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교사 주역을 만나다

06 천수(天水) 송(訟) 괘: 분쟁은 끝까지 감이 흉하다.

by 땅 작가

하늘에서 떨어진 빗물의 주인은 누구일까? 대자연의 조화로 내린 비는 정해진 주인이 없다. 그저 필요한 이가 사용할 뿐이다. 사슴이 목이 마르면 사슴이 마시고, 다람쥐가 목이 마르면 다람쥐가 마신다. 루소가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말한 것처럼, 자연물에는 본래 주인이 없다. ‘주인’을 자처하는 것은 일종의 사기 행각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무언가의 주인이 되기 위해 서로 싸우니, 그 오만함이 하늘을 찌른다.

최근 물(水)을 차지하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는 분쟁이 한창이다. 자원을 두고 분쟁이 발생함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기후 변화 등으로 인한 물자원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한 물줄기에 의지하는 국가 간 분쟁이 심해지고 있다.

64괘 중 ‘천수(天水) 송(訟)’괘는 하늘에서 비가 내리는 모양을 연상케 하니, 이번 꼭지에서는 ‘송(訟)’ 괘를 중심으로 세계 물 분쟁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천수(天水) 송(訟)’ 괘의 ‘송(訟)’은 분쟁을 나타내는 말이다. ‘송(訟)’이란 글자는 소송(訴訟), 쟁송(爭訟) 등의 단어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처럼 재물을 두고 시비를 따지는 것을 의미한다. <주역전의>에서는 이 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괘(卦) 됨이 건(乾)이 위에 있고 감(坎)이 아래에 있으니, 두 상(象)으로 말하면 하늘의 양은 위로 가고 물의 성질은 아래로 내려가서 그 감이 서로 어긋나니 이 때문에 쟁송(爭訟)을 이루는 것이요, 두 체(體)로 말하면 위는 강하고 아래는 험하니, 강(强)과 험(險)이 서로 접하면 쟁송(爭訟)이 없을 수 있겠는가. 또 사람이 안은 매우 험(험조, 險阻)하고 밖은 강건(강강, 剛强)하니 다투게 되는 것이다.”

재물을 두고 서로 뜻이 다르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두 사람 중 위에 놈은 강하여 고집에 세고, 아랫놈은 말이 안 통할 정도로 험하면 어쩔 수 없는 분쟁의 상이다. 개인으로 보았을 때에도 사람의 마음이 음험한데다가 몸까지 강하여 으스댄다면 누구를 만나도 싸움을 걸기 일쑤인 망나니가 되는 것이다.

메콩강 물을 두고 다투다.

최근 메콩강 유역의 중국, 라오스, 타이, 캄보디아, 베트남 등 국가들은 하천의 물 사용권을 두고 분쟁 중이다. 이 강의 발원지는 중국인데, 중국이 대규모 댐을 건설하면서 물을 독차지했다. 1990년대 초부터 중국 중앙정부와 티베트 자치구·칭하이성·윈난성 등 세 개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란창강 개발 프로젝트(중국은 메콩강 상류를 란창강이라고 부름)’를 추진했는데, 상류에 초대형 댐을 지어 수력 발전에 활용하고, 중류에는 대형 선박의 이동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메콩강 댐 건설 현황(출처:중앙일보, 20190222)

물 공급이 줄자 메콩강 유역에 사는 주민들은 이전처럼 물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메콩강 유역의 2억 명에 가까운 주민들이 메콩강에 의지하며 살고 있는데, 농사지을 물이 줄면서 삶에 위협을 받고 있다. 댐 건설로 메콩강 수위가 급격하게 낮아지자 2010년과 2016년 메콩강 유역 국가들은 최악의 물 부족 사태를 겪었다.

산업화를 위해 전력이 필요한 중국은 대형 댐 건설을 중지할 뜻이 없어 보이고, 하류의 메콩강 주변국들은 국민의 생존권이 달려 있어 양보할 수 없다. 메콩강 유역의 국가들은 연합체를 만들어 국제기구에 항의하고 있으며, 중국에 맞서 2030년까지 40여 개의 댐을 지을 계획이라고 하지만 하류 국가들에게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어 보인다. 메콩강의 물을 둘러싼 인접 국가들의 갈등이 '천수 송' 괘의 의미와 무척 닮아 있다.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 유역의 물 분쟁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유역도 메콩강 유역과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은 터키·요르단·이란·이라크 등 여러 국가를 흐르는 국제하천이다.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의 상류 지역은 터키의 영토인데, 터키가 22개의 대형 댐을 만들어 티그리스-유프라테스 수자원을 통제하면서 하류에 위치한 국가에 물 공급이 줄어들었다.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 수계와 댐 건설 현황(출처: 티그리스-유프라티스 수계와 댐의 위치(출처: https://www.savethetigris.org)
골란 고원의 위치

특히, 유프라테스강 하류에 위치한 국가 시리아는 물 공급이 줄어들면서 수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리아의 영토였던 골란 고원에는 수자원이 풍부한데, 골란 고원의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이스라엘이 1960년대 벌어진 중동 전쟁 시기에 강제 점령해 버렸다. 골란 고원에서는 이스라엘 땅이 내려다 보이고,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까지의 거리는 50㎞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스라엘에게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었다. 물 또한 풍부해서 이스라엘은 이 지역을 국제적 비난을 받으면서도 강제 점령해 버렸다. 시리아는 터키가 티그리스 강 상류에 댐을 지어 물을 통제하자 이스라엘에 빼앗긴 골란 고원을 다시 되찾기 위해 고심이다.

이 고원을 두고 시리아와 이스라엘은 아직도 분쟁 중이며, 유엔은 이 지역의 무력 분쟁을 막고자 1974년부터 완충지대를 마련하여 약 1,000명의 평화유지군(UN DOF)을 주둔시켰다. 그동안 국제사회가 평화협상을 중재했지만 수자원과 전략적 가치 때문에 이 문제가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분쟁 해결의 실마리는 있는가?

<주역>에서는 송 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하늘과 물이 어긋나게 감이 송이니, 군자가 보고서 일을 하되 처음을 잘 도모한다."

"송은 성실함이 있으나 막혀서 두려우니 도리에 맞으면 길하고 끝까지 감은 흉하다."

'처음을 잘 도모한다.'라는 말은 애초에 국가 간 교류와 협력을 통해 공동의 번영을 고민했다면 수자원 분쟁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또한 '도리에 맞으면 길하고 끝까지 감은 흉하다'라는 말은 국가 간의 분쟁이 길어 좋은 예는 없으니, 세계 평화의 방도를 모색하면 길할 것이요, 끝까지 경쟁하고 분쟁을 지속한다면 결말이 나쁠 것이라는 의미로 보인다.

세계의 물 분쟁 지역은 위에서 다룬 메콩강,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 이외에도 많은 지역이 있다. 아프리카의 나일강 유역, 유럽의 도나우 강과 라인 강 유역, 인도-방글라데시 일대의 갠지스 강 등. 심지어 우리나라의 지방자체단체들 간에 물 분쟁이 일어날 정도로 물줄기의 이용을 둘러싼 갈등은 흔한 일이다.

세상에 물만큼 소중한 것이 없기에 물을 두고 경쟁한다면 물러설 이도 없다. 하지만 앞에서 본 것처럼 물이라는 공유 자원을 국가 단위에서 독차지하려고 경쟁을 벌인다면 개인이 벌이는 '공유지의 비극'보다 더 심각한 비극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엘리너 오스트롬이 공유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경쟁이 아닌 협력과 제도의 개선을 주장한 것처럼 메콩강,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 유역을 둘러싼 국가들은 상호 협력과 협력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제도를 수립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