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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Nov 16. 2023

동생이라 봐주고, 나는 첫째라고...

'불공평하다고요!!!', '그러네, 어쩌지?'

배경이미지: 2022년 6월, 동네 숲 산책 중에...



옆지기가 감기에 걸렸다. 2주를 넘겨 3주에 다다르고 있는데 언제 나을지 모르겠다. 처음 며칠은 39도까지 열이 오르더니 간간히 입술이 하얗게 질리고 몸의 떨림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추위를 탔다. 그 후론 기침을 많이 하고, 금세 지치는 정도로 감기가 지속됐다. 그러다 보니 옆지기는 아침에 아이들이 등교할 때도 침대에 머물렀고, 낮잠도 틈틈이 잤다.


이른 저녁시간에 침대에 누워있는 옆지기가 안타까웠다. 옆지기가 힘든 것과는 별개로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투닥거렸다. 아들을 불러 아빠가 아파서 힘들어하니 조용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오빠니까 동생도 챙겨 함께 조용히 해주면 좋겠다고 하자 아들이 투덜댔다. '오빠니까 동생에게'라고 시작하는 요청은 늘 불공평하다는 요지였다. 


초등학교 2학년인 동생 나이 때 아들에겐 초등학교 2학년이나 되었으니라고 하더니 동생은 초등학교 2학년이나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동생이라고 많이 봐준다는 항의였다. 정말 틀린 말이 하나 없는 불평이라 반박하지 않고 동의해 줬다. 안타깝게도 그게 첫째와 막내의 차이라며 나도 막내라 그런 혜택을 누리며 자랐다며 내 경험을 나누려 했지만, 아들 귀엔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귀 기울여 듣지 않아도 흘려라도 듣지 않을까 싶어 아들의 응석을 받아주며 동생이 태어나기 전까지 외동으로 사랑을 독차지한 점을 상기시켰다. 동생이 어리다고 더 챙겨줘서 서운할까 봐 동생 없을 때 틈틈이 아들만 챙긴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원래 인생은 불공평해. 서운해도 어쩔 수 없네.'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남매 사이의 차별 아닌 차이를 너무나 잘 알기에 아들의 서운함을 메워주려 애쓰는데 모자랐나 보다. 그래도 내게 서운하다고 투덜대는 걸 보면 괜찮은 게 아닐까? 아들을 위해 더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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