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환상기담 : 고요한 밤의 짧은 이야기 -20-

사냥꾼

by 이사금

#020. 공포환상기담 : 사냥꾼




그들은 항상 배가 몹시 고팠다. 삼 형제인 그들은 고향을 떠난 이후 제대로 뭔가를 먹은 적이 없었다.


사락 하는 소리와 함께 스산한 바람이 그들을 스쳤고 팔락거리며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은 장관이었으나 굶주림에 시달리는 그들의 눈엔 들어오지 않았다.


삼 형제의 어머니는 더 이상 그들을 보호해주지 않았다. 어느 정도 덩치가 크자 이제 충분히 자랐다고 여겨진 그들은 반강제적으로 고향 땅을 나와야만 했다.


“고기가 먹고 싶다. 그것도 살점이 많은 고기.”

“에이, 이 산에는 먹을 게 별로 없어.”


삼형제 중 막내는 형들이 투덜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막내도 마찬가지로 배가 고팠고 그들은 식욕이 독처럼 온몸에 퍼져나가는 걸 알았다. 그들은 당장이라도 입안에 가득 퍼지는 고기의 향을 느끼고 그 기름과 살점을 혀로 느끼고 싶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갑자기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주변에서 났고 그들은 재빠르게 그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토끼 모자가 당황한 모양새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삼형제와 눈이 마주친 토끼들은 겁먹은 모양새로 그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삼 형제의 발이 빨랐다.


키익-!


순식간에 그들은 토끼들을 잡아챘고 불쌍하고 가련한 짐승들은 비명을 지르며 파르르 떨었다. 토끼들에겐 안 된 일이지만 그들에게 그나마 다행이었을까. 삼형제는 실로 오랜만에 식사를 취했다.


“아, 근데 양이 너무 부족해.”

“좀 더 큰 녀석들은 없나?”


토끼들을 다 먹어치운 삼 형제는 공복감이 마저 사라지지 않은 걸 느끼며 입을 다셨다. 지금 입은 셋인데 이번에 잡은 사냥감은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앗, 잠깐…?!”


그런데 그때 막내가 무엇을 느낀 모양인지 형들에게 눈짓했다. 이에 형들 역시 뭔가를 알아챈 것 같았다. 그들은 바람에 미묘한 공기가 섞인 걸 눈치챘다. 그들은 곧 조심스레 수풀 사이로 몸을 숨기며 미묘한 공기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기를 봐!”


이윽고 그들은 바위를 지나 언덕에 다다랐고, 삼형제 중 둘째가 그 아래를 가리키며 외쳤다. 둘째가 눈짓으로 가리킨 방향에는 사냥감이라 할 만한 것들이 마구 몰려 있었다. 나머지 형제들도 아래를 내려보면서 쾌재를 불렀다.


저 아래는 분명 사냥감들의 서식지인 게 틀림없다.


이번에 그들의 눈에 띈 사냥감들은 토끼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덩치를 지니고 있었다. 가장 작은놈도 토끼보다는 배로 컸지만 움직이는 모양새를 보아서는 더 미련한 놈들인 게 틀림없었다.


“크하핫!”


곧 그들은 느릿한 사냥감의 움직임을 쳐다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의 웃음소리는 날카롭게 공기를 찢었고 사냥감들은 그 소리를 듣자마자 오금이 저리며 다리가 풀리는 걸 알았다.


이윽고 사냥이 시작되었다.


“히익!”


첫 번째 사냥감은 그들의 웃음소리를 듣고는 기겁하여 파랗게 질린 얼굴로 그 자리에 주저앉은 자였다.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둘째와 막내에게 붙들렸다. 이내 다른 사냥감들도 파랗게 질린 얼굴로 주변을 살펴보다가 첫째가 자신들을 내려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으아악!”


이에 재빠른 사냥감 중 하나가 그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을 치려고 했다.


그러나 그 동작은 느렸고 오히려 틈을 만들어 공격받기 쉬워졌을 뿐이다. 첫째가 재빠르게 도망치는 사냥감을 뒤에서 덮쳤고 칼날처럼 날카로운 그 발톱이 사냥감의 등을 찢어발겼다. 사냥감들은 비명을 지르며 정신없이 도망갔고, 나머지 형제들이 그들을 쫓기 시작했다.


“근처에 놈들이 더 있어!”


삼형제는 서로에게 그르렁거리며 외쳤다. 막내가 귀를 기울이자 여러 방향에서 숨을 죽여 흐느끼는 소리와 두려움에 질린 신음이 들려 왔다.


아무래도 이곳은 사냥감들이 산에서 식물을 취하고 일구며 살아가는 터전일 것이었다. 짚과 흙을 엮어 만든 굴처럼 생긴 사냥감의 보금자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보통 사냥감들의 서식지에 다가가면 나오는 기묘한 쇠와 불 냄새는 그들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그러나 여기선 기분 나쁜 냄새는 적었고, 그것이 삼 형제를 더욱 날뛰게 했다.


곧 그들은 가까이에 있는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 안에서 짙은 사냥감의 냄새와 공포에 질린 소리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파악-!


이내 첫째가 사냥감들이 만든 문을 향해 앞발을 휘둘렀다. 그들이 만든 문은 허술했고 압도적인 힘에 산산이 부서졌다.


“아아악!”

“사, 사람 살려요!”


이어 방 안에 숨어 있던 자들이 기겁했다. 미처 도망치지 못한 그들은 마지막 발버둥처럼 겨우 용기를 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살려달라는 외침을 듣는다고 해서 다른 이들이 그를 구하러 뛰어들 수는 없었다.

지금 범 세 마리가 한꺼번에 방에 들이닥치고 있지 않은가.


사람의 비명은 짐승의 울음에 묻혀 잦아들었고 곧 고통에 겨운 소리와 피부가 뜯기고 뼈가 부서지는 소음이 방 안에 울리기 시작했다.


다른 곳에 숨은 채 그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인간들은 더 버티지 못하고 자신들마저 붙들릴까 봐 비명을 지르며 뿔뿔이 주변으로 흩어졌다.


***


새벽을 지나 겨우 아침이 찾아왔다. 경비를 서느라 밤을 지새운 병사들은 피곤을 숨기지 못한 채 투덜거리거나 꾸벅거리며 성벽 위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거기 누구요?!”


그때 병사 하나가 성벽 아래에서 일어난 소란을 알아차렸다. 아래에는 겁에 잔뜩 질린 것처럼 보이는 인간들이 여럿 모여 있었다. 아무래도 옷차림이 꾀죄죄한 것이 산에서 화전을 일구고 사는 촌민들이 몰려온 듯했다.

그들을 발견한 병사들은 평소처럼 몰려든 인간들을 향해 신분을 밝히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병사들은 다급한 표정으로 외치는 촌민들의 말에 사태를 깨닫고 바로 성문을 열어줄 수밖에 없었다.


“호환(虎患)! 호환이요! 범들이 마을을 덮쳤소! 범들이 마을 사람들을 잡아먹었소! 제발 성문 좀 열어주시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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