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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Feb 07. 2022

체스 A 그룹 금메달, 4년간의 여정

친구 따라 강남 아니 체스를 배웠는데... 우연한 재능 발견, 그리고

배경 이미지 출처: Pexels



2022. 2. 5


아들이 체스 대회를 다니기 시작한 때가 4년 전 이맘때였다. 유치원생이었던 아들은 생일선물로 체스 세트를 받은 친구 덕에 체스를 처음 접했다. 유치원에서 아들이 체스를 제법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그는 체스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아들의 대부는 체스 세트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었다. 우연히 발견한 아들의 재능에 신난 그는 아들이 체스를 좀 더 즐길 기회를 찾았다. 


헬싱키 체스 클럽에서 주관하는 어린이 체스대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아들과 함께 대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아들은 처음에는 대회에 참가하지 않고 그저 대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관찰했고, 다음 대회에 참여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처음 참가한 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나는 아들과 네 살 터울인 딸을 돌보느라 아들의 체스대회를 따라가는 게 쉽지 않았지만, 체스대회에 참가한 아들을 보고 싶어 아들의 첫 대회를 따라갔다. 한국 사람인 나는 체스대회라는 말에 꽤 많은 아이들이 모여서 체육관 같은 곳에 대회를 치를 것이라 상상했다. 좀 큰 교실 같은 크기에 체스 테이블이 적당히 들어서 있는 공간을 마주하자, 나의 기대는 '아 핀란드는 작은 나라지!'라는 깨달음으로 바뀌었다.


헬싱키 체스 클럽에서 주관하는 어린이 체스대회는 인증된 대회가 아닌 취미활동을 장려하는 대회라 각자 자신의 수준을 평가하고 그에 따라 무리를 나누어 경기를 치른다. 대회는 두 달에 한 번씩 치러지는데,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대회가 여러 번 취소되었다. 그룹은 수준에 따라 A부터 E까지 나눠지지만, 매 대회마다 모든 그룹이 존재하진 않았다. 그때그때 참여하는 아이들의 수가 달랐고 수준도 다양했다.


아들은 초보에 해당하는 E그룹에서 시작하여 A그룹까지 꾸준히 성장했다. 금메달을 딸 때도 있었고, 대체로 메달을 가져왔지만, 메달 없이 돌아올 때도 있었다. 2022년 2월 5일, 4년여의 여정 끝에 아들은 마침내 접전 끝에 처음으로 A 그룹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번 A 그룹은 아들을 포함하여 4명이 경기에 참가했다. 아들은 3명의 다른 아이들과 두 번씩 체스를 두어 3승 2무 1패로 2명의 다른 아이들과 공동 1등을 하였다. 1, 2, 3 등을 가리기 위해 3명의 아이들은 재경기를 치렀다. 추가적으로 치러진 경기는 원래 경기보다 짧게 진행되었다. 본 경기는 20분이 주어지고 기물을 움직일 때마다 10초의 추가 시간이 주어졌는데, 추가 경기는 10분의 기본 경기시간에 5초의 추가 시간이 주어졌다.


아들은 체스에 전반적으로 재능을 보이지만, 유독 빠른 체스 경기인 블리츠 체스에 강한 편이다. 자연스레 짧게 진행된 추가 경기에서 아들은 2명의 경쟁자를 쉽게 제치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아들과 오랜 시간 함께 대회를 다녔던 그가 감회가 새로웠던 모양이다. 아들의 체스대회 결과를 때때로 페북 담벼락에 자랑하던 그가 "It's been a long journey but finally, Emil gold in kids' chess tournament group A!"라며 아들의 금메달 사진을 페북에 올렸다. 


A 그룹 금메달과 4년간 모은 체스 메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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