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교사 주역을 만나다

02 중지 곤(坤) 괘: 세상을 담은 큰 수레

by 땅 작가

대지(大地)는 만물을 품는다. 세상 땅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것이 있을까? 바다, 산, 비, 바람, 새, 나무, 사람 등 대지가 품지 않는 것은 없다. 하늘마저도 땅이 없다면 어떤 의미가 있으랴. 주역 64괘 중 '만물을 품는 대지(大地)'를 뜻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중지(重地) 곤(坤) 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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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지(重地) 곤(坤) 괘(掛)는 땅이 아래위로 있다. 땅은 두터운 덕으로 만물을 담고 길러내니, 곤(坤)은 큰 수레(大輿)라 일컬을 만하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 동양에서의 대지모 (大地母 思想)는 모두 땅이 만물의 어머니임을 말하고 있다. 시공을 막론하고 땅(大地)은 만물을 낳는 존재이며 만물의 터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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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은 만물을 낳았으니 세상에 땅 아닌 것도 없다. 우리의 몸도 땅이고, 우리가 사는 마을도 땅이며, 더 넓게는 나라가 땅이고, 지구가 땅이며, 우주 안의 물질 모두가 땅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온 세상에서 끝까지 궁구(窮究)할 수 없는 것이 땅의 이치(地理)이다. 하지만 온 세상에서 밝혀내지 아니할 수 없는 것도 땅의 이치(地理)보다 더한 것이 없다.”라고 하여 땅의 이치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지 곤을 닮은 학문, 지리학

학문에서도 중지(重地) 곤(坤) 괘(掛)처럼 땅을 품고 있는 학문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지리학(Geography)이다. 지리학(地理學)은 땅의 이치를 살피는 학문이다. 땅에 의지하지 않은 인간이 어디 있으랴.

지리학은 지표 공간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과 인문현상을 통해 인간의 삶을 설명한다. 땅에는 자연현상과 인문현상이 뒤섞여 있다. 땅에서 나타나는 사회 현상과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지질학, 토양 등 자연과학적 방법뿐만 아니라 법, 경제, 역사학 방법으로도 설명하는 학문이 지리학이다.

땅은 온갖 세속적인 것으로 충만하다. 자연과 인문에 걸쳐 종합적인 시각으로 상호관계를 중요시하는 지리학은 온 우주를 담은 대지처럼 그리고 중지 곤괘 처럼 학문의 큰 수레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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