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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방인 Aug 14. 2020

취미가 무엇인가요? (1) - 게임 편

* 취미 :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즐거움을 얻기 위해 좋아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


자기소개가 필요한 순간에 이름, 나이 등과 더불어 꼭 따라붙는 한 가지 질문이 있다. “취미가 무엇입니까?”. 사전적인 의미대로 여가시간을 재밌게 보내기 위해 내가 하는 일이 취미일진대, 의외로 취미가 무엇인지 빠르고 명확하게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억지로 무난하고 그럴 듯 해 보이는 음악 감상, 영화감상, 독서 등으로 대답하는 사람이 많고, 가끔씩 친구 만나기, 음주 등으로 질문에 응수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나는 쓸데없는, 근거 없는 자부심을 하나 가지고 있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내가 즐거움을 얻기 위해 하는 일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는 자부심 말이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현대 컴보이라는 게임기를 사주셨다. TV에 연결하여 1명 혹은 2명이 게임을 할 수 있는 기계였는데 어떤 이유에서, 어떤 계기에서 부모님이 사주셨는지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굉장히 즐거웠던 순간들이었다라는 것만은 생생하게 기억난다. 형과 함께 게임을 즐겁게 했던 것은 물론이고, 부모님도 가끔 게임을 같이 하셨기 때문에 온 가족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특히 기억나는 것은 어린이날 즈음 아빠가 근무하던 은행으로 나를 불러서 깜짝 선물로 하고 싶었던 게임팩을 선물로 주셨던 일이었다. 너무 기뻐서 게임팩을 받아 들고 후다닥 집으로 와 게임을 했고, 아빠가 퇴근 후에는 아빠도 함께 게임을 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어렸을 때의 계기가 있었기 때문일까. 나는 여전히 게임을 즐겨한다. 사실 게임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단순히 게임을 즐겨한다라는 말로 그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는지는 전혀 설명될 수 없다. 일단 게임을 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게임을 하는 방식을 크게 나누어보자면 PC게임(온라인 연결이 동반된), 주로 TV에 연결해서 즐기는 콘솔게임(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닌텐도 스위치), 그리고 스마트폰의 대중화 이후에 일상화가 된 모바일 게임 정도로 나눠볼 수 있겠다.


자세히 설명할 시간이 없을 때는 그냥 “제 취미는 게임이에요”라고 퉁치는 편이다. 그러나 게임을 조금 알고, 얘기할 시간이 주어졌을 때는 내가 게임을 즐기는 방식에 대해 설명을 하곤 한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제 취미는 온라인 연결을 동반하지 않은 콘솔게임이 취미에요”이다. 어렸을 때 TV게임을 즐겨했던 기억 때문일까.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게임기가 필요하고, 게임기로 하는 게임이 진짜 게임이다라는 쓸데없는 인식 때문일까. 아무튼 나의 게임 생활은 콘솔 게임기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휴대용 게임기에 집중이 되어 있다. TV가 없이도 손안에 들어오는 게임기를 통해 하는 게임 말이다. 과거에 닌텐도 3DS, PSP 등의 게임기를 통해 주로 게임을 했고, 최근에는 닌텐도 스위치를 통해 게임을 즐기고 있다. 대학교 졸업 후 자취 시절 TV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이동시간에 지하철, 버스 등에서 게임을 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작년 이사 후 출퇴근 시간이 길어져 최근에는 주로 출퇴근 시간 버스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다.


PC게임은 하지 않는다. 집에는 사무용으로 가끔 쓰는 노트북만 있고 게임을 위한 고사양의 PC가 없다. PC가 없어서 PC게임을 하지 않는 건 이유가 될 수 없다. 하고 싶으면 PC를 사면 되기 때문이다. PC게임을 하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 온라인 연결이 수반되어야 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롤이나 배틀그라운드 등은 혼자 하는데서 재미를 느낀다기보다는 온라인 연결을 통해 누군지 모를 그 누군가와 함께 대결을 하고 게임을 하고 채팅을 하는 데서 재미를 느끼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 재미를 싫어하진 않지만 일단 시간과 노력이 많이 수반됨에 있어서 어느 순간부터 손을 대지 않기 시작하게 되었다. 잠깐잠깐씩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한번 시작하면 장시간 하기 마련이다. 온라인 매칭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 게임 플레이 후 채팅하는 시간 등등으로 인해 말이다. 그래서 틈날 때마다 잠깐잠깐씩 즐기고자 하는 나의 취미생활과는 잘 맞지 않아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었다.


게임을 즐기는 방식 다음으로 게임의 장르에 대해서도 얘기가 필요하다. 영화도, 책도 장르가 있다. 액션이 있고 스릴러도 있고 코믹도 있다. 게임에도 장르가 있다. 뛰어가고 넘어가고 하는 등의 액션게임(슈퍼마리오 류), 탐험과 모험을 통해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어드벤처 게임, 쉽게 얘기해 총싸움의 슈팅게임(과거에는 비행체를 통해 미사일 등을 날리는 게임이 슈팅게임의 대명사였다면, 최근에는 배틀그라운드 등의 총을 이용하여 저격, 사격하는 게임이 슈팅게임의 주류로 이해되고 있다.), 역할분담을 통해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RPG(Role Playing Game), 축구, 야구, 농구 등의 스포츠게임, 모바일게임의 대중화를 이끌게 된 퍼즐게임 등등이 그것이다.


게임의 장르에 대해 얘기해봄으로써 이제 한 가지 조건을 더 붙여서 얘기할 수 있게 되었다. “제 취미는 온라인 연결을 동반하지 않은 휴대용 콘솔을 통한 RPG게임이에요”라고 말이다. 각 잡고 장시간 동안 게임을 하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직장생활, 가정생활 등 본업이 있기 때문에 게임에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길어도 1시간 내외로 게임을 즐겨야 하는 상황이고, 이런 상황에서 가장 어울리는 장르가 RPG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언제 어느 순간에도 세이브(게임 데이터 보존)가 가능하고, 짤막짤막하게 노가다(캐릭터의 레벨을 올리는 작업을 지칭)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RPG 게임의 중요한 요소는 스토리와 전투이다. 캐릭터의 각자의 사정을 풀어나가는 방식과 잘 짜여진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는 게임을 통해서 감동과 희열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좋은 아이템을 획득하고 레벨업을 통해 캐릭터가 성장해나가기 위해서는 몬스터를 만나서 싸우는 과정도 중요하다. 싸우는 과정이 재미가 없으면 스토리가 아무리 좋아도 엔딩을 보지 못하고 중도하차하게 된다. 이렇게 짤막짤막하게 즐기는 게 가능하고 잘 짜여진 스토리를 느껴보고 캐릭터가 성장해나가는 과정이 재미있기 때문에 나는 RPG 게임을 즐겨하는 편이다.(혹시 게임에 대해 많이 알고 즐겨하는 사람을 위해서 덧붙이면 최근에는 “옥토패스 트래블러”를 즐기고 있다.)


게임을 즐겨한다라는 말을 들으면 보통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안타깝게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정말 안타깝다. 과거에 주로 있어왔던 부정적 인식은 신체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에서 기인한다. 게임하면 눈 나빠져, 밖에 나가서 뛰어놀지 않고 집안에서 가만히 게임만 하면 건강에 안 좋아 등이 그것들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릴 수 있겠다. 과거에는 게임 컨트롤러가 대부분 유선이었기 때문에 TV와 일정 간격 이상 떨어져 있을 수가 없어 TV 가까이서 게임을 해야 했기 때문에 시력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었겠으나, 요즘은 대부분 블루투스 기능을 활용한 무선 컨트롤러 방식이 이용된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가까이에서만 게임을 하지 않는다면 시력에 큰 영향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밖에서 운동하는 것보다야 당연히 가만히 앉아 있는 게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사실 그게 아니다. 손가락을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손가락을 움직이고 잘 활용하는 게 신체에 있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게임은 몸과 다리는 가만있을지언정 손가락 운동과 두뇌활동을 열심히 하는 행위이다.


최근에 형성된 부정적 인식은 게임의 콘텐츠에서 기인한다. 총을 쏘고 칼을 휘두르는 등 폭력적인 행위가 게임 내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도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 모든 게임이 폭력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으며, 또한 행위 자체가 폭력적일 순 있어도 표현방식은 게임마다 상이하다. 예를 들면 어떤 게임은 칼을 휘두르면 몬스터가 피를 흘리며 쓰러지기도 하지만 어떤 게임은 칼을 휘두르면 몬스터가 그냥 사라진다. 두 가지 표현방식은 분명 다른 것 같다. 물론 칼을 휘두른다는 행위 자체가 폭력적이고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게임은 게임으로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게임 속에서 칼을 휘두른다고 현실에서 칼을 휘두를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자아가 형성되지 못하고 성숙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현실감각을 무뎌지게 하는 등 부정적인 효과는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나도 너무 어린아이들이 폭력적인 내용이 담긴 게임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도 어려서부터 게임을 하긴 했지만 다행히 마리오 등의 액션 게임, 모험을 떠나는 어드벤처 게임 등을 부모님과 같이 했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게임을 접하지는 않은 것 같다.


게임의 폭력성에 대한 유명한 방송취재가 있었다. 게임의 폭력성을 실험하기 위해 어느 PC방을 방문해 갑자기 전원을 차단해버린 것이다. 손님들은 당연히 화를 냈고 욕을 했다. 탑골 공원에 가서 장군을 부른 장기판을 뒤집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며 무수한 조롱과 비난이 이어졌다. 이런 식으로 게임이 폭력적이다라고 몰아가는 정말 아닌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금도 엽기적인 살인사건 등을 게임과 연결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 친구를 무자비하게 죽인 학생이 알고 봤더니 평소에 게임을 즐겨하고 있었다는 식 말이다. 조금 오바해보자면 친구를 무자비하게 죽인 학생이 알고 봤더니 김치를 매일 먹고 있었다 수준이 아닐까. 김치를 먹으면 폭력적이 된다고 누가 얘기하겠는가. 평소에 게임을 즐겨하고 있었다가 아니라 평소에 잔인한 표현이 수반되는 폭력적인 게임을 즐겨하고 있었다라면 모를까.


다행히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게임을 즐겨하는 사람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쉽고 간단한 퍼즐게임이 게임 대중화를 이끈 것 같은 느낌인데 아무튼 게임을 취미로 하고 있는 나로서는 반갑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콘솔게임과 스마트폰 게임은 다르다고 말할 수도 있고, 스마트폰 게임은 많이 하지만 콘솔게임을 하는 사람은 드물다라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게임”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담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환영할 만한 현상인 것 같다. 취미란 여가시간에 내가 즐겁기 위해 하는 행동이다. 너무 과몰입하지 않고 자제력을 가지고 여가시간을 즐겁게 보내기 위해 하는 게임은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러고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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