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환상기담 : 고요한 밤의 짧은 이야기 -1-

악몽의 오두막 (1)

by 이사금

#001. 공포환상기담 : 악몽의 오두막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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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이상한 꿈을 꿔.”

“응?”

“그건 분명 꿈이었어. 근데 무척이나 생생해.”


준규는 서준을 만나자마자 뜬금없이 그런 이야기부터 꺼냈다. 서준은 오랜만에 만난 준규의 안색이 눈에 띄게 창백하다는 걸 알았다.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는 건지 그의 몸도 굉장히 야윈 것 같았다.


그날 카페 내부는 한적했고, 어딘가 적막한 분위기가 준규의 마른 모습을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서준은 병색이 짙어 보인다…는 흔한 소설 속의 묘사를 준규를 보면서 떠올렸다. 그래서 혹시 어디가 아픈 거 아니냐는 질문을 적당한 때 던질 생각이었다.


“야, 일단 뭐라도 먹자.”


카운터에서 서준이 주문한 음료수와 디저트가 나왔다는 직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서준은 잠시 기다리라는 말을 하면서 테이블에서 몸을 뗐다. 준규는 서준이 뭘 하든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로 멍하니 자리에 앉아있었다.


서준이 그의 앞에 음료수를 내밀었지만, 준규는 먹는 것에 큰 관심이 없어 보였다. 서준은 준규가 요새 식사를 잘 하지 않는다는 걸 파악할 수 있었다. 이 녀석의 몸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아니, 저건 몸이 아니라 정신의 문제일지도 몰라. 서준은 그리 판단했다.


지금의 준규는 어딘가에 정신을 놓은 사람 같았다. 서준이 불안한 눈으로 그를 힐끔 바라보자, 잠깐 준규의 눈에 의식이 돌아오는 것 같더니 그는 갑작스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꼭 무언가가 자신을 쫓아오지 않나 걱정하는 사람처럼.


그러고 보니 아까 거리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도 준규는 어딘가 불안해 보였다.


이윽고 준규는 허둥지둥 다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아까 꺼낸 엉뚱한 꿈 이야기였다. 서준은 솔직히 준규가 꿨다는 꿈에는 별로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준규가 꼭 말을 털어놓고 싶어 하는 눈치였기에 내색하지 않았다.


준규의 말이 이어졌다.


“난 꿈에서 생전 처음 보는 어둡고 칙칙한 숲속을 홀로 걸어가고 있었어. 숲 자체는 별거 아니었지만, 빛이 들어오지 않아서 그랬나 좀 무서웠다는 생각이 들었어.”


준규는 그렇게 꿈속에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던 어두침침한 숲속을 걸어 다녔다고 했다. 거기까지만 해도 별로 특이할 것은 없었다. 꿈이란 건 으레 가보지 못한 장소로 사람을 인도하지 않던가? 길을 잃는 꿈, 낯선 곳에서 헤매는 꿈은 두려울 수 있어도 현실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런데 꼭 아직도 숲속을 헤매고 있는 것처럼 준규의 두서없는 말은 계속 이어졌다.

서준이 약간은 지루하다는 기색으로 준규를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뭔가가 내 뒤를 따라왔어.”

“?”


준규의 그 말은 순식간에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그날 꿈속에서 준규는 이상할 정도로 뒤통수에 시선이 달라붙는 것을 눈치챘다. 기묘할 정도로 숲속은 조용한데 누군가가 따라온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어느새 헉헉거리는 준규의 숨소리가 귓가에까지 차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멈출 수는 없었다.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준규는 분명 뒤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따라온다는 건 확신했다. 준규의 걸음이 빨라지면 뒤에 쫓아오는 이도 빨라졌고, 준규의 걸음이 느려지면 그도 느려지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내가 멈추면 어떻게 될까? 그도 멈추게 되는 걸까?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준규는 심호흡을 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때 휙- 소리와 함께 시야를 가릴 정도로 기다란 풀과 늘어진 나뭇가지 사이로 검은 무언가가 지나가는 것 같았다.


“헉-!”


이에 준규는 기겁하여 소리를 질렀다. 확실하게 본 건 아니지만 섬뜩한 무언가와 눈이 마주친 것 같았다. 보아선 안 될 것을 본 느낌이었고 그것을 깨달은 순간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유령, 귀신, 괴물, 악마….


준규의 머릿속은 복잡해졌고 불길하다 할 수 있는 존재들의 이름이 저절로 떠올랐다. 준규는 확신할 수 있었다. 적어도 사람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고요한 숲속에서, 인기척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장소에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그러나 발은 멈추지 않았다. 느리긴 할지언정 계속 걷고 있었고 다시 거기에 속도가 붙었다. 꿈속이었건만 무서울 정도로 땀이 솟았고, 비에라도 젖은 것처럼 온몸이 젖고 있었다. 발걸음은 더 빨라졌고 이제는 거의 뛰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헉-! 헉-!”


준규는 곧 자신이 뜻밖의 장소에 도착한 걸 깨달았다.


“꿈속에서 얼마나 걸었을까? 아무도 없는 거무칙칙한 숲속에서 그렇게 혼자…. 꿈속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난 너무 지쳐서 그 자리에 쓰러져 죽어도 이상할 것 같진 않았지. 그런데 그때였어. 바로 내 눈앞에 의외의 것이 나타난 거야.”


그때 준규의 눈앞에 나타난 건 그건 새하얀 오두막이었다.


“오두막이라니, 놀랍지.”


사람이라곤 살지 않는 것 같은 숲속에서 사람이 만들어 놓은 오두막이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전혀 낡지 않고 깨끗하게 갓 지어진 느낌으로. 마치 처음부터 준규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원래 꿈이란 건 현실성이 없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사람의 흔적이 없는 숲속에서 깨끗한 오두막이 나타나는 건 이상할 리 없는 현상이었다.


어쨌든 다행이었다. 뒤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자신을 쫓아오고 있었다. 준규는 그 오두막이 어떤 집인지 누구의 집인지도 알지 못하면서 안도부터 했다. 일단 쉴 수 있는 곳이 생긴 거니까.


그래서 준규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오두막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런데 꿈이라서 그랬던 걸까? 오두막의 정문은 잠겨있지 않았고 기다렸다는 것처럼 수월하게 문이 열렸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지만 그 오두막 안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이상한 일이었지만 준규는 그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다.


오두막의 내부는 매우 깔끔하고 적막했다.


그 안엔 물건이나 가구라 할 만한 것도 없었다. 있는 거라곤 역시 오두막에 맞춘 듯 새하얀 탁자 하나가 정중앙에 놓여있었을 뿐.


“근데 그 탁자 위에는 검은색 표지의 책이 한 권 놓여있었어.”


이상하게 칙칙한 숲, 그리고 숲속에 존재하는 인적 없는 하얀 오두막, 오두막 안 탁자 위에 놓인 희한한 느낌의 검은 책. 모든 것이 수상쩍었지만 그저 꿈이라서 그런 걸까. 준규는 더 생각하고 말 것도 없이 탁자에 손을 뻗어 책을 펼쳤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