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로버츠가 나오는 유혹의 선이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신의 영역을 넘 본 자들이 어떤 고통 가운데 살아가게 되는지를 다룬 거라고 희미하게 기억한다.
이민자의 삶도 그런 비슷한 거라고 생각하면 너무 과장될까?
다른 문화를 넘보았다는 이유로
불행을 초래하는 가장 큰 원천중 하나인 비교를
가슴에 안고 살아가야하는 형벌을 받고 산다고 하면
웃긴다고 할까?
은퇴가 다가오는 시점에 이르니
어디서 살까? 가 일상의 이슈가 되어있다
한국으로 돌아갈까?
미국에 남을까?
그냥 한 나라에서 태어나 자라고 쭈욱 살았다면
전혀 하지 않을 걱정을 달고 살아야한다.
어차피 둘을 다 가지지도 못하는데
어디를 선택하던 미련이라는 놈이 머리 끄댕이를 잡아 땡길테니 가진 자의 배부른 타령이라고 비난 받기에는 좀 억울하다고 해야할 듯.
그것 만이 다는 아니다 .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태평양 건너에서 고국을 바라보며
그리움을 숙명처럼 달고 사는 교민들을
한국국민들은 검머외라고 폄하하면서
잘 먹고 잘 살려고 떠났는데
이제와서 왜 빌붙으려 하느냐 하면서 눈을 흘기고
그동안 온갖 차별을 무릅쓰고 살아내왔지만
이민자 라는 딱지를 평생 주홍글씨처럼 얼굴에 붙이고 살아가야 하는 이 이방에서의 삶에 지쳐가고 있으니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존재가 되어 세상을 떠도는 것 같으니 말이다.
1세대들이야 스스로 선택했으니 그 책임을 묵묵히 어께에 지고 살아내지만
2세대들은 또 어떠한가?
온전히 뿌리 내리지 못한 부모세대와는 달리
그들은 이방의 세계에 깊숙히 들어가서 그 여린 몸으로 부딪혀서 살아내야한다.
오래전 버지니아 텍에서 일어났던 살상사건이 떠오른다. 너무 극한 예라서 좀 그렇지만
그 사건을 일으킨 김승희라는 인물의 배경엔 이민 가정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그렇다고 대량살상이 합리화될 수는 없지만
이민 가정의 자녀들은
그에 준하는 응어리들을 한 두개씩은 갖고 살아간다.
첫째의 지랄맞았던 사춘기도 그런 응어리가 도화선이 되었을테고 그 산을 넘어가는데
내 인생의 에너지를 반쯤은 부어넣은 것 같았다.
나보다 먼저 이민을 오셔서 풍족하게 사시는 선배 한 분이 하신 아픔이 가득한 조언은 잊을 수 없다.
세탁소를 운영하시느라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일했고 하나 있던 딸은 공부를 잘해서 의사가 되어 뿌듯했는데..
어느 날 의사 딸이 자기 아이들에 매달려 힘들게 사는게 안타까워서 좀 쉬엄쉬엄 하라고 했단다.
그랬더니
딸이 울음을 터뜨리며
자신이 엄마를 필요로 하던 그 시절에 엄마가 옆에 늘 없어서 얼마나 외로웠는지 모른다고 자신은 아이를 낳으면 꼭 옆에 붙어 있을거라 맹세를 했다고 말했단다.
그 말에 선배는 억장이 무너졌다고.
자식 잘 되라고 이민와서 그 고생을 하고 키웠는데 하시면서 눈물을 흘리셨다.
그리고 아이들 옆에 될 수 있으면 함께 있어주라고..
나는 선배도 그 딸도 다 이해가 된다.
오늘 아침
한국으로 역이민하여 씨니어 타운에 살던 한인 노부부가 왕따를 당했다는 유투브를 보았다.
그리고
떠도는 유랑 별..이라는 구절이 떠올랐다.
현철이라는 트로트 가수가 어느 드라마에서 부른 주제곡이었다고 생각되는데..
내 마음 별과 같이 저 하늘 별이 되어
영원히 빛나리..
여고시절 내 작문 노트 이름이 "별"이었다.
반짝이는 미래에 대한 막연하지만 설래는 맘을 담아 지었다.
그리고 지금 그런 별이 되었다.
선망하던 미국이라는 나라에 온 떠도는 유랑 별..
서글픈듯하지만
여전히 별은 별이다
어디도 내 자리가 아닌 그러나 반짝이는..
어차피 인간은 그렇게 저 하늘의 별이 되는 날까지 이 땅에 머물며 살아야 하는 존재인데
흙먼지 뒤집어 쓴 돌이 아닌
꿈을 반은 이룬 별이니 참 다행 아닌가?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