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스토리라이터 Dec 31. 2016

공간과 메시지의 합(合)소셜공간디자이너 정진성

공간에 가치를 입히다

                                                                                                                                                                           정진성 대표를 만나기 전 '어시스타' 홈페이지를 훑었다.  공정무역 판매대, 공익적 공간 인테리어 같은 그간의 업력이 사진과 함께 차곡차곡 쌓여있는 걸 보며 회사 이미지, 구성원들의 느낌을 나 혼자서 짐작해 보았다.


 사실 나는 디자이너에 대한 로망이 있다. 지면이든, 화면이든, 공간이든 독창적인 아이디어, 색감으로 뚜렷한 메시지를 예쁘게  여기에다 기능성까지 더해  손끝 창조의 마술을 부릴 수 있는 사람이 디자이너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카페에서 먼저 와 기다리고 있는 정 대표는 강화도 작업장에서 밤샘 작업을 하는 길이란다. 연말에 6개의 프로젝트가 겹쳐 눈코 뜰 새 없이 하루하루가 분주하다고 말한다. 어시스타에서 작업한 강동구청 앞 분수광장 크리스마스 트리로 말문을 열었다. 강동구는 '리사이클링'의 메시지를 매년 변주한 대형 트리를 선보이는 데 어시스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디자인과 제작을 맡았다.


거울에 비친 길 위의 모든 것이 트리 장식이 된다

 지난해에는 초록색 우유 플라스틱 박스를 소나무처럼 쌓은 다음 재활용센터를 샅샅이 뒤져 찾은 각종 폐자재를 장식물로 활용해 '트리 이미지의 트리'를 구현했다면 올해는 훨씬 모던해 졌다. 


 작년에 사용했던 플라스틱 박스를 재활용해  6.5m 높이의 삼각형 모양으로 쌓아 아크릴 금색 거울 1028장을 붙였다.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가까이 다가가면 모습이 비친다. 하늘의 구름, 길 가는 사람, 달리는 자동차, 가로수, 가로등, 빌딩.... 길 위의 모든 것이 거울에 비쳐 트리 장식이 된다는 발상이 기발했다. 의미를 음미하며 보니 대형 트리가 썩 마음에 들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 보며 주체를 위해 객체가 된 나를  담기 위해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거울 트리에 비친 자기 모습에 즐거워하는 어린 아이들은 ‘도시의 주인공은 나’라는 우리 디자인의 핵심 메시지를 금방 이해하더군요."  

 미술학도를 꿈꿨던 건축가 정진성대표는 건축 설계, 공간 인테리어 일을 하면서도 미술에 대한 끈은 꼭 붙들고 있다. 계산기 두드리면 들어가는 품, 시간 대비 수익이 저만치 아래인 강동구 트리 프로젝트를 선뜻 맡은 것은 아마도 정 대표 자신의 공공미술을 향한 갈증이 아니었을 까 추측해본다. 


 "밤샘 작업에 칼바람 맞으며 조형물 완성하는 막일이지만 전 직원이 연간 이벤트처럼 즐겁게 작업했어요." 정 대표가 담백하게 정리하는 소감 한마디다.

작은 힘들이 모여 세상을 돕는 큰 별이 되고 싶다는 어시스타

 

어시스타는 사회적기업이다. 회사 이름 어시스타(Assist‘돕다’와 Star‘별’의 합성어. ‘작은 힘들이 모여 세상을 돕는 큰 별이 된다’라는 의미)에 지향하는 가치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돈도 벌고 공익적 가치도 찾는 두 가지 목표를 위해 5명의 직원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었을 땀내 나는 그간의 시간들이 짐작된다.


 1978년생 건축학도 정 대표는 대학 졸업 후 건설회사에 다녔다. '클라이언트 입맛대로' 인테리어를 해야 하는 상업 디자인의 세계가 도통 적성에 맞지 않았기에 2011년 과감히 창업을 감행했다. 사회적기업을 다룬 책 한 권이 시발점이 됐고 '소셜디자인'을 테마로 삼았단다. 


시작은 호기로웠지만 맘 고생, 몸 고생, 낙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도전, 보람이 뒤범벅이된 오만 가지를  경험하면서 어렵게 어렵게 사회적기업 타이틀을 땄고 공간디자인회사로서 입지를 넓혀가는 중이다.


 "그린피스 일을 맡았을 때 나중에 이사 가더라도 인테리어를 재활용했으면 좋겠다는 담당자의 희망사항을 감안해 재조립이 가능하도록 공간을 꾸몄어요. 이런 식으로 매번 프로젝트마다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 갑니다. 회사 구성원들끼리 '영업 시간에 공부한다'며 웃지요."


 그동안의 작업 히스토리와 에피소드를 귀 기울여 듣다보니 현재를 과정으로 생각하며 꿈 꾸는 걸 하나씩 이뤄내는 대견한 회사라는 부러움이 내 안에서 모락모락 피어났다.


삶 속에 달라붙은 디자인이란?

 불경기 때 직격탄을 맞는 건 인테리어 업종이라는 건 불문가지. 어시스타도 예외는 아닐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가치'를 꼬닥꼬닥 실천중이다.

 

 올해는 기업과 손 잡고 저소득층,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책상 선물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란다.

"단칸방에 온 식구가 복닥거리며 생활하기에 '내 책상'은 감히 욕심 내지 못하는 아이들이지요. 그래서 책상 선물을 하려구요. 이 아이들은 이사를 많이 다니기 때문에 디자인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가치가 가볍고 재조립이 쉬워야 하는 '포터블'이랍니다.  기능성을 살린 디자인을 위해 많이 고민하며 의견을 나눠지요."


  삶 속에 디자인이 어떻게 접목되는 지 사례를 들려주는 정 대표의 눈을 유심히 바라보니 '마음 가는 일'을 하는 사람 특유의 생동감이 느껴졌다.


 어시스타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는 '폐자재 줄이기'와 '친환경'. 인테리어 공사 현장에서 폐자재가 많이 나온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디자인 설계와 시공 단계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란다.

 

 지난 5년을 잘 버텼다는 대견함, 그리고 앞으로 5년도 꿋꿋하게 나아가고 싶다는 소망을 담아 업사이클 제품을 선보이는 '세이브' 브랜드도 곧 론칭할 계획이다. 어시스타와 다른 디자인회사, 작가들과 협업 프로젝트다.


 "공사 현장에서 나온 마대로 가방을 만들고, 더 이상 쓰임새 없는 묵은 홍보 브로셔와 책자로 다이어리를 만듭니다. 회사 일 하다보면 필연적으로 나오는 쓰레기를 쓸 것으로 재탄생 시키고 싶어서지요."  

 영업력 없어 영업을 하지 않는데도 신통방통하게 여기까지 왔노라고 겸손하게 말하는 '낯가림 심한 CEO' 정 대표를 보며 혼자서 짐작해 본다. 


공간에 가치를 입히는 소셜 디자인, 소셜 스페이스를 줄기차게 추구하는 일관성, 집요함, 끈기가 주는 선물일 것이라고.                                             

매거진의 이전글 청춘부부의 알베르게 꿈을 현실로 만든 아지트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