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마당도서관은 코엑스몰 마케팅의 한수
스토리라이터입니다.
스타필드 코엑스에 별마당도서관 오픈 소식을 들었을 때...'얼른 가봐야지' 마음 속으로만 조급증만 내다가 이제야 다녀왔습니다. 첫 느낌은 탁월한 마케팅 기획의 '한수'구나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책'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보편적인 정서는 많이 읽을 수록 좋다는 다다익선.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 지식이 담긴 책을 향한 선망, 그럼에도 세상에는 재미있는 게 너무 많아 잘 읽지 않게 되는 책을 향한 콤플렉스...
이 같은 복합적인 감정들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기저에는 '책은 좋은 것이다'라는 불특정 다수의 동의가 깔려있지요.
별마당도서관 마케팅 기획자는 바로 이 점을 파고 들어 '강남스타일'의 도서관을 탄생시켰습니다. 도서관이 지닌 엄숙함, 혼자만의 공간 개념 대신 '광장'이 지닌 소통, 시끌벅적함, 그리고 지식의 공유 가치를 덧입혀 책을 밖으로 끌고 나왔습니다.
여기 저기 붐처럼 생기는 대형 쇼핑몰들. 입점한 브랜드며 내부 구성이 엇비슷하다보니 사람들이 식상해 하는 즈음에 아날로그 시대 '책'을 들고 나왔습니다.
코엑스 알짜배기 공간에 '벽' 없이 확 트임 배치로 인테리어한 별마당 도서관은 5만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비주얼적 요소가 압권입니다. 세련된 책 공간, 그러면서 기다란 테이블, 1인용 책바, 카페 스타일의 좌석 등 각양각색의 책상과 의자를 배치해 사람들이 편하게 맘껏 쉬거나 책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열린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간인 만큼 장르별 정확한 도서 분류와 서가 배치는 과감히 포기한 듯 보입니다. 그냥 읽다가 다시 꽂고 필요한 책 골라 읽고.... 자유로움이 장점입니다.
책은 더 이상 모셔만 두는 존재가 아니라 공유하고 소비하는 '제품'이라는 걸 별마당도서관에서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분야별 잡지를 맘껏 읽을 수 있도록 한 건 정말 마음에 듭니다. 개인적으로 잡지는 전문 매체라 얼리어답터적인 시선, 최신 정보들이 많이 담겨 있기 때문에 애용하는 편입니다. 요즘은 서점마다 인기 잡지들은 투명 비닐로 꽁꽁 싸매 놓기 때문에 만 편하게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별마당도서관에서는 잡지 인심이 무척 넉넉하더군요.
유명 인사 초청 강연회 같은 소소한 이벤트도 정기적으로 양념처럼 열립니다. 이런 장점 때문에 도서관 안은 사람들로 빼곡하게 차있습니다.
2000년 코엑스몰 오픈 당시, 방대한 규모에 영화관, 서점, 식당가, 쇼핑 몰, 백화점, 호텔이 하나로 연결되는 거대한 지하도시의 매력에 압도당했고 틈날 때 마다 찾는 '내가 애정하는 플레이스'였습니다. 그러다 몇년 전 대대적인 코엑스몰 리모델링 후에는 발길이 뜸해졌습니다. 명품샵들까지 입점시키며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데 뭔가 심리적 거리감 느껴지는데다 샵들마다 가격대가 확 뛰어올라 먹고 사고 즐기기에는 실질적인 부담감이 더해졌기 때문이지요. 어정쩡한 고급스러움에 예전의 유쾌 발랄함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이번에 신세계가 위탁 운영을 맡으며 '별마당도서관' 오픈으로 사람들 이목을 확 집중시켰습니다. '하면 제대로 한다'는 기획 마인드에 '이 모든 것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사람들의 공짜 좋아하는 심리를 파고 들었습니다. 인스타그램, 페북, 블로그 등등 SNS 사진용으로 제격이게 멋지게 인테리어를 꾸며 '입소문'을 노렸습니다.
역시나... 전략은 맞아 떨어진 듯 보입니다. '코엑스몰'에 대해 사람들은 더 이상 신선해 하지 않지만 쇼핑몰 한가운데 멋지게 등장한 '도서관'에는 환호했고 다들 자발적으로 소식을 퍼날랐습니다.
멋지게 등장한 별마당도서관의 앞날은.... 계속 눈 크게 뜨고 지켜볼 참입니다.
공간은 새로 만드는 것 보다 잘 운영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신간 도서 공급, 파손된 책 처리, 책 관련 인문학 프로그램 전개 등 신경 써서 살피고 정교하게 기획해 사람들 마음 계속 사로잡을 플러스 알파를 계속해서 만들어 낼 수 있느냐가 '별마당도서관'의 미래이겠지요.
암튼 코엑스몰 한복판에 만들어진 오픈식 도서관의 출현은 무척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