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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라이터 Sep 17. 2016

청춘부부의 알베르게 꿈을 현실로 만든 아지트

당신의, 나의 노란화살표는?

 카페 알베르게의 청춘부부에게 내가 받은 끌림은 무엇이었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치밀한 용기'라는 키워드가 떠오른다.


  ' 청춘부부'란 닉네임을 쓰는 남편 전승연(1983년생),  아내 정세미(1986년생)는 석촌호수 골목길에 자리잡은 노랑, 청록빛깔 외관이 강렬한 느낌을 주는 카페 알베르게의 주인장이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꿀같은 달콤함이 뚝뚝 떨어지는 상큼한 30대 부부. 여행자들의 쉼터인 '알베르게'라는 카페 이름이 암시하듯 부부는 스페인 산티아고, 아프리카, 유럽 여러 나라를 여행한 후의 '경험, 감성, 포부'를 카페에 오롯이 담았다. 이국적인 여행지 사진, 현지의 향기가 묻어있는 소품들이 카페 곳곳에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산티아고길은 이제 제주 올레길 만큼이나 대한민국 사람들로 넘쳐나는 친숙한 길이 됐고 꽉 막힌 일상에 쉼표를 찍고 길 떠나는 여행자들의 퍼포먼스 무대가 돼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춘부부의 행보가 눈길을 끄는 건 '여행 Before , After'를 치밀하게 준비하고 꼼꼼하게 실천했기 때문이다. 

조금 다르게 사는 방식을 택한 그들의 'Why?'가 나는 궁금했고 알베르게 프로젝트 최초 기획자인 남편 승연씨에게 'he+story'를 들으며 실마리를 찾았다. 그의 평탄한 삶에 폭풍우가 몰아친 건  군대 시절 늘 함께 생활하던 동료 병사의 급작스러운 죽음을 전후해서다. 추측컨데 승연씨는 삶의 밑바닥부터 파헤치며 '왜 사나?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진지하게 성찰한 듯싶다. 

20대 시절 그가 썼다는 버킷리스트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논문 작성, 어학연수, 삼성입사, 결혼, 세계일주, 카페오픈' 연도별로 정리해 놓은 꿈 목록을 10년 후 지금 100% 이뤘다. 대개가 버킷리스트는 '희망사항 리스트'일 뿐인데 그는 집념과 의지로 '실천 리스트'로 바꿔놓았다. 절로 내 고객가 숙여진다.


승연씨는 아내 세미씨와 처음에는 선후배 관계로 지내다 점점 연인으로 발전했고 결국 부부란 인연의 매듭으로 기꺼이 서로를 꽁꽁 묶었다. 

결혼 후에는 남편은 삼성전자 LTE프로그래머, 아내는 마케터 및 교육기획자로 각자 위치에서 바삐 살았단다. 밤샘 작업이 잦은 남편, 그리고 출퇴근 사이클이 서로 다른 부부는 주중엔 서로 깨어있는 얼굴을 보지 못할 만큼 쫓기듯 바삐  살았다고 고백한다.


 정신없이 바쁜 직장 생활 와중에도 '세계 여행'이란 꿈을 놓지 않았던 승연씨는 아내와 오랜 상의 끝에 다람쥐 챗바퀴처럼 도는 일상을 스톱하고 꿈을 택한다.  

대신 일상의 도피처럼 떠나는 세계 여행과는 선을 긋고 여행 후 인생 계획까지 치밀하게 염두에 두고 촘촘하게  준비해 2014년 6월 '청춘부부'란 닉네임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여행을 통해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길 위의 풍성한  스토리를 다른 사람과 나누기 위해 부부만의 착한 이벤트도 준비했다. 출국 전 클라우드 펀딩으로 아프리가 아이들에게 사진 찍어주기 이벤트를 기획해 온라인 클라우드 펀딩으로 가뿐하게 목표한 후원금을 모금했다. 

 

여행지에서 보낸 엽서들  (*사진 출처 _ 청춘부부 블로그 회면 캡쳐)

대신 후원자들에게는 현지의  이국적인 풍광, 여행지 사람들과의 사연을 알콩달콩 손글씨로 담은  엽서를 답례로 보냈다.

 "사진 프로젝트는 아프리카 현지에서 호응이 컸어요. 엄마들이 서로 아기 안고 나와 우리 애 사진도 찍어달라고 부탁하더군요.  폴라로이드 사진 한 장 받아들고 함박 웃음 짓는 엄마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도 흐뭇했죠." 

"혹시 태생이 금수저인가요?" 농담처럼 툭 던졌더니 부부는 빙긋 웃으며 답한다. 둘이서 직장 생활하며 알뜰히 모은 돈을 탈탈 털어 떠난 여행길이라고. 어쩔 수 없이  짠돌이 배낭여행이었지만 길 위에서 무진장 행복했다며 두 사람은   활짝 웃는다. 

재미있는 건 여행 떠나기 전부터 카페 오픈을 계획했고 카페 이름 '알베르게'란 미니 현수막을 미리 준비해 여행 내내 동행했다는 점이다. 여행지 인증샷마다 등장하는 그 현수막은 지금 카페 한 벽면에 훈장처럼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세계여행 프로젝트 4개월의 대장정 중 한달을 뚝 떼어내 스페인 산티아고길 완주에 도전했다.  세미씨는 첫 도전이었지만 승연씨는 20대 시절 완주했고 두번째 오른 산티아고 순례길이었다.


 "처음 완주했을 때의 그 느낌이 너무 강렬해 다시 한번 걷고 싶었어요. 아내와 함께요. 두번째 순례길 역시 감동적이더군요. 기회가 되면 꼭 한번 걸어보세요. 지독히 힘들지만 나만의 속도로 한 스텝, 한 스텝이 쌓여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나도 할 수 있구나'란 벅찬 감동이 사는데 큰 힘이 됩니다. 진심으로 추천드립니다." 승연씨가 나직이 덧붙인다.    


귀국 후 여정도 예사롭지 않다. 카페를 오픈 전 부부는 승연씨 부모님께 알베르게 프로젝트 PT를 공들여 했다.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려고 알토란처럼 인생을 가꿔나가는 아들 내외를 보며 부모님도 내심 품고 있던 불안감을 내려놓고 기꺼이 응원을 보탰다.   

'여행자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카페'란 콘셉을 지닌 알베르게는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한다. 산티아고 완주 후 인천공항에 내리자 마자 알베르게 카페로 직행해 순례길 여행의 여운을 음미하러온 손님부터 여행자들의 '전설'같은 사연을  카페 역사로 새록새록 쌓아가는 중이다. 


틈틈이 순례자 모임, 파티, 벼룩시장을 비롯해 스페인어 강좌 같은 스터디모임까지 재미난 이벤트도  열고 있다. 덕분에 같은 길을 걸었다는 동지의식을 공유하고픈 여행자들이 알베르게를 허브 삼아 하나 둘 모여들고 있다.    

"우리가 특별하게 사는 건 아니에요. 돈을 버는 방식이 다를 뿐이죠. 돈을 남한테 받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벌어서 쓰는 게 차이점이죠." 번듯하고 안정적인 직장 그만두고 왜 사서 고생하냐는 질문을 귀가 따갑도록 들었을 터, 승연씨가 선수치듯 묻지도 않았는데 답한다. 


카페 안에는 여행자들의 길을 인도하는 산티아고길의 상징인 노란색 조가비 화살표가 군데군데 표시돼 있다.

문득 궁금해졌다. 청춘부부가 지향하는 노란색화살표는 뭘까? "신촌에 여행자카페 오픈을 도왔어요. 여행을 테마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엮는 O2O사업을 차근차근 준비중입니다."

 

청춘부부의 사연이 입소문 나면서 대중강연 기회가 종종 생겨 이 시대의 청춘들을 만날 기회가 많다는 그들. "젊은이들이 주늑들어 살아요. 목표를 너무 멀리 잡지 말고 단기목표부터 잡아서 실천해 보라 귀띔해 줍니다." 

아마도 산티아고길에서 터득한 지혜을 나눠주고 싶은 예쁜 마음이 엿보였다. '내 속도로 천천히' 한걸음씩 내딛어 결국 최종 목적지 도착한 그 경험이 부부에게 지금도 큰 힘이 되는 듯 보인다.


"남들 따라하는 여행이 아니라 자신만의 여행을 해야죠." 인생이란 정답 없는 여행을  청춘부부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그들만의 해법을 찾아가고 있었다. 한수 배웠다. 역시 길 위에 그리고 사람으로부터 '배움'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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