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구원
60. 기묘한 구원
현지는 오늘 아침이 되어서야 열이 몹시 오른 채 겨우 집으로 돌아온 어제, 자신이 겪었던 일을 차근차근 떠올려보았다.
- 평소에 다니지 않던 지름길인 골목을 이용했고 왠지 엉뚱한 곳에 들어갔다가 어떤 남자애랑 여자애를 보았지.
남자애는 덩치가 컸고, 여자애를 때리면서 못살게 구는 게 장난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정도가 지나쳐서 그저 보는 것만으로는 현지는 기분이 불쾌해졌다.
여자애의 우는 소리를 듣는 순간 머리가 핑 도는 기분과 함께 속에서는 울렁거림이 솟구쳤고 왜인지 현지는 그 상황을 두고 볼 수가 없어졌다.
그래서 그는 뒷일을 생각도 안 한 채 남자애에게 다가가 여자애한테서 강제로 떨어뜨린 후 자신에게 대드는 남자애의 뺨을 갈겨 버렸다.
어른이 아이들 싸움에 끼어들었다고 누가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그때 여자애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모습이 안타까워서 현지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기묘한 것은 현지가 그다음 어떻게 집까지 돌아왔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는 것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현지는 이미 원룸에 도착한 상태였고, 방바닥에 널브러진 채 깨어난 그는 어제의 일에 이어 좀 더 과거의 일까지 차분히 떠올리기 시작했다.
- 그러고 보니 어릴 적에 날 괴롭히던 못된 녀석이 있었지.
현지는 어릴 적 길을 가던 자신을 붙잡고 조롱하며 괴롭히던 녀석을 혼내주고 귀신처럼 사라진 어떤 젊은 여자를 떠올리며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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