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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해언Onion Nov 16. 2019

넓고 넓은 바닷가에

무언가에 의존적인 사람이 아니라 주체적인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독서시>

참조 : 『넓고 넓은 바닷가에』, 리처드 보드, 석필, 1996에서 엮음


진짜 스릴을 맛보고 싶다면 제트스키 따위는 버리시오

대신 세상에서 가장 큰 롤러코스터를 한 번 타보시오

이 땅덩어리, 지구에 올라타시오. 공짜요

지구를 타고 우주를 쌩하게 여행하는 자신을 느껴보시오

하루 내 나를 실고 태양 주위를 달리면서 스스로 꽈배기처럼 자전도 한다오

그래도 난 절대 안 떨어진다오


해지는 것을 한 번 보시오

몇 분만에 태양의 직경만큼 달려간다오

우리 안에는 지구의 맥박 같은 시계가 있소

내 몸 안에는 세계의 맥박과 같이 박동하는 시계가 심어져 있소

그 박동을 기억하시오.

우주와 나와 세상이 하나가 되는 박자라오

가장 빠른 것이 가장 느려 보이고

느려터진 것이 순식간에 다가온다오

커다란 것은 모순을 포용하는 법  


우리 인생에서 아름다운 색깔이 빠져나가고

음악소리가 사라지지 않도록

그려지는대로 그리고

살아지는대로 사시오

맞아요, 바보로 사시오

앞 뒤가 안맞으면, 그래, 좋소 앞 뒤를 맞출 이유가 뭐요?


그러면 두려움이 없으리라 자유이리라

인생은 원래 두서가 없는 법,

만나지 못한 것은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니

찾지 않으면 만나도 만날 수 없고

찾아야만 만나게 되나니

오직 나에게서만 구할 수 있는 대답을

천지를 헤매며 엉뚱한 곳에서 평생 정력을 낭비하지 마시오


오직 약한 자들만이 세상의 정답을 알고 있다 외치는 법

남의 눈이 아니고 내 눈으로 세상을 보는 힘은

나의 내부에 살고 있는 나에게서만 오는 것이니

나에게 진실하면 세상에게 진실하게 되는 법

언제나 나로부터 시작해야지

내 속에 살고 있는 신의 목소리 들리니  


<아빠의 읽기>

 만일 가벼운 책 한 권을 골라야한다면, 그리고 그 책 속에서 푸른 바다 냄새가 나기를 원한다면, 특히 가을이 깊어갈 때 병실에서 몇 일을 보내야 한다면, 리처드 보드가 지은 '넓고 넓은 바닷가에'를 가지고 가도 좋을 겁니다. 책장을 넘길 때 마다 갯내음과 함께 파도 소리 들리거든요. 꽁꽁 얼은 고갱의 고독을 녹여준 따스한 타히티의 바닷가 푸르고 잔잔한 밀물 소리 들리거든요.


<딸의 읽기>

 기업이 다양한 서비스와 재화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행동을 데이터화해 분석하는 것은 시대의 요구처럼 여겨지고있습니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이 빅데이터와 이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의고도화를 선도하고 있고, 많은 기업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모방하고 적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는스스로가 어디에 돈과 시간을 쓸지 결정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짜여진 각본에 따라 지갑을 열게 될 것입니다. 이런상황은 한 개인에게 있어서 거대한 몰개성의 위협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우리는 적절한 광고와 마케팅 없이는 돈을 벌 수 없습니다. 저는 이사실을 첫 책을 출간하고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책이 나오고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우선 책을 선물했습니다. 그리고 제 지인들이 자신의 지인들에게선물하거나 추천하여 구매가 확장되었습니다. 그러나거기서 판매는 끝났습니다. 


 제 첫 책은 지금 1쇄가 다 나가지 못했습니다. 이유를 생각해 보니, 제가 쓴 책의 잠재적 소비자들이 제 책이 세상에 나온 줄을 모른다는 것이 주요한 포인트였습니다. (물론 책의 내용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반응을 이끌어낼 만큼 좋았는지는 별개로 반성할 부분이겠지요) 사람들에게 팔 무엇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면 좋은 물건을 만들고 잘 세일즈 해야 합니다. 그러니 이것을 더욱 큰 성과와 연결하고 싶은 기업들이라면 사람들의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려는 것은 당연한 귀결입니다. 왜냐하면 고객을 마주할 때, 그들이 새로운 제품을 좋아할지 싫어할지에 따라 기업의 이윤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따지고 보면 제 인생 또한, 제가 선택한 길이라고 저는 생각하지만 크게 보면 사회의 각본대로 짜여져 있는 길을 걸어온 것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나이대에 따라 대학에 들어가고, 기업에 취직하고 결혼해서 평범하게 살고 있지요. 짜여진 많은 함정들에 기꺼운 마음으로 기어들어가 나는 내 몫을 다했다며 만족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주체적으로 사는 삶이란 생산자의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로서의 우리는 모방의 노예입니다. 뭐 하나 살 때마다 가격, 성능을 비교 해가며 최선의 선택을 내리려 노력하지만 사실 이미 나의 선택은 답이 나와 있을 것입니다. 수백,수 천명의 데이터가 가리키고 있는 그 곳에 저도 돈을 쓰려고 할테니까요. 생산자는 최소한 이런 프로세스 내에서 뭘 만들면 좋을지를 고민하면서 자신의 독자성을 일부 반영할 수있습니다. 아무리 빅 데이터를기반으로 시나리오를 짰다고 해도 그 안의 디테일은 작가의 생각과 의견이 반영되어야 합니다. 많은 생산자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줄까 걱정하지만, 반대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만들기 위해 자신을 포기한다면 그것은 타인에게 가 닿을 수 없습니다. 

일단 생산자의 길에 들어섰다면, 무엇을 만들지 정할때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것을 선택해야 합니다. 우리의 관심과 능력은 굉장히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즉,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굉장히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제 첫 책처럼, 아무도제 책이 세상에 나왔다는 것을 모르고 지나갈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어쩌면 직장인의 삶이 심장이 식은채로 흘러가는 것은, 우리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만들지 않아도 내년이 있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런 절박함을 얻기 위해서 이미 얻은 직장을 나가버리는 것은 오래 지속하기 힘듭니다. 나만이 만들 수 있는 내 세상을 열기 위해서 우리는 경제적 원동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한 가지 이상의 일을 병행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으로 우리는 저녁이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귀중한 기회를 회사에 자신의 데이터 전부를 내주고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는 빈 껍데기 같은 삶으로 전락하게 된다면 한참 뒤에 자기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도태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회사에서 기획일을 하고 있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은 적고, 해야할 일은 많습니다만, 그래도 9년이나 버티고 있는 것은 이 기획이라는 업무 자체가 적어도 무언가 해보자고, 무엇을 해야 한다고 외치는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는 제 시간을 쪼개서 글을 씁니다. 이 글이 최고의 글이 아닐지라도, 저는 자신에게 진실한 글을 쓰려고 합니다. 제 글은 저에게 도움이됩니다. 교훈도 남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따뜻합니다. 제가 좋아하는것들이 가득 담긴 글입니다. 그러니 더 많은 사람들이 제 글을 읽고 자신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절반은 노예로 살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주인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것이 저의 주체적 삶의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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