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도시 자이살메르로 간다!
17. 사막의 도시 자이살메르로 가는 길
저녁으로 밥 대신 오렌지를 먹고 기차역에 앉았다. 기차역에 도착시간은 6시경 내가 탈 기차는 11시쯤 도착하는데? 나는 5시간 동안 내가 갖고 온 인도 신화 관련된 책도 읽어보기도 하고 잠들기도 하기도 하고 옆에 있는 인도인 친구들과 이야기도 하고 그 인도인 친구와 비즈니스 카드를 바꿔서 서로의 이야기를 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무료한 조드푸르의 시간을 보내면서 서서히 외로움이란 고독한 느낌에 대해서 탐구하기 시작했다. 처음 조드푸르에 당도했을 때, 내게 펼쳐질 꺼라 생각했던 로맨스는 없었다. 속으로 ‘개뿔’이라고 말하였지만 이 쓸쓸한 외로움 속에서 계속되는 여행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여행은 인생의 함축판이라고 생각한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환경 속에서 한 번쯤 이런 외로움과 쓸쓸함을 느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우리는 지금 내 순간 겪는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날 것이라는 두려움들이 그 순간엔 우릴 감싸고 돌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그 두려움에 지배당 할 필요는 없다. 앞으로 남은 여행은 조금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즐겁고 재미난 일로 가득 찰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이제 11시 45분에 자이살메르로 출발하는 기차는 두 시간 빨리 기차역에 도착하였다.
자이살메르는 너무나 가고 싶던 인도의 도시 중에 하나였다. 사막이라는 단어와 그 위에서 낙타를 타며 전혀 한국에 없던 경치에 빠져들 수 있는 감성을 갖고 있는 도시였기 때문이었다. 낙타 사파리는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인도 여행자 사이에서도 로망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이러한 감성을 방해하는 것은 이 감성을 이용하여 장사를 하려는 자이살메르 상인이다. 대부분의 숙소들은 낙타 사파리와 함께 운영하기 때문에 어떤 숙소는 낙타 사파리를 이용하지 않으면 자기 숙소에서 숙박도 할 수 없게 하거나 샤워 등의 시설등을 제한하는 등의 야박하게 군다고 한다. 더군다나 기차역과 자이살메르 성 주변에 가는 거리가 꽤 길기 때문에 자이살메르 역에서 내리면 많은 숙박 주인들이 자기네 숙박으로 가자고 하며 지프차를 태워준다고 한다. 물론 지프차는 무료이다. 본인이 봐 둔 숙소의 영업사원이 나와 있다면 그걸 타고 가는 게 좋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 숙소를 정하지 않고 왔기 때문에 자이살메르 기차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지프를 탑승하는 것만 어떻게든 이용하고 시설이 좀 괜찮은 숙박 시설을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게 생각했다.
조드푸르에서 이제 자이살메르로 가는 기차에 승차하는 순간 나에게 다가온 인도인이 있다. “선찌다”라는 이름을 갖은 그는, 자기를 한 숙박업체의 경영자라 하며 자신의 호텔의 팸플릿을 전달해주었다. 자이살메르로 가는 길이냐고 물으며 혹시 숙박 장소를 정하지 않았으면 자기네 숙박업체에서 자는 게 어떻겠냐며 물어보는 것이었다. 물론 지금 바로 결정하지 않아도 되고 우리 숙박을 운영하고 있는 게스트 하우스까지 지프차를 타고 갈 건데 같이 가자고 하고 우리 장소를 확인한 후에 숙박을 정 하여도 상관없다고 하였다. 와!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내가 생각했던 데로 진행되는 거 같아 몸속에서 엔돌핀이 돌았다.
자이살메르역에서 호객꾼들을 제치고 고민하지도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게스트하우스까지 갈 수 있는 지프차를 타다니 너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자이살메르 역에서 내리면 만나기로 했다. 방금 전까지 외로움에 치닫던 나는 여행길에 동지 또는 안내자가 생긴 거 같아 금세 기분 좋아졌다. 나도 나지만 정말 내가 간사했다. 인도 여행을 하는데 조력자가 나에게 협력해주고 있다는 사실에 금세 외로움도 없어졌다.
이번 자이살메르로 가는 기차는 조드푸르로 오는 기차와 다르게 3등석과 다르게 Sleeper 석을 구매했다. 3등석보다 질이 조금 떨어진다고 했다. 드디어 인도에서 두 번째로 기차를 타게 되는 순간이 왔다. 저 멀리서 조드푸르역에서 자이살메르 가는 기차가 들어서는데, 이건 승객용 기차가 아닌 가축을 운반하는 거처럼 보이는 닭장 칸도 있었다. 아니 닭장 칸처럼 보였다. 하지만 당황한 나에게 말해주듯 당당히 쓰여있었다. “SLEEPER”
이게 “SLEEPER” 좌석이라니!
지금은 겨울이라서 켜진 않겠지만 먼지가 싸인 선풍기와 건드리기도 싫은 쇠창살을 봤을 때, 이는 마치 닭장과도 같았다. 나는 닭이 되었지만, 인간의 우아함을 흉내 내는 닭처럼 행동하였다. 나는 매트에 닿기도 싫었는지 내가 가져간 침낭을 꼼꼼히 펴고 그 침낭 안으로 조심히 나의 몸을 구겨 넣었다.
인도의 Sleeper 석의 기차는 총 3층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하지만 승객이 잠을 자지 않을 때에는 1층석의 좌석은 앉는 자리로 바뀌고 2층의 있는 좌석을 눕혀 놓지 않으면 1층에 앉아 있는 승객의 등받이로 사용이 된다. 따라서 내가 1층이나 2층에 예약되어 있으면 내가 눕고 싶을 때, 바로 누울 수가 없다. 내가 타기 전에 누군가 앉아 버리면 나는 선뜻 편히 누워 버릴 수가 없다. 대부분 보안과 사건사고의 방지를 위해서 3층석(Upper)으로 예약하는 것이 좋았다. 항상 저녁 기차에 사온 물로 양치하고(기차에서 나오는 물로 양치하지 말라고 인도 여행 팁에서 들었다.) 세수와 샤워도 하지 않은 채 침낭을 피고 또 다시 침낭에 내 몸을 넣었다. 3등석과는 다르게 슬리핑석은 하얀 천이 제공되지 않아 매트 위에 바로 침낭을 피고 내 몸을 뉘었다.
V. 4일 차 자이살메르
17. 자이살메르 새벽
개인적으로 원피스라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물론 스토리나 루피의 꿈을 향한 항해는 물론이거니와 그 항해하는 각 도시들이 세계 각 국가의 실제 모습을 연상케 하는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드레스로자라는 지역은 스페인을 배경으로, 루피가 어린 시절 자란 후샤마을은 풍차가 있는 네덜란드의 풍자를 배경으로 한 것으로 추축해 볼 수 있다. 그 중에 크로크다일과 맞붙은 알라비스타라는 지역은 이집트 또는 조드푸르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나는 이 알라비스타가 자이살메르와 많이 닮았다고 생각한다.
위의 있는 아르바나라는 왕국은 내가 찍게 될 자이살메르 성과 거의 흡사하게 생겼다. 또한 중간중간 낙타를 타는 모습과 동물과 대화하는 모습들이 이곳의 정서와 매우 흡사하게 생겼고 이 알라바스타 편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조로의 미스터2와의 결투씬도 자이살메르의 골목골목을 닮았다는 생각에 골목길에서도 원피스 감성에 흠뻑 젖어들기에 충분했다.
원피스의 감성을 느꼈던 건 꿈이었나 보다. 잠깐 눈을 감았을 뿐인데 6시간 걸리는 자이살메르에 금세 도착하였다. 좀 더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 3층에서 1층으로 단번에 내려와 침낭을 돌돌 말았다.
짐을 챙겨 내리자마자 “선찌다” 친구를 찾았다. 지프에는 나 혼자 올라타게 되었는데, 이럴 때일수록 어디를 가게 되는지 잘 지켜봐야 한다. 혹시 내가 모르는 지리로 데려가 납치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어느 상황에서도 대응하여 납치하려는 나쁜자들을 만나면 때려눕힐 수 있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그러기 위해선 상황을 미리 감지해야 한다. 새벽 5시에 도착하여 해를 뜬 지 않아 정확한 방위를 알 수는 없었지만 달리다가 중간에 희미하게 보이는 자이살메르성을 기준으로 대충 가까워진다고 볼 수 있다.
선찌다가 중간에 내려 짜이를 마시자고 해서 중간에 내려간 짜이집은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았다. 카르다몸이 주 원료인 티인데 여기에 우유와 설탕을 넣어 향이 짖으면서 단맛이 나는 티였다. 우리가 아침에 커피를 마시듯 인도 친구들은 아침마다 짜이를 마시고 인도 여행 4일 차에서야 마실 수 있었다.
처음 델리에 도착하여 여행사에 들어갔을 때, 짜이를 제공해 주었지만 혹시나 수면제를 탔을지 모르는 영화 대본적 상황을 고려하여 마시지 않았지만, 여기는 대부분의 손님이 아주 큰 통에서 끓이는 짜이를 다 같이 먹고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마실 수 있었다. ‘아 이런 맛이 었구나’ 인도인들의 삶에 조금 가까워졌다 느껴졌다. 추운 새벽 5시경의 짜이는 인도에 대한 경계심도 조금 풀리게 했다.
선찌다는 나에게 숙소를 먼저 보게 하여 결정하게 했다. 대부분의 숙소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은 낙타 사파리 상품을 통해 버는 돈이 더 많기 때문에 일부 숙소에서는 낙타 사파리를 이용하도록 권장한다. 조건에 파격적인 가격으로 객실을 제공하기도 하는데, 기대했던 숙소에 도착했고 나름 괜찮았다. 나름 깔끔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였을 뿐만 아니라, 새로 지은 신축건물이라 그런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더군다나 오전인데도 불구하고 5성급 호텔에서는 해주지 않겠지 않는 추가 요금 없이 오전 체크인도 해주었다. 또한, 오전에 샤워를 해줄 수 있도록 따뜻한 물까지 배려해준다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4일 여행 중에 가장 큰 행복을 선찌다에게 받았다고 생각했다. 하루에 숙박비용 역시 300루피 정도 우리나라 돈의 6천 원 정도의 금액으로 저렴하게 받았다고 생각했다.
자이살메르의 대부분의 숙박업체는 낙타 사파리도 같이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선찌다에게 낙타 사파리에 대해서 문의하였다. 자기의 사무실로 안내하더니, 낙타 사파리에 대해서 안내해주었다. 금일 출발하는 스케줄도 있는데 4명 이상이 되어야 출발 할 수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2,000루피에 해당하는 낙타 사파리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는데 짚 라이딩, 낙타, 1박 2일 숙박과 가이드, 캠프파이어와 고구마와 감자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나 더 3,500루피에 해당하는 낙타 사파리 상품에 대해서 설명을 했는데 거기에는 다른 옵션들이 많이 포함되었다.
첫 번째로는 대부분의 낙타 사파리에는 beggar(거지) 들이 많다고 하는데 거지가 없는 지역으로 데려다주며, 두 번째로는 인도에는 대부분이 가짜 사막이라고 하지만 정말 노래로 뒤덮인 진짜 사막으로 데려다준다 하였으며, 세 번째는 저녁에 나오는 메뉴 중에 바비큐가 추가된다라는 것이다. 사실 이 세 개 중에서는 바비큐에 제일 혹했다. 고기라니! 고기를 좋아하는 나에겐 혹하게 위한 페인 포인트였다. 1,500루피 (3만 원) 정도의 돈을 더 주고 고기를 3만 원어치 먹겠다는 심산이었다. 추가적으로 선찌다가 설명을 잘하는 게 “You will be happy”라는 문장을 반복면서 나를 설득시키려고 노력했다. 지금 시간 7시 오늘 10시에 출발할 수 있다고 했다. 선찌다는 일정이 괜찮은지는 확인해서 오전 중에 알려주기로 했다. 나는 이 상품으로 결정해서 바로 지금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이 2,000루피였고 바로 더 깊숙한 곳에서 나머지 1,500루피를 꺼내고 싶었지만 내가 현금을 어디에 두고 다니는지를 노출시키고 싶지 않아 나중에 주기로 하였다.
난 아침을 먹기 위해 옥상에 올라갔다. 대부분의 인도 게스트 하우스나 숙박 시설들은 루프탑에 레스토랑을 갖고 있었다. 루프탑 레스토랑이라 하면 우리나라처럼 고급진 레스토랑을 생각하기 쉽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대표 프랜차이즈 김밥천국보다 아주 쪼금 났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아침식사는 계란 4개 아침 햇살이 내리쬐는 골든 시티를 반찬 삶아 계란을 먹었다. 단백질 위주의 식사는 항상 날 배고프게 했다. 그 배고픔이 찾아오기 전에 선찌다가 먼저 찾아와 오늘은 사파리를 갈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어느 정도의 인원이 차지 않은 거 같다. 그래서 수익분기점을 넘기가 힘들 수 있으니, 금일은 출발하지 않는 거였겠지. 뭐 잘됐다. 깔끔히 샤워를 하고 자이살메르를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물론 골든 시티가 보이는 자이살메르 성에도 꼭대기도 올라가 보기도 할 생각에 기쁨의 투스텝으로 자이살메르 성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