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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방인 May 20. 2020

사실 가졌을 때보다 가지기까지의 설렘이 더 좋은 것

복권을 사는 사람들은 무슨 마음일까. 로또 1등 당첨 확률은 814만 5,060분의 1이라고 한다. 이 숫자를 굳이 기억할 필요도 없다. 그냥 안 된다는 얘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리고 가끔 나도 복권을 산다. 빠른 결과 확인을 원하는 사람은 토요일 저녁에 복권을 산다. 반면 어떤 사람은 월요일날 산다. 혹시 1등이 되면 어떡하지, 가장 먼저 무엇을 사야 될까, 주위 사람들에게 1등에 당첨됐다는 사실을 알려야 하나 말아야 하는 등 온갖 상상을 하면 토요일을 기다리게 된다. 1등 당첨도 당첨이지만 1등 당첨이 되기를 바라는 희망을 가지기 위해서이다. 막상 1등에 당첨된 사람이 지인 간의 분쟁에 휩싸였다거나, 무분별한 생활로 인해 파탄에 이르게 되었다라는 소식들도 심심찮게 기사를 통해 보게 된다.


희망이 있다는 것, 꿈이 있다는 것. 좋은 일이다.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은 미래를 생각하며 준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원하는 목표를 이루었을 때 허탈해진 경험이 없지는 않다. 이루었다라는 성취감과 만족감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동안 목표를 위해 쉴 틈 없이 달려왔던 일이 이제 과거의 일이 되어버리고 이제 무엇을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기 때문이리라. 더불어 막상 바라고 원하던 일이 이루어졌지만 상상 속에서 그려보던 상황과 조금 다른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복권 1등에 당첨 안돼 봐서 모르겠다. 1등에 당첨된 상황과 기분을 말이다. 그런데 복권 1등은 아니지만 바라던 일이 이루어졌을 때 생각보다 그렇게 좋지는 않았던 소소한 경험은 자주 있다. 어렸을 때 엄마가 운동화를 사준다고 하나 고르라고 했을 때, 소년잡지 등을 샅샅이 뒤져가며 가지고 싶은 모델을 골랐고, 신발 사진을 3박 4일 매일 쳐다보며 그 운동화를 신는 상상을 하며 행복해했었다. 드디어 운동화를 구입하였지만 그동안 상상만으로 펼쳐졌던 일들이 현실이 되었다라는 기쁨은 오래가지는 않았다. 가졌다라는 것은 이미 현실이 되어버렸고, 그 현실에 금방 적응을 해 버렸기 때문이다. 어떤 자동차를 살까 오랜 기간 고민했었던 기억도 있다. 이 차를 사면 어떤 장점이 있고, 저 차를 사면 어떤 장점이 있고 열심히 비교해가며 드디어 모델을 골라 계약을 한 날 잠을 이루기 어려웠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내 생활을 상상해보기도 하고, 자동차를 꾸밀 생각에 행복해하기도 했다. 정작 차를 받고 나니 이런저런 고장 때문에 고생을 하게 되었다. 차를 받기까지의 기대와 설레는 마음만 있을 때는 차에 문제가 있으리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다 좋고 다 잘될 것이라는 생각밖에는 없었다. 상상과 현실은 조금 달랐던 것이다.


한 분야에서 최고의 업적을 이룬 사람들의 소회에서도 가끔씩은 허탈함이 느껴지곤 한다. 운동경기에서 세계 1등을 차지한 사람들이나, 새로운 발명과 발견을 통해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말이다.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다는 사실에 목표를 잃어버렸다라거나,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게 목표가 아니라 그 자리를 지키는 게 목표가 되어버렸다는 말에서 생기를 찾기 어려울 때가 있다. 오히려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서 쉴 틈 없이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투지와 열정을 느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더불어 목표를 이루었을 때 나태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제 최고라는 사실에 자만감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러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기는 하다. 다만, 목표를 이룬 사람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더 멋져 보이고, 더 응원하고 싶은 건 나만의 생각인 걸까.


결혼에 있어서도 가끔씩 그러한 경우를 발견하게 된다. 누구나 핑크빛 결혼생활을 꿈꾸며 설렘과 기대를 가지고 결혼을 하게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유명인사들의 이혼 소식들이 뉴스를 통해 알려지게 된다. 서로 싸우고 잘 안 맞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결혼을 한 사람이 어디 단 한 사람이라도 있겠는가. 너무나 설레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결혼을 꿈꾸었으나, 막상 결혼 후에 문제가 생겨버리는 것이다. 그러한 사람들에게는 결혼생활보다 결혼을 준비하는 시간들이 더 행복했으리라.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상상하고, 또한 언젠가는 이룰 것이라는 설렘을 가지는 일은 행복한 일이다. 어쩌면 목표를 이루었을 때보다 더 행복한 일이다. 상상과 설렘에는 기대가 있고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이루고 난 후에는 기쁨이 있을지언정 기대는 없고 희망도 없다. 어쩌면, 이루었을 때보다 이루기 위해 노력할 때가 더 행복하고, 가졌을 때보다 가지기까지의 설렘과 기대가 더 행복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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