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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방인 Aug 20. 2020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순 없을까

여가시간을 즐겁게 보내기 위해 각자마다 서로가 좋아하는 일들, 취미생활을 하곤 한다. 음악을 들으면 좋고 책을 읽으면 즐거우며 게임을 하면 재미있기 때문에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다. 그런데 만약 하루 종일 취미생활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 너무 재미있고 너무 좋겠지라고 얼핏 생각할 순 있겠지만 과연 그렇기만 할까 하는 의문도 가끔씩 든다.


여가시간이란 것은 말 그대로 남는 시간이다. 남는 시간이란 것은 어떤 일과 어떤 일 사이에 비는 시간, 혹은 내가 나만의 의지를 가지고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시간 등으로 이해해볼 수 있겠다. 두 가지 의미가 있겠다. 일(공부)을 해야 하는데 일(공부)을 하지 않는다는 것, 해야 할 일 혹은 해야만 할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을 수 있겠고, 또 한 가지는 일을 하지 않음으로써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다라는 의미가 있겠다. 가장 먼저 와 닿는 것은 역시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이란 것이다(혹은 학생이라면 공부를 하지 않는 시간).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논다, 휴식한다라는 것과도 연결이 될 수 있다. 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점에서 오는 안도감, 구속에서 벗어낫다라는 해방감,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자유로움으로 인해 너무나 편안해지는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생각은 그렇다면 과연 무엇을 할까라는 생각일 것이다. 일을 하지 않아도 되고,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자유로워졌는데, 그럼 과연 이 자유로워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생각 말이다. 어떤 이는 낮잠을 자는 등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통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친구를 만날 수도 있고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일을 안 하고 하루 종일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내일이면 또 출근을 해야겠지, 내일이면 또 학교를 가야 하겠지라는 압박감이 조금씩 느껴질 때면 말이다. (아. 통상적이고 보편적이고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나의 기준으로 생각해 본 것이라는 전제를 달아둔다. 가끔씩 가뭄에 콩 나듯이 일을 하는 것이 즐겁고 공부가 제일 쉽고 재미있었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긴 있다.)


그런데 가끔, 어쩌다가 기적처럼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해야 할 일이 없어 내 맘대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순간들이 생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상하게도 막상 그런 행운에 직면하게 되어 하루 종일 게임해야지라는 생각에 게임기를 켰다가 금세 지겨워지는 경험들이 있다. 하루 종일 자야지라고 생각하고 이불을 덮지만 금방 눈을 뜨게 되는 경험들도 있다. 그동안 못 봤던 드라마를 몰아서 하루 종일 봐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최종화까지 완주하지 못하고 중간에 멈추는 경우도 흔하지 않게 생긴다. “내일은 휴일이야! 내일은 취미생활을 위한 하루로 만들어보겠어!”라고 오늘 생각했다가도 막상 너무나도 많이 주어져버린 자유시간이 지겹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루 종일 노는 것보다 일을 하다가 잠깐잠깐씩 노는 일이 훨씬 스릴 있고 재미있었던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어렸을 때 뉴스라는 것은 아버지들이 보는 것이다라고 생각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험기간 동안 잠깐 쉬는 시간에 보는 뉴스는 왜 그리 재미있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취미생활이라는 것은 여가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인 것이고, 여가시간이라는 것은 남는 시간, 비는 시간이기 때문이 아닐까. 남는 시간이라고 하는 것은 채우는 시간이 있어야 생길 수 있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은 여가시간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일을 하기 때문에 휴식이 의미가 있고, 바쁘기 때문에 한가한 것이 의미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취미생활이라는 것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는 것이긴 하겠지만, 좋아하지 않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본업이 있어야 취미생활도 더욱 의미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 덕업일치가 되어 성공한 사람들이 물론 없지 않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생업을 위해 하는 일과 취미생활(=좋아하는 것)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하루 종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왜 하지 않겠는가. 내가 취미생활을 함으로써 경제적인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잠깐이라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고 있는 사람들은 왜 많지 않은 것인가. 그렇게 시도해 본 많은 사람들의 실패담을 우리는 들어보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것은 어떠한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단순한 시간을 소비하는 행위에 그치는 경우이기 때문도 있을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나의 취미생활을 경제적 이익 창출과 연결시키려 하는 순간, 취미생활은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즐겁자고, 재밌자고 한 일이 고민으로 다가오고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즐겁지도 않고 재밌지도 않게 된다.


개인적으로 나는 취미가 많은 편이다. 게임을 하는 것도 좋아하고, 프라모델을 만드는 것도 좋아하며, 피아노를 치는 것도 좋아하다. 그래서 여가시간이 생겼을 때 게임을 하다가 지겨워지면 피아노를 치고, 지겨워지면 프라모델을 가지고 놀기도 한다. 어렸을 때 가끔씩 생각해보았다. 게임하는 것을 통해, 피아노 치는 일을 내가 하루 종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말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마음속 한켠에 고이 접어두기로 했다. 나의 취미생활은 내가 열심히 일을 하는 것에 대한 보상이 될 수 있도록, 취미생활이 순수히 즐거움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자유는 구속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법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하기 싫은 일을 할 때 더욱 하고 싶어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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