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짓기 14화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이번 회사가, 이번 도전이, 이번 시험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다는 결의를 다지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물론 보여주기가 아닌 진심 어린 마음을 담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마지막’이란 단어를 쉽게 입에 담는 사람치고 정말 마지막인 것처럼 열심히 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뿐만 아니라 ‘마지막’을 쉽게 내지르다 보니 초반에 안 되겠다 싶으면 오히려 쉽게 접어버리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그리고,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그 ‘마지막’을 또 시작한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라느니,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라느니, 사람들이 하도 내일로 뭔가를 미루니 닥치고 그냥 오늘 하세요! 를 순화시켜서 지금 이 순간, 오늘 하루 충실히 살라는 의미를 담아 훈화 말씀을 준 것인데 말의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상하게 해석되고 남용되고 있는 듯하다.
정말 열심히 + 잘하는 사람은 ‘마지막’이란 단어를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다. 모든 일을 함에 있어 늘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에게 ‘마지막’이란 관 뚜껑 닫고 세상과 이별하는 순간을 의미한다. 설사 이직이나 전직을 하더라도 모든 경험은 연결성을 가지므로 쉼표를 찍거나 설사 마침표를 찍더라도 ‘마지막’이라기보다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마무리’ 정도라 볼 수 있다. 그러니 ‘마지막’은 정말 ‘마지막’이어야 한다.
그만두겠습니다
퇴사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치고 정말 퇴사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회사나 고객사의 인정도를 등에 업고 연봉 협상용으로 사용하거나 프로젝트가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본인에게 유리한 형태로 방향 전환을 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장 일반적인 카드다. 여기서 중요한 핵심은 ‘인정도를 등에 업고’ 협박을 한다는 점이다. 회사도 연봉 협상이 아닌 통보를 하고, 나도 할 만큼 다 했는데 회사가 내 말을 듣지 않으니 나도 협상이 아닌 협박을 하겠소! 라며 자기 합리화를 할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퇴사를 한 것은 아니니 퇴사를 이용하여 자기 이득을 취했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퇴사 카드를 마음에 품고 다닌다. 본인이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해서 다니는 사람이건, 회사를 좋아해서 다니는 사람이건, 돈을 벌기 위해 다니는 사람이건, 어찌 되었건 누구나 퇴사를 하고 싶다는 순간에 직면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을 마음으로 다스리는 사람이 있고, 말로 내뱉는 사람이 있다. 마음으로 다스리는 사람이 ‘퇴사’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정말 회사를 한다는 것이다. 순간적인 ‘화’로 촉발된 퇴사라기보다는 그동안 현재 속한 환경에서 최대한 성장과 발전을 하기 위해 여러모로 시도하고 노력했으나 이곳은 더 이상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을 때 의사결정을 내리고 실행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퇴사’를 말로 자주 내뱉는 사람은 정말 퇴사할 생각은 없고, 본인의 화를 ‘퇴사’라는 말로 대신하거나 너무 습관적으로 말하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툭 나오는 경우도 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해 본다. 회사가 협박이든 화든 어떠한 형태로든 퇴사를 입에 올리는 사람에게 ‘네, 그럼 사직서 작성 부탁드리고 퇴사일은 언제로 할까요?’라고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죄송합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죄송한 일이 참 많이 발생한다. 지각을 해도 죄송하고, 데드라인을 못 지켜도 죄송하고, 사고를 쳐도 죄송하고… ‘죄송합니다.’ 뒤에 후속 조치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도 없다면 죄송한 게 아니다. 늦어도 5분 전에 도착하겠다고 결심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데드라인에 대한 협의가 가능한 시점에 사전 일정 조율 요청을 하거나 동일한 실수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검토를 철저히 하거나 대응 방안을 함께 제시해야 정말 죄송한 거다.
지하철에서 실수로 남의 발을 밟았을 때, 바쁜 사람 붙들고 급히 질문을 해야 할 때라면 ‘죄송합니다’로 끝날 수 있다. 나의 실수로 커피를 쏟아도 죄송하다는 말만 하고 가지 않는다. 휴지를 가져와서 닦는 행위를 같이 하는 것이 인간적인 도리인데 동일한 패턴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노력과 행동 변화로 충분히 개선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계속 죄송합니다로만 일관한다면 앞으로도 꾸준히 죄송할 확률이 99%다.
야구도 3번 스트라이크면 아웃이고, <양치기 소년>에서도 거짓말 3번으로 큰 화를 입었다는 교훈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3번이면 신뢰 제로, 그 이상이면 회복 불가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