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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대통령 후보자토론회 개선 의견

역대 대통령 후보자 토론회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의 논의와 형식

토론의 사전적 정의는 '특정 주제에 대해 서로의 주장과 의견을 교환하고 논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정의에 비추어볼 때, 최근 연이어 진행되고 있는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는 실질적으로는 토론의 형식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대통령선거 후보자 간 상호 문답회’라는 표현이 보다 정확한 명칭일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문답 중심의 형식이 실질적 논쟁보다는 ‘질문과 답변’이라는 제한된 커뮤니케이션 구조에 갇혀 있다는 점입니다. 이 구조에는 일정한 승리 스킬이 작동하는데, 그중 가장 핵심적인 승리 원칙은 “문답에 문답으로 응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토론에 참여한 질문자는 오직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자신에게 유리한 메시지를 ‘질문’의 형식으로 포장하고, 답변자는 질문의 요지를 비껴가며 본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답변’이라는 형식으로 전달합니다.


이로 인해 질문은 질문으로, 답변은 답변으로만 남게 되며, 양자 간 진정한 의미의 논의는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공허한 문답은 결국 국민에게도 각 후보자의 실질적인 자질이나 정보,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지 못합니다.


이에 따라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 방식의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수차례 말씀드린바 있습니다. 우선 시간의 제약 없이 심도 깊은 논의가 가능한 '끝장토론' 방식으로의 전환을 제안드렸습니다. 그리고 오늘 말씀드린 스킬만 난무하는 문답 형태를 극복하기 위해 사전에 중요한 분야별 공통 질문에 대한 각 후보의 정책적 입장을 서면으로 각각 제출받고, 이를 토론 전 상호 공유한 후 토론 당일에는 해당 각 후보의 공약과 정책 답변에 한정된 검증과 논쟁에 집중하는 구조로 설계되는 것이 지금보다 좀 더 나은 방식이라 생각됩니다.


이러한 방식은 단순한 말재주나 즉흥적 언변이 아닌, 정책 역량과 국가 비전에 대한 실질적 검증을 가능케 하며, 유권자에게도 보다 충실한 판단 근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매 선거 토론회마다 이를 전문적으로 평가해 온 입장에서, 이번 대통령 후보자 토론회 또한 심도 있게 지켜보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번 토론회는 역대 대통령 후보자 토론회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의 논의와 형식을 보였다고 평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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