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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이작가 Aug 05. 2018

손님이 왔다.

영화 <손님> 후기


미생의 '이성민'과 흥행배우 '류승룡'의 만남으로 기대됐던 영화다. 스릴러나 공포물을 선호하지 않는 나에게는...그닥....'와~재밌다'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나름 던져주는 메시지는 강렬했던 영화다.


<줄거리>

1950년대, 떠돌이 악사와 그의 아들이 우연히 산골의 어느 마을에 들어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아가는 그 마을 사람들에게 유일한 골치거리는 쥐떼의 출몰이었고, 마을 촌장은 쥐떼를 쫓아주면 아들의 폐병을 고칠 목돈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떠돌이 악사는 피리를 이용해 진짜 쥐떼를 쫓아내지만, 결국 그 마을에서 아들을 잃고 점점 미쳐간다.



<주목할 점>
1. 시대적 배경
이 영화에서는 시대적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 전쟁이 막 끝난 1950년대가 배경으로, 전쟁을 피해 마을을 떠나 숨어 살던 사람들에게 어느 떠돌이 악사가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그 마을 사람들은 전쟁이 휴전됐는지. 마을 밖의 상황은 어떤지 전혀 알지 못한 채 마을 촌장의 말을 신적으로 믿으며 살아가고 있는 상황. 시대가 어지럽고 시끄러울수록 사람들은 절대적 권위자에게 의지하고 싶어 하는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또 무서운 전쟁을 피해 같은 목적을 가지고 이동했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 간의 응집력도 대단히 강해진 상태였다. 극한의 공포로부터 벗어나 겨우 자신들의 세계를 구축했으니 지키고 싶을 수밖에. 그러니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은 대단히 높다. 어렵게 구축한 그들의 세계에 침입자가 들어온 것이니..자신들의 세계가 흐트러질까봐 두려운 것이다.

영화는 이러한 시대적 배경과 공간을 통해 사람이 극한의 공포에 빠져있을 때 어떠한 행동까지 할 수 있는지, 집단 생활의 모순과 인간 내면의 본성에 대해 보여주고 있다.

2. 인물 설정
두번째로 주목할 점은 인물설정이다. 가장 비중있는 인물은 촌장, 떠돌이 악사, 그리고 선무당. 촌장과 선무당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시끄러운 시대 상황 속에서 마을의 절대적 존재로 군림한다. 촌장은 그러한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 '미숙(천우희 역)'에게 무당 역할을 하라고 강요한다. 두 인물 모두 집단 사회, 극한 공포 속에서 사람들이 절대적 권력자에게 의지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떠돌이 악사는 어떤 의미일까? 악사는 피리 하나로 광대짓을 하며 아픈 아들과 함께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 여기서 포인트는 '광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웃어야 하는 광대처럼, 떠돌이 악사 또한 생계를 위해 자신의 감정은 숨긴 채 피리 하나에 의지하며 사람들 앞에서 광대짓을 한다.

자신을 숨겨야 한다는 것. 반대로 말하면 자신이 아니기에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말도 되는 것이다. 요즘 신분, 인기를 숨긴 복면가왕이 인기인 것처럼 말이다. (스포 주의) 실제로 영화에서 떠돌이 악사는 아들을 잃게 되면서 이성을 잃고 흡사 미친 광대처럼 변하게 된다.


영화의 엔딩 부분에서 하얀 가루를 뒤집어 쓴채 자신의 피로 눈을 비빈 모습은 마치 삐에로 분장을 한 것 같이 느껴진다. 이미 그 순간부터 악사는 더이상 자기자신이 아닌 것이다. 영화 후반부에서 악사는 그런 모습을 한채 마을 사람들에게 당한 대로 복수한다. 셈을 제대로 해야 한다면서 말다. 사실 쥐가 많이 나오는 영화인건 알았지만, 조금 징그럽다.아무튼  광대란 설정을 통해 지킬 앤 하이드처럼 이성을 잃은 인간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표현해주고 있다.

3. 마지막 대사
영화에서 감독은 보통 하고 싶은 말을 등장인물의 대사 속에 숨겨두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에 촌장은 이성을 잃은 악사에게 '어떻게 쥐가 사람을...',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까지 할 수가 있냐’고 말한다. 아마도 이것이 영화에서 감독이 하고 싶었던 말인 것 같다. 사람으로서 도저히 해서는 안될 짓을 한 촌장이 떠돌이 악사에게 그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기에. 이를 통해 감독은 궁지에 몰린 인간의 악행, 잔인함 등을 생각해보게 한다. 복수심에 가득찬 악사나 몹쓸 짓을 한 촌장이나 사람에게 해를 가하는 쥐. 모두 더이상 스스로의 모습을 잃고 변해갈 뿐이다.



총평 :  기승전쥐...라고도 볼 수 있다. 보고 나면 쥐만 남는 영화지만, 그래도 류승룡 이성민의 연기는 늘 그렇듯 좋다. '집단 생활의 모순과 극한 상황에서 비로소 발현되는  인간의 잔인함'을 표현하고 있는 영화.


누구나 궁지에 몰리면 악해질 수 있다. 누구도 '난 그러지 않을 거야'라고 장담할 수 없다. 그런 상황에 놓여보지 않고서는. 그러니 촌장이나 악사를 욕할 수도 없다. 어쩌면 그런 상황에서 나오는 모습이 진짜 모습이기에, 돌발적인 상황에 나는 어떤 모습이었나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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