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아래 찰나
37. 햇빛 아래 찰나
하늘에 태양이 찬란하게 떠 있었고, 혜주는 오늘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우울을 쫓기 위해선 몸을 일단 움직이는 편이 좋다는 충고를 되새기며 혜주는 태양이 내뿜는 기운을 머금듯 산책로 중간에 서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산책로는 오르락내리락 길게 쭉 이어져 있었고, 어떤 곳은 경사가 위태로운 편이라 추락이나 미끄러움을 조심하라는 낡은 표지판이 울타리 부근에 붙어 있는 게 보이기도 했다.
- 만약 예전의 나였다면, 여기서 떨어질 결심을 했을지도 몰라.
실제로 산책로가 정비되기 전에 이 근방 벼랑에는 자살하는 사람들이 종종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혜주는 딱히 그럴 마음으로 바깥에 나온 것은 아니었고, 우울한 기분을 떨치기 위해 산책로에 발을 디딘 것이다.
조금 더 걸어가던 혜주기 숨을 고르기 위해 잠시 멈춘 자리에선 좀 더 높은 산책로가 눈에 띄었고 사진이라도 찍을 생각인지, 아니면 아래 경관을 구경하고 있는 것인지 거기 울타리 부근에 어떤 사람이 서 있는 걸 보았다.
그 사람의 뒤편에는 울창한 나무와 푸른 하늘이 펼쳐져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았고, 문득 혜주는 강렬한 햇빛에 눈이 살짝 감기는 걸 알았다.
“어?!”
이윽고 혜주가 눈을 떴을 때 울타리 근처에 서 있던 그 사람은 순식간에 울타리를 넘어 벼랑 아래로 뛰어내렸고 그 광경을 목격한 혜주는 그대로 그 자리에서 굳어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