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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라이터 May 15. 2018

‘커피 사이언티스트’ 곽철 더치인 대표

커피 열정이 창조한 컬러 커피

 살아있는 눈빛, 혀를 내두를 정도로 집요하게 한 분야를 깊고 넓게 파고들며 쌓은 지식과 경험치, 타인의 시선 아랑곳하지 않는 또라이 기질, 한우물 파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뿜어내는 포스다.

 

 더치인 곽철 대표도 이 범주의 사람이다. 그가 심혈을 기울여 집중하는 건 커피. ‘커피는 갈색’이라는 고정관념을 깨트린 그는 투명색, 노랑, 연두, 빨강, 갈색 5가지 색깔로 커피를 추출한다.

  

 투명 유리잔에 담긴 색색의 커피를 맛본 사람들이라면 비법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로스팅방법과 커피 추출을 수없이 반복하며 찾아낸 결과물이지요. 커피 전문가 상당수가 분위기, 손맛을 강조하는 ‘감성 커피’로 본인들의 커피지식을 풀어냅니다. 반면에 나는 ‘커피는 과학’이라는 게 신조입니다. 로스팅과 추출을 무한 반복하며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걸 다시 곱씹고 분석하다보면 원두가 지난 최고의 맛과 색을 뽑아낼 수 있습니다”

 

 

경기도 여주 흥천면에 자리 잡은 더치인 공장은 그의 커피 인생 베이스캠프다. 주말에 잠깐 서울 집에 들를 때를 제외하고는 24시간 공장에서 숙식하며 커피를 제조하고 또 연구한다.

 

커피 속 카페인 농도를 1/10 수준까지 줄인 추출 노하우, 특허 받은 생두 세척 기술, 커피로 담근 술, 색상별로 커피를 추출하는 기술은 무수한 실험과 실패 속에서 탄생한 결과물이다. 

 

로스팅 포인트, 커피 추출 농도, 색상, 맛의 특징, 추출 시간, 물의 양, 원두 입자 크기 같은 커피 맛을 좌우하는 모든 과정은 세밀하게 측정해 기록으로 남긴다. 어릴 때부터 실력이 출중했던 화학 지식은 ‘커피 사이언티스트’로 살아가는데 든든한 ‘뒷배’가 됐다. 로스팅과 추출 결과치를 세밀하게 분석하고 그만의 ‘커피 영감’이 더해져 다음 실험에서는 한발자국 더 나아간다.  더치인 공장이 그의 커피 연구소이자 화학실험실이고 제조 공장인 셈이다.


 그의 첫 직업은 교사였다. 취미 삼아 마신 녹차에 흠뻑 빠졌지만 농약 범벅으로 녹차를 생산한다는 산지의 실상을 접하고부터 관심이 식어버렸고 중국의 보이차로 갈아탔다. 하지만 보이차 역시 농약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알게 된 뒤 마지막으로 택한 게 커피다.


 국내외 커피 관련 책 찾아 탐독하고 인터넷으로 자료 수집하며 전세계 커피 관련 유튜브 영상 찾아보며 독학했다. 커뮤니티 모임에 나가 전문가들과 교류하며 지식을 확장해 나가다보니 어느덧 커피 고수의 반열에 오르게 됐고 이젠 그의 업이 됐다.

 “처음에는 로스팅에 푹 빠졌지요. 수망에다 생두를 넣고 직화로 볶는 수망 로스팅부터 시작해 다양한 로스터기를 두루 다뤄봤고 최종 선택한 건 무쇠 주물로 만든 터키의 오즈터크 로스터기입니다. 우리 전통의 가마솥 원리대로 만들어진 로스터기인데 내가 원하는 배전 포인트 대로 커피 콩을 볶을 수 있는 게 매력적이지요.” 

 전세계 커피 벨트에서 재배하는 생두는 대략 270종. 이 가운데 그는 89가지를 직접 로스팅했다고. 손때가 묻은 두툼한 로스팅 일기를 보여주었다. 생두 종류, 로스팅 당시의 습도, 온도 변화 추이, 로스팅 특징이 일자별로 꼼꼼히 기록돼 있다. “매일 기록한 숫자 속에 내가 터득한 로스팅 기술이 담겨있지요. 내 삶의 일기장인 셈입니다.” 


 로스팅 기술을 연마하며 자유자재로 불을 다룰 줄 알게 되자 점점 물이 궁금해졌다. “커피는 불과 물의 하모니입니다. 생두 특성에 맞게 잘 볶은 콩의 맛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물을 알아야 합니다. 똑같은 원두라도 어떤 물로 누가 추출하느냐에 따라 맛은 달라집니다.”


 그가 최고로 꼽는 물은 육각수다. 이 물로 원두가 지닌 본연의 5가지 맛 즉 쌉사래한 맛, 짭조름한 맛, 구수한 맛, 새콤한 맛, 달짝지근한 맛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세심한 공정을 거쳐 커피를 내린다. 

 핸드드립부터 커피머신, 모카포트, 프렌치프레스 등 다양한 추출법을 섭렵하며 미세한 커피 맛의 차이를 비교해 보았다. 이 가운데 그가 가장 매료된 맛은 더치커피. 찬물을 한 방울씩 떨어뜨려 8~10시간 동안 추출하기에 ‘커피의 눈물’, ‘커피의 와인’이라고도 불리는데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강점으로 꼽는다. 게다가 열을 가하지 않기 때문에 원두 속 폴리페놀 같은 우리 몸에 이로운 항산화 성분이 손상되지 않기 때문이다.

 

커피 마니아들 사이에 ‘커피 박사’로 통하던 그는 2014년 ‘더치인’을 설립하고 CSW(Clean Safety Wellbeing) 공법을 도입해 본격적인 고급 더치커피 대량 생산에 나섰다. 우리 몸에 이로운 고급 커피가 그의 모토다.  


Q. 생두 세척 단계부터 연구해 세척 특허 기술(특허 제 1693756호)까지 갖고 있습니다. 생두 세척이 왜 중요한가요?

 아프리카나 남미 같은 커피 원산지에서 생산한 생두는 컨테이너 선박에 싣고 적도를 통과해 대략 40여일 항해해 국내에 도착합니다. 적도 부근을 지날 때는 컨테이너 안 온도가 50도를 넘습니다. 찜통이나 다름없는 배 안에서 생두는 부패하거나 벌레가 생길 수밖에 없지요. 생두 변질을 막기 위해서는 화학 약품 처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수입 생두를 세척하지 않은 채 가열방식으로 커피를 추출하면 유해한 화학성분이 원액에 녹아들게 됩니다. 오랜 연구 끝에 생두 표면에 묻은 유해 물질을 제거하는 세척 특허기술을 개발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더치인에서 생산하는 모든 커피는 반드시 생두 세척 과정을 거칩니다. 커피는 대한민국 1인당 연간 512잔을 마시는 대표적인 기호식품인데 생두 세척 공정이 왜 중요한지를 모르는 분들이 많아 안타깝습니다. 


Q. 카페인에 예민한 사람을 위해 커피 속 카페인 함양을 대폭 낮춘 기능성 커피가 눈길을 끕니다. 

 성인 카페인 1일 권장량은 1ml에 400mg입니다. 더치인 커피는 카페인 함유량을 1/10 수준까지 낮추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커피 마시면 잠을 못 잔다며 저녁 무렵에는 아예 입에도 대지 못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카페인 함유량을 낮췄기 때문에 임산부, 노약자도 안심하고 커피를 마실 수 있습니다.

 

Q. 커피소주 등 더치커피 원액을 활용한 콜라보레이션 제품 생산을 진행하고 있지요?

 국내 소주 제조사와 손잡고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이 외에도 커피주를 자체적으로 실험 생산 중입니다. 숙취가 없는 게 장점이며 ‘양주 맛이 난다’는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더치커피 원액을 활용한 기능성 음료는 계속 연구중입니다.

 (곽 대표가 건넨 커피주를 맛보았는데 강렬하면서도 깔끔한 뒷맛이 인상적이었다. 신기하게도 커피향은 나지 않았다)


Q. 커피에 푹 빠져 사는 커피 인생이 만족스러워 보입니다. 앞으로 계획이 궁금합니다.

  몇 년 전 사진작가에게 자신만을 위한 커피를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받은 적이 있어요. 그가 살아온 굴곡진 인생사, 작가의 사진 작품들을 꼼꼼히 곱씹으며 그에게 어울릴 커피 맛을 찾아나섰습니다. 3개월 작업 끝에 고도 4000m 고산지대에서 재배한 페루 찬차마요 생두로   그에게 딱 어울리는 커피 맛을 완성했습니다. 내 커피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지요. 이처럼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아트커피’ 작업은 계속 할 생각입니다. 


 기능성 커피 연구는 꾸준히 집중하는 분야입니다. 그동안 쌓아온 커피 지식을 체계화해 강의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커피 농장을 꼭 해보고 싶습니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전세계 커피 벨트에서 수확하는 생두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커피 나무 재배 성공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지요. 직접 수확한 생두로 커피를 추출하는 나의 꿈을 꼭 이루고 싶습니다. 앞으로 할 일이 많아 나이 먹는 게 억울할 지경입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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