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반생을 살았네 28화
벌써 드럼을 친지가 어언 8년이 되어오고 있다. 어린 시절 반 강제적으로 배운 피아노 이후로 성인이 되어 자발적으로 배우고 싶다고 생각이 든 악기가 드럼이었다. 드럼에 눈이 가기 시작한 것은 밴드 뮤지션과 음악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였다. 보통은 리드 보컬이나 기타리스트에 눈길이 가기 마련인데 나는 왠지 모르게 눈에 잘 띄지 않는 무대 뒤쪽에서 카메라에 잘 잡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열심히 사지를 움직여대는 드러머에 눈길이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 음악 카페에서 하는 공연을 보러 갔다가 드럼 세팅이 늦어지는 바람에 공연의 반을 드럼 없이 보다가 후반부에 드럼이 들어간 공연을 보는데 아! 드럼 없는 음악이란 사운드 트랙 없는 영화, 앙꼬 없는 찐빵이로다! 그래, 결심했어! 이번 생에 꼭 한 번 배워보리라!
그러나 인생이 내 맘 같지 않지. 이래서 미루고 저래서 미루다가 뭘 하다가 발견했는지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우연히 신촌에 드럼 학원을 발견하고 실행에 옮겼다. 현대백화점 옆쪽으로 허름한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 1층에 고깃집, 4층에 드럼 학원이라니... 일단 걸어 올라가 문을 열고 들어가니 키가 큰 원장님이 ’웬일로?‘ 눈빛으로 질문을 던지시며 반겨주셨다. 당시에 전설적인 그룹 ’QUEEN'의 스토리를 담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개봉했던 즈음이라 갑자기 드럼 학원에 수강생이 늘었다는 말씀과 함께 ‘혹시 같은 이유로?’ 질문을 하셨는데 ‘아니오.‘ 영화 탓인지 갑자기 드럼 붐이 일면서 모 미디어에서 인터뷰를 하고 갔다고 하시며 ‘혹시 그 인터뷰를 보고?’ 질문을 하셨는데 ‘아니오.’ 나름 질의응답 시간을 가져보았으나 원장님은 한 문제도 못 맞히셨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드러머 인생,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성실한 수강생의 면모를 보이며 드럼 세트와 드럼 악보 설명부터 시작해서 기초 스트록 연습과 함께 쉬운 곡부터 음악을 틀어놓고 연주하며 한 템포, 한 템포씩 나아갔다. 드럼이 치매 예방에도 좋다고 어르신들이 많이 하시는 이유가 뭔가 했더니 사지를 따로 움직여야 하는 고난도의 신체 활동 때문인 듯하다. 초반에 참 몸개그를 많이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베이스 치는 스킬이 어설프다 보니 다리에 자꾸 힘만 들어가고 그러다 보니 얼마 못 가 험하고 가파른 산을 등산하고 내려올 때 흔히 보이는 다리 떨림 증상과 동일한 증상이 발생하고 베이스를 한 번 치고 싶은데 자꾸 두 번 드리블로 치게 되는 상황이 나도 모르게 연출되곤 했다. 일주일에 한 번 학원에 가서 1시간 30분 ~ 2시간 정도 연습을 하니 당연히 실력은 아주 천천히 향상될 수밖에. 하지만 학습 곡선이란 게 어느 날 갑자기 상승하기 마련, 스승님의 귀가 쫑긋, 눈빛이 예리, 이것이 과연 오늘의 운발인가, 쌓인 내공인가, AI 저리 가라 싶을 정도로 스캔과 분석을 하시더니 다음엔 이런 곡도 쳐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이곡 저곡 세심하게 선곡해 주시며 느리게 가는 학생을 항상 등 떠밀어 주셔서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드럼을 시작할 때 개인적으로 결심한 것이 있었다. 그냥 즐기자!
실력을 키우겠다고 생각했으면 지금까지 꾸준히 치지 못했으리라. 왜 실력이 안 느냐며 스스로 자책하고 한탄하고 스트레스받다가 중도 포기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트록 연습은 집에서도 좀 할 수 있지 않겠니? 그럼 말 나온 김에 오늘부터 매일 30분 스트록 루틴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