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너마저, 코로나와 마스크 대란

고작 반생을 살았네 29화

by 김선혜

프로젝트 난이도 상, 언젠가는 해보고 싶었던, 한 번쯤은 해보면 좋은 투자 금융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힘들지만 나에게 주는 선물, 이탈리아 한 달 살기를 고대하며 프로젝트를 한창 진행하고 있던 2020년 1월 즈음… 우한이라는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지명이 여기저기서 화자 되기 시작했다. 그냥 사스나 메르스 같은 독감이겠거니, 건강을 자신하면 안 된다지만 감기 걸려본지가 언제인지 기억조차 잘 나지 않는 나로서는 우한이라는 도시는 안중에 없고 이탈리아 여행 준비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에 여행 서적도 2권 사고, 25인치 캐리어도 사고, 주말에 유유자적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이탈리아 소도시 여행 계획을 짜면서 프로젝트가 끝나기를 고대하고 있던 어느 날, 코로나 주의보가 발동하며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다.


미세먼지도 타고난 코와 폐기능으로 자연정화하며 마스크란 걸 내돈내산 해본 적도 없는데, 마스크를 사서 쓰라고? 마스크 안 쓰는 1인으로 버티고 버티다 결국 국가 주의보가 내려졌고,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대중교통을 탈 수 없는 제지 조치까지 발생한 상황에서 막상 마스크를 구매하려고 하니 이미 품절 대란으로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다. 그나마 혹시나 해서 편의점에서 사놓은 검은색 스펀지 마스크가 아니었으면 강제외출금지 당하고 출근도 못할 뻔했다. 마스크 두 개를 번갈아 가며 계속 빨아 쓰다 얇아지다 못해 뚫어질 지경에 이르러 회사 주변 약국을 다 뒤져서 겨우 면 마스크 두 장 더 사고, 아침에는 뽀송뽀송, 저녁에는 축축해서 무거워진 면 마스크를 귀에 걸고 출퇴근하는 일상을 보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드디어 나라님의 전 국가적 마스크 보급 작전으로 인간적인 마스크 삶을 살게 되었다. 나라님의 구원이 없었으면 코로나가 아니라 마스크 때문에 없던 병도 생겼을 것 같다.


마스크뿐이더냐, 강제 백신 접종까지, 백신 접종 안 하면 식당에서 밥도 못 먹고, 어떠한 사회생활도 불가능한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져도 코로나 걸리면 죽는다며 사람들의 불안이 이미 극에 달했던 시절이라 백신이 마치 구원자이자 통행증 같은 역할을 하기까지 했다. 혹시라도 해외여행 가려다 공항에서 거부당할 것 같아 물백신 3방 맞고 지금까지 무탈하게 살고 있긴 한데, 이래저래 어지럼증, 울렁거림증 등 단발성으로 스쳐 지나간 이상 증세가 백신의 후유증인지 고단한 프로젝트의 후유증인지는 모를 일이다. 아무튼 3년 동안 마스크를 신체의 일부처럼 늘 착용하고 다니다가 마스크 독립의 날이 공포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계속 마스크를 착용하고 마스크 벗기를 부끄러이 여기는 묘한 현상에 마기꾼이라는 신조어 등장까지… 지금 생각해 보면 3년이란 기나긴 세월이 참 어처구니없긴 한데 더 어처구니없었던 것은 심각할 정도의 군중심리였다.


세상은 바이러스 천지다. 바이러스도 생명체이므로 진화하기 마련이고, 바이러스의 진화를 우리는 굳이 ‘변이’라 부른다. 인간을 포함하여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이 생존을 위해 진화하고, 적응하지 못하고 진화하지 못하면 결국 멸종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인간이 저 하나 살겠다고 그동안 파괴하고 멸종시킨 자연 공생체들은 안중에도 없고, 저 하나 살겠다고 마스크 한 장 빌려주지 않는 사태를 관망하며, 진실된 정보든 거짓된 정보든 실시간으로 퍼져나갈 수 있는 초 연결 시대에 사람들의 불안을 조장해서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는 이 세상에서 정말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더더욱 든다.


평소에 면역 관리, 건강 관리 잘 안 하시면 코로나가 아니라 사소한 질환에도 앓아누우실 수 있으니 이런저런 건기식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마시고, 조금이라도 움직거리는 생활을 하시기 바랍니다. 그나저나 나의 이탈리아 한 달 살기는… 그냥 이렇게 물 건너가 버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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