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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방인 Aug 26. 2021

취미가 무엇인가요? (4) - 만화책 편

* 취미 :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즐거움을 얻기 위해 좋아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


자기소개가 필요한 순간에 이름, 나이 등과 더불어  따라붙는  가지 질문이 있다. “취미가 무엇입니까?”. 사전적인 의미대로 여가시간을 재밌게 보내기 위해 내가 하는 일이 취미일진대, 의외로 취미가 무엇인지 빠르고 명확하게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던  같다. 억지로 무난하고 그럴   보이는 음악 감상, 영화감상, 독서 등으로 대답하는 사람이 많고, 가끔씩 친구 만나기, 음주 등으로 질문에 응수하는 경우도 있었던  같다. 그런 면에서 나는 쓸데없는, 근거 없는 자부심을 하나 가지고 있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내가 즐거움을 얻기 위해 하는 일에 대해 얘기할  있다는 자부심 말이다.


만화라고 하면 흔히들 유치한 것, 애들이 보는 것 등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닌 거 같다. 일반적으로 글자로만 된 책을 읽고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그림과 글자를 통해서 이해하기 쉽게 만든 것이 만화라는 측면에서 말이다. 그러나 그러한 용도가 아닌, 글자로만 내용을 전달하는 것보다 그림과 글자를 통해서 내용을 전달하는 일이 훨씬 효율적이거나 의미 있다는 측면에서는 어른에게나 아이들에게나 만화는 재미있고 훌륭한 생각의 전달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웹툰이라는 형태로 만화가 사람들에게 좀 더 접하기 쉽게 보급되고 있다. 스마트폰을 하루 종일 손에서 거의 놓지 않는 현대인들에게 언제 어디서나 쉽게 만화를 접할 수 환경이 만들어져 있는 이러한 환경 덕분에 재능 있는 만화가들이 많이 발굴되기도 한다(과거 종이로 된 만화책을 펴내야 했던 시대와 비교해서). 웹툰 중에는 굉장히 다양하고 심오하기도 하며 수준이 높은 작품들도 많다. 직장인들의 삶을 다룬 “미생”이라던가 영화로 만들어져 인기를 끌었던 “신과 함께” 등은 사실 그 독자의 대상이 애들은 아니다. 유치하고 애들이 보는 내용을 한참 벗어나 현대인들의 삶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 보게 되는 작품으로써 결코 내용이 가볍지 않다. 그런 면에서 만화는 더 이상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닌 것이다.


잠깐 언급한 대로 만화는 확장성도 무궁무진하다. 대표적인 콘텐츠산업(게임, 영화, 드라마, 음악, 캐릭터, 애니메이션 등)의 대표주자로써  OSMU(One Soure Multi Use-하나의 콘텐츠로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의 가장 중요한 Original Source로써의 가치가 있다. 영화를 알고 봤더니 웹툰이 원작이더라, 재미있게 본 드라마가 웹툰을 드라마로 만든 거였더라 등의 얘기는 이제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만화를 영화로, 드라마로, 게임으로 재제작하는 일은 너무나 일반적인 일이 되었다. 그만큼 이제 만화는 과거보다 사람들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고 할 수 있다.


서론이 장황하고 길었다. 그래서 나는 만화를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한다.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한글을 유치원도 들어가기 전에 마스터한 신동이었지만, 만화를 보는 일은 글자로 된 책을 읽는 일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만화를 보기 시작했는지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렸을 때의 나의 삶에는 어느 순간부터 만화가 함께 했었던 것 같다. 당시(초등학교 시절, 1980년대 후반~1990년대)에는 매주 혹은 격주로 여러 가지의 만화를 모아서 발행되는 IQ점프, 소년챔프 등의 만화 모음집이 있었고, 친구네와 역할을 분담하여 각자 만화 모음집을 사서 바꿔서 보기도 했다. 매주 한편당 약 20페이지 정도의 만화가 연재됨에 따라 중요한 순간에서 끊기는 등 감질맛을 느껴 계속해서 만화 모음집을 구입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으며,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골라서 먼저 보기도 하는 등 만화책에 관련한 여러 가지 기억들이 떠오른다.


그러다가 여러 가지 만화들이 편집된 책이 아닌 단행본의 만화책으로 만화라이프를 선회하게 되었다. 역할을 분담하여 서로 다른 만화 모음집을 사서 공유하던 친구가 어느 날 나는 이제 만화 모음집이 아니라 단행본을 주기적으로 구입하겠다고 선언을 함에 따름이었다. 서로 다른 작품의 단행본을 사서 같이 공유하는 방향으로 합의를 보게 된 것이다. 이때 단행본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던 작품이 “드래곤볼”이었다. 관련된 수익이 얼마인지 집계조차 불가능하다는 그 유명한 “드래곤볼” 말이다. 유치하기도 한 거 같으면서도 소년들의 투쟁심과 모험심을 자극하는 “드래곤볼”을 보고 자란 세대들은 여전히 잊지 못하는 작품일 것이다.


부모님께 감사한 것은 이렇게 내가 만화책을 보는 것을 말리거나 싫어하지 않으셨다는 점이었다. 만화책도 책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셨었던 것 같고(물어보진 않았고 추측이긴 하다), 그러한 영향을 받아 나도 책을 보는 행위와 만화책을 보는 행위를 동일시했었던 것 같다(글자로만 이루어졌던 책도 물론 열심히 봤었다). 그 덕에 누워서 만화책을 보는 일도 잦았었고 그래서 시력도 나빠져 안경을 끼게 되는 등 부작용도 어느 정도는 있었지만, 그러한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만화책을 보는 일은 너무나 즐겁고 행복했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만화의 가장 큰 매력은 만화책을 보면서 내가 마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 좋은 상상을 할 수 있다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운동에는 젬병이지만 “슬램덩크”를 보면서 내가 강백호같이 운동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었던 것처럼 느낄 수 있고, “드래곤볼”을 보면서 지구를 위협하는 못된 놈들을 처단하는 손오공이 된 것처럼 느낄 수도 있으며, “소년탐정 김전일”을 보면서 미궁에 빠진 사건들을 추리하는 탐정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가끔씩은 현재 내가 일을 하거나 살아가면서 떠오르는 아이디어와 신선한 생각들의 원천은 만화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만화책을 통해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을 떠올리는 상상력을 기를  있고, 만화책을 통해서 때로는 엉뚱하고 때로는 괴짜 같은 일들을 경험해볼 수 있어 자연스럽게 평범하지 않은,  기발한 생각과 아이디어를 올리는 훈련이 되었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화의 본연의 재미와 더불어 어렸을 때의 추억 회상,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얻는 연습을 해보기 위해 지금도 시간이 날 때면 만화책을 보는 일을 즐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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