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다

글짓기 15화

by 김선혜

오랜만에 이른 아침 버스를 타러 집 앞 정류장에 나왔다. 2년에 한 번 하는 국가 건강 검진이 참 빨리도 돌아온다. 2년 전에는 정규직의 신분으로 국가가 제공하는 것 이상의 다양한 옵션 선택이 있는 건강 검진을 받았다면 올해는 지역인의 신분으로 기본 건강 검진만 받는 것을 신청했다. 회사 다닐 때는 꿀잠 잘 수 있는 수면 내시경이 기다려지기도 했는데 가끔 위를 잘못 들쑤셔 놓으면 아프고 불편한 경험도 있었고, 수십 가지 과잉 검사를 받아도 다행히 건강 적신호가 온 적은 없어서 이번에는 기본에만 충실한 검사를 신청해 봤다. 그리고, 사실 국가 건강 검진의 기본 범위가 궁금하기도 했다.


출근 시간을 살짝 지나왔더니 다행히도 버스 정류장에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버스를 타는 곳이 차고지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버스 자리도 많이 빈 상태로 오기 때문에 자리 경쟁률이 그렇게 치열하지는 않아서 버스 정류장 주변으로 사람들이 불규칙하게 서 있는 경향이 있다. 그래도 나름 누가 먼저 왔는지 정도는 암묵적인 눈치 싸움이 있긴 하다. 역시나 버스가 곧 도착하는 시간이 되자 슬슬 정류장 쪽으로 사람들의 밀도가 높아지고 일찍 도착해서 멀찍이 기다리고 계셨던 분들도 내 앞 빈 틈으로 살며시 들어오셨다. 그런데 항상 이즈음에서 늘 발생하는 부도덕한 사례를 오늘도 목격하고야 말았다.


버스 정류장 앞에 건널목이 있는데 길을 건너 사람들이 미리 와 있는 사람들의 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앞쪽에 자리를 잡아 버리는 몰지각한 행태를 보이는 주민들이 있다. 위풍당당하게 앞자리에 딱 버티고 서는 사람, 주춤주춤 하다가 다른 사람이 앞자리에 서자 본인도 슬쩍 옆에 같이 자리를 잡는 사람, 스마트폰으로 불편함을 감추며 슬쩍 몸을 디미는 사람 등 새치기하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줄은 앞뒤 종렬로 서는 게 정상 아닌가? 이 놈의 동네는 왜 줄을 좌우 횡렬로 서는 걸까? 언제부터 줄 서기 규칙이 바뀐 거지? 동네 주민끼리 왜 이러나 싶어 씁쓸할 때도 있고 살짝 화가 치밀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모습을 안 보니 세상 맘 편하고 좋았는데 오늘 딱, 그것도 초등학교 딸아이와 함께 있는 어머니가 아이와 함께 길을 건너와 너무나도 당당하게 앞자리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가 가장 늦게 와서 가장 먼저 버스를 타는 게 아닌가.


문득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파란불이 켜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좌우를 살피고 건너갔던 기억, 엄마 손에 이끌려 길게 늘어선 줄을 따라 걸어가 줄을 섰던 기억, 다 먹은 과자 봉지와 사탕 봉지를 엄마 가방에 넣었다가 휴지통이 보이면 버렸던 기억… 학교에서 배운 교육도 있지만 부모님과 함께 했던 생활 속 작은 실천이 내 몸에 하나하나 새겨져 지키지 않으면 오히려 마음이 불편한 올바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도덕이란 모든 사회적 규율을 계명처럼 외우고 지키는 것이 아니라 한 두 가지 행동에서 파생되는 것이다. 우리 마음에 심어진 도덕의 씨앗이 자라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치고 그래서 도덕이라는 범주 안에서 허용되는 것과 허용되지 않는 것, 할 수 있는 것과 하면 안 되는 것들을 우리는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그냥 이 한 마디 전하고 싶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다.

월요일 연재
이전 14화세 가지 거짓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