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교사 주역을 만나다.

21. 화뢰(火雷) 서합(噬嗑):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다.

by 땅 작가

미얀마 군사 쿠데타

2015년 미얀마 총선거에서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이 군부 세력을 이기면서 미얀마 국민들은 첫 번째 민주 정부를 수립하였다. 이는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이들이 피 흘려 얻어 낸 위대한 성과였다. 그러나 2020년 11월 다시 군사 쿠데타가 발생하였고, 민주 정부는 힘없이 무너졌다. 군부는 지난 60여 년에 걸쳐 정치, 경제, 군사 등 사회 전반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반이 빈약한 민주 정부를 순식간에 전복시켰다.

무장한 군부 세력은 40만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들이 군부세력에 대항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고, 국제 사회는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미얀마 상황에 직접 개입하지 못하고 있다. 무장한 독재 군부 세력(☰)과 민주주의를 원하는 국민들(☷)의 모습에서 천지 비(否, ䷋) 괘가 보인다. 천지 비 괘는 상괘가 하늘, 하괘가 땅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하늘은 위에 있는 물건이요, 땅은 아래에 있는 물건이니 하늘과 땅이 제 갈 길로 가는 바람에 서로 교합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꽉 막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비(否)라는 이름을 얻었다. 양효는 강함인데 상괘에 셋이나 놓여 있으니 강하여 빈틈이 없고(☰), 음효는 유순함인데 하괘에 셋이 놓여 있으니 또한 스스로 움직일 수가 없다(☷). 미얀마의 상황은 꽉 막힌 듯하여 좀처럼 해결될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천지 비에서 화뢰 서합으로의 변화

하지만 세상에 불변하는 것은 없다. 군부가 민중의 신임을 받고 있던 아웅산 수치 고문과 미얀마 정부의 수장인 원민 대통령을 가택 연금시키면서 천지 비괘의 5효인 양효가 가장 낮은 자리의 1효의 자리로 내려왔다. 상하 불통인 천지 비괘가 화뢰 서합 괘(䷔)로 변하였으니, 상괘는 밝음과 떳떳함을 상징하는 화(☲), 하괘는 약동하는 움직임을 나타내는 뢰(☳)괘가 되었다. 자연현상으로 본다면 대기 현상이 극도로 불안정할 때 나타나는 번개(☲)와 천둥(☳)의 모습을 하고 있다.

䷋ ==> ䷔

번개(☲)와 천둥(☳)은 동서고금에서 하늘의 메시지이자 권능의 표시이다. 고대 바빌로니아 신화의 마르둑(Marduk),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Zeus), 인도 신화의 인드라(Indra) 등은 그 사회에서 믿었던 하느님의 이름인데, 이들의 신화에는 천둥과 번개를 수단으로 우주의 질서를 지배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우주에 펼쳐진 혼돈에 우주적 질서를 부여하는 하느님은 번개와 천둥을 내리며 자신의 권능을 땅에 펼쳤기 때문에 번개와 천둥은 신과 동일시되었다. 세종실록에도 그러한 모습이 기록되어 있는데, 가뭄이 들자 뇌성보화천존이라는 하느님에게 제사를 지내도록 하는 장면을 통해 불균형한 기상 현상을 조화롭게 만들어달라고 소망하고 있다.


"전 판나주목사(判羅州牧使) 황자후(黃子厚)가 아뢰기를,

'비를 비는 방법이 비록 많으나 뇌성보화천존(雷聲普化天尊, 도교에서 추앙하는 최고의 신)에게 비는 것이 가장 절실하오니, 도사(道士)를 골라 목욕재계하게 하여 상호군(上護軍) 이진(李蓁)을 시켜 소격전(昭格殿)에서 기도드리기를 청하나이다.' 하니 그대로 따랐다."라고 기록되어 있다.(세종실록 36권, 세종 9년 6월 11일 무진 4번째 기사 1427년 명 선덕(宣德) 2년)


하느님, 모습을 드러내다.

그렇다면 천지 비괘가 번개와 천둥으로 이루어진 괘로 변했다는 것은 과연 무슨 뜻일까? 하느님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느님이란 무엇인가? <세계인권선언> 제 1조는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일하다. 인간은 천부적으로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았으며 서로 형제애의 정신으로 행동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하늘이 부여한 이성과 양심이 인간에게 있어 그 존엄과 권리가 있다는 말은 곧 사람이 하나님이라는 말이다. 하늘이 부여한 이성과 양심이 있으므로 사람이 곧 하나님처럼 존엄하며 존중받아야 함을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현세에서의 하나님, 즉 민중이 답답한 세상을 떨치고자 민주사회(☲)를 향해 약동(☳)하여 세상에 나오고 있다.

반독재, 군부 타도를 외치는 미얀마의 상황이 연일 뉴스에 보도되고 있다. 민주화를 외치는 시민들에게 무차별 발포하는 군인들, 사망한 어린아이를 부둥켜안고 오열하는 아버지, 시위에 나가 다시 못 돌아올지도 모른다며 아버지에게 큰 절을 올리며 비장하게 시위에 나가는 소녀 등 미얀마는 지금 아비귀환의 상황이다. 인류 문명의 위대한 역사의 결과물인 민주주의를 거부하고 전복한 군부 독재 세력이 지금 저지르고 있는 죄의 무게를 어떻게 달아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화뢰 서합 괘는 번개가 치고 천둥이 이는 상으로, 하느님이 모습을 드러냈기에 죄지은 자들이 두려워해야 할 상이다. <논어>에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다.'라고 했듯이 천명을 어기고 세상살이를 떳떳하게 할 수는 없다. 민주주의를 찬탈한 군부는 천명을 어겼으니, 하나님의 밝고 웅장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두려워해야 한다.

<주역전의>에서는 서합(噬嗑) 괘에 대해 "밝게 비추고 위엄으로 진동(振動)하니, 이는 형벌을 쓰는 상(象)이다."라고 하였다. 민주화를 원하는 민중의 목소리가 밝고 위엄 있게 진동하여 죄지은 자들에게 죄를 물을 날이 어서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아울러 '서합(噬嗑)' 이라는 뜻이 '씹어서 입을 다문다.'라는 뜻이니 민주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난관들을 잘 씹어서 극복하고, 결국 안정된 사회로 통합된다는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주역은 민주화를 원하는 미얀마 시민들이 반드시 승리함을 예언하고 있다.


마 시민들을 위한 교육활동

미얀마 상황을 학생들에게 알리기 위해 자료를 찾던 중 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 영상물을 보며 위기에 처한 미얀마 시민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해보았다. 교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은 학생들에게 알리는 것이었다. 나는 학년 자율 교육과정으로 잡혀 있는 일주일 간의 시간을 '미얀마 시민들을 위해 행동하기'라는 주제로 계획했다. 그 안에는 학생들이 미얀마의 역사를 공부하고, 미얀마의 현재 상황을 국제 사회에 알리고, 미얀마 시민들을 응원하는 등의 학생 활동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활동이 미얀마 시민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우리가 세계 시민으로서의 인류애로 응원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 미얀마의 민주화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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