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어 좋습니다. 인간의 내면을 통해 책을 읽고, 그러면서 나의 내면도 관찰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입니다.    


3. 글쓰기 

 저는 내면으로 들어가는 시간을 참 좋아합니다. 나의 마음 속 가장 깊은 나와 만나는 시간을 만들려면 나에게 집중해야 합니다. 글을 쓸 때는 나를 깊숙히 살펴 속에 있는 것을 들여다봅니다. 나의 경험과 수집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주장합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저는 재미를 느끼고 나를 더 잘 알게되고, 결과적으로 나를 더 좋아하게 됩니다. 이것은 나를 가장 사랑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언제나 시도하기 좋은 나이라고 하는 것이 기쁩니다. 그리고 매일 시도할만큼 즐거운 일이 있다는 것이 큰 기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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