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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략가K Feb 19. 2017

#2. 인도(델리) 사기 어디까지 당해봤니?

델리의 치밀한 환영인사

II.      1일 차 델리

3.    델리의 치밀한 환영인사
  저녁 7시쯤 넘어서 델리 공항을 나와 인도의 공기를 한 줌 마시며 공기의 신화를 느꼈다. 공기의 신이라고 이름이 지어진 이는 내가 아직 찾지 못하였지만 3억 3천 명의 신중에 한 명은 있지 않을까? 인도는 바람, 태양, 물 등에 모든 곳에 신이 깃들여져 있다고 느끼니 이 또한 신화를 느끼는 행위가 아닐까? 잠깐의 도착 감성을 느낀 후 잔돈을 만들기 위해 노점상에 있는 냉장고에서 비슈누의 산물 (비슈누는 물의 신)을 한통 사기로 했다. 인도에서 물은 굉장히 중요했다. 출발하기 전에 들은 수많은 경험담에서도 물은 꼭 사 먹길 바라며 개봉되어 있는 물은 절대로 마셔서 안된다고 했다. 더군다나 양치를 할 때도 꼭 일반 수돗물 보다도 식수로 양치를 하라고 당부하였기에 물을 사더라도 1.5리터의 물로 구입하였다. 기다리고 있던 4번 버스에 올라 델리 시내로 향하였다. 나는 아직도 오늘 또는 내일로 이동하는 조드쁘르의 기차표를 예매하지도 않았고 지금 당장 잠잘 호텔 예약도 하지 않았다. 이 것이 지금부터 일어날 사건에 대한 아주 좋은 타깃이 되기 위한 좋은 조건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델리 역에 도착해서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조드쁘루로가는 기차표를 끊는 것이었다. 번잡한 델리 역,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어디로 가서 표를 끊어야 되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밤 8시가 되는 상황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기차 대합실에서 죽 치고 있었으며, 이들은 곧 오게 될 연착된 기차를 기다리는 것인지, 다음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기다리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문제는 다른 외국인은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으며, 수많은 인도 인중에 외국인 나 한 명이었다. 난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기차표를 예매하는 곳을 찾고 있었는데, 어두운 조명이 지배한 이 음침한 기차역 구석에 밝은 빛의 창구가 있었고 많은 인도인들이 줄을 서 있었다. 나도 눈치껏 줄을 섰을 뿐 아니라 조드뿌르로 가는 기차표를 사기 위해 줄 서 있었다. 하지만 그곳은 내가 기차표를 사는 곳이 아니었나 보다, 한 늙어 보이는 인도인이 나에게 다가왔다. 영어를 제대로 말해주지 않았지만, 행동과 몸짓은 내가 기차표를 다른 곳에서 사야 된다라고 말해주는 것으로 들었다. 하지만 정확히 그의 힌디어를 알아듣지 못하였고, 정확한 디렉션이 주어지지 않은 이상 나는 어디로 가야 되는지도 모른 체 허둥지둥하였다. 그런 나를 지켜보았는지 그 노인은 나에게 자신의 ID 카드를 보여주며 자기가 정부 사람임을 보여줘 나를 안심시킨 후, 내가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기차표를 구할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나를 오토릭샤로 안내한 뒤, 오토릭샤꾼에게 내가 가야 될 곳을 인도어로 말해주었고 나는 그 기차표 사는 장소로 이동하였다. 사실 어디로 이동하는지는 몰랐지만 관광청 같은데로 데려다준다고 하였고 결국 도착한 곳은 “Incredible India!”, “TouristInformation & Reservation Centre” 등으로 도배된 2층으로 된 건물이었다.

인도에 있는 많은 여행사이지만 덤탱이를 씌우는 경우가 많으니, 잘 들어가지 않도록 한다.

  들어는 섰지만 경계심이 들었다. 나를 2층 상담소 같은 데로 안내하더니, VIP 고객처럼 짜이를 한잔 대접하였다. 많은 영화에서 보아 듯이 경계심이 들면 그 짜이 차를 마시지 않는다. 혹시나 수면제라도 있을까라는 두려움에.. 그리고 상담원 남자가 한 명 들어왔다. 내가 조드푸르 기차표를 예매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그는 기차표가 없다고 하였고 옆에 있는 컴퓨터로 기차표를 검색한 후 각 기차 스케쥴에 “Unable”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그는 2~3일내내는 델리에 묶여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하였다. 더욱 상황을 악화시키게 만든 것은 내일 델리에 오바마가 도착하는데 그로 인해 많은 델리 호텔이 빈방이 없을 것이며, 오고 가는 기차표가 웬만하면 모든 표들이 매진일 것이라고 말하였다. 난 여행이 뭔가 잘못되어감을 느꼈다. 바보같이 어떤 배짱으로 호텔도 예약하지 못하고 기차표도 예약하지 않았는지 한심한 나를 탓하고 있었다. ‘아! 이러다가 2주 동안 델리 구경만 실컷 하다 가겠구나!’ 난처해하는 표정을 캐치한 상담원 남자는 내게 해결책을 주었다. 나의 여행 계획을 물어보았다. 나는 순진히도 “델리 -> 조드뿌르 -> 자이살메르 -> 우다이뿌르 -> 자이뿌르 -> 카주라호 -> 바라나시 -> 델리”의 모든 일정을 말하였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티켓과 숙박 예약이 불가능하니 이와 같은 방법이 있다고 했다. “델리 -> 조드뿌르-> 자이살메르 -> 푸쉬카르 -> 자이뿌르” 가는 방법이 있고 택시로 이동하고 모든 숙박을 포함되어 있다고 말해주고 가격은 “75,000루피”(약 150만원)이라고 하는 순간! 난 모든 걸 깨달았다. 이게 사기라는 것을… 내가 갖고 온 2주 예상 비용이 2만루피(40만원)이었기 때문에 이 상황이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했고, 다시 한번 생각해본 후 돌아온다고 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내일 오바마 귀국으로 인해 많은 숙박이 예약이 찼고 내가 가려는 빠하르 간즈도 모든 상점들이 닫았다고 설명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여행책을 펼쳐 내가 한 전화번호를 찍어주고 그가 전화를 할 수 있게 했다. 그는 여유 있는 표정으로 그 번호를 찍었고 한두 마디를 통화하더니, 나에게 바꾸어주었다. 바꿔주어 역시 들은 대답은 “Not available room” 이었다.
                              
  ‘기차역에서 자야겠다.’ 그런 마음으로 나왔다. 건물 앞에 세워진 여기로 왔던 오토릭샤로 에스코트받고 나는 다시 기차역으로 돌아갔다. 돌아가서 기차 티켓을 사더라도 기차역에서 사야겠다. 이런 굳은 마음도 잠시 돌아가면서 의심쩍은 것은 오토릭샤의 행동이었다. 이 기사는 운전에 집중하지 않고 어디론가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 통화하였다. 힌디어로 통화하느라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는지 알아듣지도 못하였다. 그사이 델리역에 근접했고 난 이제 내릴 때가 되었구나 생각했을 때! 문제는 델리역을 들어가는 Gate에 이상한 사복 입은 아저씨가 내 오토릭샤를 들어갈 수 없게 막았다. 그 둘은 내게 기차 티켓을 보여줄 수 없으면 들어가지 못한다고 하고 똑같이 “오바마” 핑계를 대고 있었다. 오바마 핑계는 지겨웠다. 심지어 더욱 이들에게 짜증이 난건, 사복 경찰이라고 하더라도 들어가고 있는 다른 사람은 막지 않고 나만 막고 있다라는 것이었다. 그들의 변명은 지금 들어간 사람들이 기차 티켓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하는데, 확인도 안하고 잘도 알고 있었다니!

  그래서 나는 돌아가는 척하면서 길거리 중간에 내렸다. 길거리 중간에 내릴 때도 오토릭샤꾼이 중간에 내릴 수 없게 날 만류하였을 뿐만 아니라 다시 나에게 그 관광청으로 돌아가 여행상품을 살 것을 독려하였다. 속으로 “이 자식들이 관광청에서 사기 치려는 놈, 오토릭샤 기사, 델리역 Gate에서날 막은 모든 인도인들이 한패였구나” 난 길가다 중간에 내렸다. 방향만 쫓아가면 델리 역을 다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걸어서 당당히 델리 역으로 들어갔다.

  ‘Incredible’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이럴 때 이런 단어를 쓰는 거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델리역에서 만난 정부 사람임을 가장한 사람, 관광청 유사한 곳에서 상담한 사람, 누군지 모를 게스트하우스를 자청하고 나를 통화한 사람, 관광청 앞에 있던 오토릭샤꾼, 델리역에서 나만 가로막은 문지기 등 이 모든 사람들이 사기에 가담한 인원 있고, 이들이 외국인 여행자에 동선과 상황에 맞춰 치밀하게 사기 계획과 덤터기를 씌운다는 생각에 소름이 온몸에서 피어났다. 20분 정도를 더 돌면서 기차표를 예약 할 수 있는 곳은 내가 4번 버스를 타고 내렸던 델리역이 아니라 델리역에 반대편으로 넘어갈 수 있는 육교는 기차역 안에 있었고 그곳에 “InternationalTourist Bureau”이라는 곳에서 조드뿌르가는 기차표를 예약 할 수 있었다.

 “International Tourist Bureau”들어서자마자 안락함과 편안함을 주었다. 마치 먹이를 찾아 헤매대가 사자에게 뜯기고 호랑이에게 뜯긴 하이에나처럼 마음은 너덜너덜해지고 어깨와 팔이 늘어진 채 들어갔다. 내가 인도에 입국한 환영인사와 신고식을 제대로 치르고 들어간 매표소였는지는 몰라도 그곳에 계신 인도인들은 친절히 어떻게 기차표를 예약해야 되는지 알려주셨다. 다만 아쉬운 것은 내가 그 사기꾼들에게 휘둘릴 시간에 조드뿌르로 가는 기차표를 예매할 수 있는 시간을 놓쳤다는 것이었고, 오늘 예약하자마자 당일로 조드뿌르로 출발하였으면 향후에 14일 차에 다시 델리로 돌아와 델리의 일정이 여유로울 수 있었지만, 오늘의 일정은 그렇게 시작부터 꼬여 있는 듯하였다. 하지만 그런 만큼 오늘의 사건은 몇 가지 교훈을 남겼다.

①    델리에서의 먼저 다가오는 인도인을 경계해라.

②    기차표 예매 버스표 예매는 기차표 또는 정식 판매처에서만 구매한다.

③    구매하기 전에 내가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모두 얻는다.

④    거래 시에는 항상 사기일 것이라는 경계는 늦추지 않는다.

  그렇게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나는 조드뿌르의 예매한 기차표와 함께 빠하르 간즈로 갔다. 9시가 조금 넘었나? 웬만한 상점들 이문을 닫았고 주요 거리임에도 어두웠다. 사이사이 켜져 있는 네온사인들에 의지하여 거리를 걸을 수 있었다. 여행 가이드 책에 표시되어 추천해주는 게스트 하우스에 가기에는 더 어두운 골목 비집고 들어가야 했고, 이미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나는, 그 어두운 골목을 용기내어들어가는 것도 힘들었다. 그나마 빠하르 간즈에 대로변에 있는 몇 개의 모텔급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몇 개 의협상을 한 뒤, 내게는 협상할 인내력도 깐깐함도 바닥이 다되어 하룻밤에 1,000루피(보통 500~600루피면)하는 방을 700루피 까지 흥정하여 방을 구했다. 오바마가 내일 오는데도 불구하고 방은 쉽게 구해졌고 심지어 흥정까지 가능했다.

  온전한 침대 위에 그리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제공한 모포 위에 내가 가져온 침낭을 올렸다. 침낭을 비집고 들어가 스스로를 위로했다.

           '생각지도 않은 일들이 일어나는 건 멋진 일이네요! 생각지도 않은 일들이 이어 나는 걸요.'

  라는 빨간 머리 앤의 명대사를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생길까? 아니 또 무슨 사기가 벌어질까? 짧은 시간에 오늘같이 다이내믹한 사건을 보낸 건 처음이네. 웃으면서 넘겼다. 비우는 여행을 하겠다고 인도에 왔지만 첫날부터 지갑을 비울 뻔했으나, 정말 비워지지는 않았으니… 그러면서 ‘Incredible’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Incredible’은 절대 긍정적인 단어가 아니라는 것. Incredible India는 내일 또 시작되는 것이다.

"다음주 일요일 21시에도 인도로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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