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채식주의자가 된 계기는 호기심에 그냥 한번 일주일만 해보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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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가 된 지 얼마나 되었어?"
"나? 내년 1월이면 곧 22년이야."
스물다섯 살의 그는 공대생이라는 그의 정체성과 주변 환경에 질려 있었다. 변화가 절실했고, 당시 사귀던 여자 친구가 채식주의자라는 것에 영감을 얻어 1주일 동안 채식을 시도했다. 그가 공부하던 도시의 바에서 만난 기차로 2시간 떨어진 도시에서 대학을 다니던 여자 친구는 오래 사귀지 않아 그의 기억에서 희미해졌지만, 그가 채식주의자가 되는데 가장 큰 원인이 된 사람이다. 덕택에 얼굴도 모르지만, 내가 살짝 싫어한다.
흥미롭게도 그의 채식주의자 전 여자 친구는 그에게 채식을 권한 적이 없다. 당시 그는 공대생이라서, 아니면 시골 출신이라 그랬는지, 고기가 포함된 음식이 제대로 된 음식이라 생각했다. 채식에 대한 토론에서 탁상공론이 아닌 경험을 토대로 한 제대로 된 의견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그의 일주일 채식 시도에 주요한 영향을 끼쳤다.
일주일 채식 시도는 생각보다 쉬워서 그를 놀라게 했다. 채식을 시도하면서 처음으로 자신이 먹는 것, 요리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면서 채식은 단순히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줄이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채식과는 담쌓은 곳이라 여긴 공대 학생식당에도 채식이 제공되었고, 관심을 가지고 슈퍼의 제품들을 들여다보니, 전에 모르던 음식들이 눈에 띄기도 했다. 일주일 채식 시도는 채식에 대한 눈이 트이는 계기가 되었다.
일주일의 채식을 무리 없이 끝낸 그는 채식주의자의 삶을 이해할 수 있다고 느꼈다. 한 주 정도 더 경험하고 끝내도 좋겠다 싶었다. 이주일 뒤 주변의 일반적인 삶의 방식보다 채식이 잘 맞는 것 같다고 느낀 그는 언제든 그만둘 수 있으니 그만두고 싶을 때까지는 채식을 계속해보자 결심했다. 단순한 호기심에 시작한 채식이 삶의 일부가 되었을 때 그는 자연스럽게 채식에 대해 공부했다. 그러면서 공장식 축산에 대한 회의와 같은 채식의 도덕적 접근을 마주했고, 채식을 지속하게 되었다. 그렇게 그의 채식 시도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며 곧 22년이 된다.
요즘엔 삶의 한 방식으로 채식이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최근 지속가능성 측면이 강조되면서 채식이 유행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가 채식을 시도했을 때는 채식은 삶의 한 방식이라기보다는 사회적 토론의 주제였다. 그 주변에는 채식주의자가 거의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채식에 대한 견해를 가지기 시작했고, 공대를 제외한 일반 대학에서는 채식이 주류로 편입하려던 시기였다. 10대 여자아이들 사이에서는 동물의 권리를 위해, 반항하기 위해 채식을 시도하는 게 유행이었다. 그 시절 10대에 채식을 시도했던 사람들은 10대를 벗어난 뒤에 채식을 포기하는 경우가 상당했다. 그러나 그는 스무 살 중반에 채식을 시작해서인지 채식을 유지할 수 있었다.
공대에 대한 회의감에서 시작된 채식 시도는 또 다른 변화와 이어졌다. 같은 해에 그는 예술대 석사과정에 진학했다. 자유로우면서 도덕적이고,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는 예술대의 문화가 그에게 잘 맞았고, 채식을 계속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예술대의 성향을 받아들이면서 일어난 정체성 변화도 만족스러웠다. 내가 바라본 그는 견고한 공대 배경에 예술대 성향이 더해져, 아이디어 실행력이 높고, 공대와 예술대 시각을 동시에 지녔다. 매우 부럽다. 그런데 그가 공대를 언급할 때마다 상당히 비판적이고 우울해 보이기까지 해서 가끔 정확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의 채식에 대한 만족은 친한 친구에게 채식을 권하게 만들기도 했다. 끼리끼리 모인다고, 그의 친구도 공대 문화에 질려있었는데, 공대생이라면 절대 안 할 시도라며 흔쾌히 채식을 시도했고, 채식주의자가 되었다. 그의 친구는 한동안 완전 채식도 시도했는데, 그 길이 쉽지 않았던지 다시 치즈와 계란을 포함한 보편적인 채식으로 돌아왔다.
그의 채식 선택에 가족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동생은 딱히 반응이 없었고, 아버지는 일시적으로 유행을 따라 한다 여겼다. 어머니는 그가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하는지 채식이 건강에 해롭지는 않은지를 염려했다. 아버지는 그의 채식 선택을 때때로 비꼬셨지만, 생각보다 빨리 받아들였다. 아니 포기하셨다. 반면에 어머니는 수년 동안 아들에 대한 염려를 멈추지 않으셨다. 육식을 뺀 것 말고는 그의 식습관이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머니의 염려는 사실 불필요했다. 그의 식습관은 원래 건강과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
채식주의자인 그는 엄밀히 말하면 달걀과 유제품을 먹는 락토 오보(lacto-ovo vegetarian) 베지테리언인데, 보통 채식주의자 하면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으로 받아들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