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교사 주역을 만나다.

28. 택풍(澤風) 대과(大過): 새우와 맹그로브 숲

by 땅 작가

튀김 덮밥 집 새우 튀김

학교 앞에 조그마한 튀김 덮밥 집이 있다. 그 집의 튀김 덮밥은 하얀 쌀밥에 노릇한 튀김을 올리고, 그 위에 간장 소스를 부어 먹는다. 자극이 적은 음식을 즐기는 사람에게 잘 어울리는 요리이다. 나는 가끔 말썽을 피우는 학생들을 이 집에 데려가는데 여기서 밥을 먹고 나면 매운 고추처럼 따가운 학생의 눈초리가 어느새 부드러워진다. 대화가 되지 않는 사이를 대화를 나누는 사이로 만들어주는 튀김 덮밥의 힘은 경이롭다.

출처: pixabay

나는 덮밥에 올라가는 튀김 중에 새우 튀김을 가장 마지막으로 먹는다. 스타는 마지막으로 등장한다고 하지 않던가. 튀김 덮밥의 스타는 새우 튀김이다. 바삭한 튀김 옷 속에 숨겨진 야들야들한 살을 씹으면 사라졌던 기운이 샘솟는다. 빨갛게 익은 몸통은 식욕을 돋게 한다.

오감을 만족시켜 행복하게 해주는 새우이건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머리와 꼬리에 살이 없다는 것이다. 머리는 텅 비어 먹을 것이 없고, 지느러미는 딱딱한 껍질 뿐이라 씹을 것이 없다. 이런 새우의 모양을 가만히 살펴보니 택풍 대과 괘가 연상된다. 음효는 텅빈 것을 나타낸다면 양효는 속이 찬 것을 나타내니 머리와 꼬리 부분에 살이 없음은 1, 6효의 음이 되고, 몸통에 살이 꽉 차 실한 것은 2, 3, 4, 5효의 양이 된다.

䷛ 택풍(澤風) 대과(大過)


맹그로브 숲의 역할과 파괴

주역에서 손괘(☴)는 바람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풀과 나무를 상징하기도 한다. 태괘(☱)는 연못을 상징하므로 태괘(☱)와 손괘(☴)가 결합된 택풍 대과 괘(䷛)는 연못 안에 나무가 깊숙히 들어가 있음으로 읽을 수 있다. 나무가 위에 있고 못이 아래에 있으면(䷼, 풍택 중부 괘), 물이 나무를 윤택하게 하므로 '못에 떠 있는 연꽃'이나 '물 위에서 사는 나무'의 이미지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택풍 대과 괘(䷛)는 못 안에 나무가 깊숙히 잠겨 있으니 나무가 곤경에 처해 있는 상이다. 이 괘는 마치 열대 지역 해안가에 있는 맹그로브 숲이 곤경에 처한 모습과 연결된다.


䷛ 택풍(澤風) 대과(大過)<-->䷼풍택(風澤) 중부(中孚)

열대 해안의 맹그로브 숲. 풍택 중부 괘(䷼)의 상이다.(출처: pixabay)

맹그로브(mangrove) 숲은 열대 지역의 해안가나 기수역(바닷물과 하천의 물이 만나는 곳)의 습지에 나타나는 숲을 말한다. 맹그로브가 발달하는 갯벌의 진흙 속에는 산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나무 뿌리는 수면 밖으로 자라 독특한 모습을 보인다. 수면 안팎의 복잡한 뿌리 시스템은 염분을 걸러낼 수 있는 천연 여과 장치여서 다양한 생물종이 사는데 영향을 끼치며, 자리를 잡은 맹그로브의 뿌리는 토양을 붙들어 해안선의 침식을 방지 할 수 있게 해준다.

맹그로브 숲은 새우, 게, 망둥어, 가오리, 복어 등의 수중 생물과 오리, 왜가리, 황새, 앵무 등 다양한 새들의 서식처이다. 특히, 맹그로브 숲은 물고기들이 알을 낳고 치어들이 자라는 종묘장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어획량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맹그로브 면적이 줄어들면 어획량이 감소할 수 있다는 연구가 보고되었다.

맹그로브는 지구 대기 환경을 조절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열대우림처럼 막대한 산소를 뿜어내는 동시에 강력하게 탄소를 저장한다. 맹그로브는 열대 우림 생태계보다 최대 6 배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할 수 있어 지구온난화를 유발하고 있는 이산화 탄소를 가두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전 세계 맹그로브 숲은 34,877,194.78 톤의 바이오매스를 담고 있는데, 메탄과 같은 바이오매스를 맹그로브 숲이 붙잡아 둠으로써 전 세계 기후 환경의 항상성을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출처:글로벌맹그로브얼라이언스)

이뿐만이 아니다. 맹그로브가 최근 그 중요성에 주목받고 있는데 지진 해일이 발생할 때 천연 방파제로서 놀라운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대지진 당시 맹그로브 숲으로 인해 해일 피해가 다른 지역에 비해 8% 적었다는 연구가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최근 세계 각국은 맹그로브 숲을 급속도로 파괴하고 있다. 아래 표는 1990년부터 2020년까지 30년 간의 맹그로브 면적의 변화를 나타낸 것인데 다른 대륙에 비해 아시아 지역의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아시아 지역은 30년 간 78만 6천 헥타아르가 감소하여 잠실 야구장 78만 개의 면적이 사라졌다.(잠실 야구장은 10,516㎡로 약 1ha로 보았음.) 세계 전체적으로는 104만 2천 헥타아르가 감소하여 잠실 야구장 100만 개 면적의 맹그로브 숲이 파괴되었다.

맹그로브 면적 변화 추이(출처: 맹그로브 글로벌 얼라이언스(https://www.mangrovealliance.org/30-years-of-global-forest-data))

그렇다면 세계 각국이 맹그로브 숲을 파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 중 첫번째는 숯 생산이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산업용 원부자재, 기초소재, 기초원자재, 비철금속용 첨가제, 바비큐 및 구이, 요식업소, 훈연용, 훈제용, 육가공 숯불처리, 동절기 현장 난방, 펜션 및 캠핑장 등에서 사용하는 숯을 생산하기 위해 맹그로브 나무를 쓴다. 아래 사진은 쇼핑몰에서 '맹그로브 숯'으로 검색한 결과인데, 우리가 캠핑용으로 사용하는 숯 대부분은 맹그로브의 나무로 만든 것이다.

두번째는 새우 양식장 건설이다. 마트에서 값싸게 파는 블랙타이거 새우는 맹그로브 숲을 파괴하고 그 자리에 만든 양식장에서 사육된다. 유엔은 새우가 세계 수산물 교역량의 17.5%를 점유하하고 있는데, 타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서는 돈이 되는 새우를 양식하기 위해 맹그로브 숲을 벌목한 자리에 양식장을 건설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튀김 덮밥 집에서 먹었던 새우튀김은 아마도 맹그로브와 관련이 있을 것 같다.


맹그로브 보호 움직임

최근 맹그로브의 다양한 가치가 인식되면서 세계의 다양한 주체들은 맹그로브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2018년 유네스코 총회에서는 맹그로브 생태계 보호를 위해 매년 7월 26일을 '국제 맹그로브 생태계 보존의 날'로 지정했다. 다음은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세계 맹그로브 생태계 보전의 날 전 세계에 보낸 메시지이다.


세계 맹그로브 생태계 보전의 날

오드리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 메시지

2018. 7. 26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열대 지역에 위치한 맹그로브는 인간과 환경, 생물다양성에 상당한 이익을 주는 독특한 생태계를 형성합니다. 맹그로브는 폭풍과 쓰나미, 해수면 상승으로부터 보호장벽이 되어줍니다. 맹그로브는 해안선 침식을 막아주고 연안 수질을 조절하며, 어장을 보호하고 많은 연안 지역 사회를 위한 식량 안보 증진에 기여합니다. 또한 해양의 멸종위기종을 위한 서식지를 제공합니다. 게다가, 블루 카본 싱크라고 부르는 대기 중 탄소를 저장하는 자연 메커니즘을 통해 기후변화가 연안에 끼치는 영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그런데 오늘날, 맹그로브 생태계는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습니다. 40년 간 세계적으로 맹그로브 면적이 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주로 연안 개발 때문입니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과 지질공원은 세계에서 가장 넓은 맹그로브 숲 중 하나인 인도와 방글라데시 사이의 순다르반스를 비롯한 세계각지의 맹그로브 숲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는 생물권보전지역 및 지질공원을 통해 이 독특한 생태계에 대한 지식을 더하고 이에 대한 관리와 보존을 향상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은 토착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증진하고, 지역 경제의 중심에 있는 여성의 역할을 촉진시키기 위함입니다.

더욱이, 유네스코 정부간해양학위원회는 국제보호협회, 세계자연보전연맹과 함께 착수한 주요 국제 프로젝트 ‘블루 카본 이니셔티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이니셔티브의 목적은 맹그로브와 갯벌, 염생식물에 초점을 맞추어 연안과 해양 생태계의 보전, 보호, 복원,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해 노력함으로써 기후변화의 영향을 막고자 하는 것입니다.

세계 맹그로브 생태계 보전의 날에 지구와 그곳에 살고 있는 생물들에게 매우 절대적인 생태계를 보존하려는 우리의 노력을 재확인하고,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날을 제안한 에콰도르가 콜론 제도(갈라파고스) 생물권보전지역에서 보여주고 있는 두드러진 활동은 영감의 원천이 될 것입니다."


과유불급

<주역전의>에는 택풍 대과 괘에 대해 " 택(澤)은 나무를 윤택하게 하고 길러주는 것인데 마침내 나무를 멸하여 없애는 데에 이르니, 대과(大過)의 뜻이 된다."라고 하였다. 이는 <논어> 선진편에 나오는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이라는 말과 뜻이 통한다.

과거 인간은 안간힘을 써서 자연을 극복하고자 노력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노력이 크게 지나쳐(大過) 그 피해가 인간에게로 돌아 오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지열 에너지 개발로 인해 발생한 포항 지진, 식량 생산량 증대를 위해 사용한 화학비료로 인한 토양 오염과 수질 오염 등은 '크게 지나침(大過)'의 결과물이다. 우리는 얼마나 더 지나치고, 후회할 일을 만들 것인가. 새우 튀김 한 마리도 죄책감과 후회 없이 먹을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지나치게 욕심을 부려 주변을 피곤하게 한 일은 없나 조용히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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