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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혁신의 문제를 중앙일보 기사에서 찾다.

NTY, WSJ, 중앙일보가 이야기하는 혁신의 방향성과 해법의 차이

2017년 7월 7일 금요일, 중앙일보 혁신 관련 미디어오늘 기사 2건이 온라인에서 많은 반향이 있었다. 며칠 뒤 2017년 7월 10일 월요일자 중앙일보 지면에서 읽은 미국 NYT(뉴욕타임스)와 WSJ(월스트리트저널)의 혁신 관련 기사에서 미디어오늘이 이야기한 중앙일보 혁신과 다른 지점을 비교해 봤다.


관련 기사

[미디어오늘] 혁신의 ‘적’과 ‘주체’ 사이에서 어지러운 중앙일보 기자들

[미디어오늘] 중앙일보 기자의 세 가지 충격

[중앙일보] [심재우의 뉴스로 만나는 뉴욕] 모바일시대 생존법 … 종이신문, 온라인 유료 콘텐트에 사활


먼저 미디어오늘 「혁신의 ‘적’과 ‘주체’ 사이에서 어지러운 중앙일보 기자들」 기사에서 말하는 중앙일보 혁신의 방향성을 보자.


2015년 9월21일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창립50주년 중앙미디어컨퍼런스에서 홍정도 중앙일보·JTBC 대표이사가 강조한 건 혁신이었다. 그는 이날 “마감 시간을 정하고 뉴스를 가둬두면 뉴스가치가 0으로 수렴 한다”며 디지털퍼스트를 선언했다. 홍석현 당시 회장은 향후 중앙일보 혁신을 가리켜 “미디어를 재정의 하는 작업이다. 종전의 공식을 무너뜨리는 창조적 파괴의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컨퍼런스에 참석한 후안 세뇨르 이노베이션 미디어 컨설팅 그룹 파트너는 “전 세계 93%의 수입은 종이신문에서 나온다. 아직 죽지는 않았지만 재해석과 혁신이 필요하다”며 “종이신문 내 콘텐츠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뉴스룸의 구조조정과 재편이 필요하다”며 “5명의 기자 당 1명의 개발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핵심 키워드는 '디지털퍼스트'이고 이것이 '미디어를 재정의 하는 작업'이라 말한다. 그리고 혁신을 강조한 컨퍼런스에 초대한 외부 전문가의 말을 빌어 종이신문 내 콘텐츠가 바뀌어야 하고 그에 따른 개발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다소 명확하지 않고 모호간 워딩들이지만 24시간 뉴스를 생산, 보도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 기반의 혁신과 이를 이해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인적 혁신을 강조했다고 본다.


그럼 현재 미국 특파원으로 나가있는 중앙일보 심재우 기자의 「[심재우의 뉴스로 만나는 뉴욕] 모바일시대 생존법 … 종이신문, 온라인 유료 콘텐트에 사활」 기사에서 WSJ와 NYT가 말하는 미래 방향성을 살펴 보자.

 

다우존스 최고경영자(CEO)이자 WSJ 발행인인 윌 루이스는 “디지털 미디어 업체의 돈 버는 능력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분명한 한계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루이스는 광고수입에 의존하는 매체의 뉴스 콘텐트를 ‘디지털 정크 푸드’라고 표현했다. 수익을 내야하는 기업 입장에서 돈은 안 되고 힘만 든다는 것이다. 그는 “멤버십이라는 타깃을 염두에 두고 ‘가져서 좋은’ 콘텐트 보다는 ‘반드시 가져야하는’ 콘텐트를 생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터(Data)·뉴스(News)·분석(Analytics)의 앞글자를 딴 DNA를 캐치프레이즈로 삼은 다우존스는 그간 강력한 멤버십 요금제를 추진해온 터라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더 많은 젊은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온라인 요금제를 고민 중이다. 이미 모바일 기기를 통해 들어오는 독자가 52%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10%포인트 올랐다.

NYT 또한 비즈니스 타깃을 구독 우선으로 잡았다. 디지털 구독자 수가 220만명으로 늘었는데, 이를 1000만명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전세계 독자들이 기꺼이 돈을 내고 읽을 가치가 있는 강력한 저널리즘을 구현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전략으로 지난해 디지털 분야에서 5억 달러(약 5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버즈피드·워싱턴포스트·가디언의 디지털 매출을 합친 것보다 많은 액수다. 2020년까지 이 매출을 8억 달러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워놓았다. 2012년부터 구독 매출이 광고 매출보다 많아져 지금은 4대 3의 비율로 벌어졌다.
 
마크 톰슨 CEO는 “NYT의 미래는 구독 수입에 달려있다”며 “젊은 독자들이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 등 온라인 서비스에 돈을 내는데 익숙한 만큼 유료 콘텐트 비즈니스에 기대를 걸어볼 만 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보면 WSJ와 NYT의 핵심 키워드는 '콘텐츠의 퀄리티'와 '멤버십 서비스'임을 알 수 있다. 사실상 먼저 고민했고 먼저 앞서간 입장에서 이야기 할 수 있는 좀더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방향성을 이야기 하고 있다. 때문에 진화의 수준과 성과가 달라서일까? 다음 기사 내용을 보면 WSJ와 중앙일보의 혁신을 위한 실행 전략과 방법이 다름을 알 수 있다.


(미디어오늘 「혁신의 ‘적’과 ‘주체’ 사이에서 어지러운 중앙일보 기자들」 기사 중 일부)

혁신은 시작됐다. 관건은 지면 중심의 편집국을 디지털에 맞게 어떻게 전면 개편하느냐는 것이었다. 200명이 넘는 거대한 조직을 바꾸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중앙일보는 2015년 12월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를 디지털기획실장으로 영입하며 디지털 분야 개발자에 대한 대규모 채용을 시작했다. 이듬해 7월 이석우씨는 중앙일보 디지털 총괄을 맡으며 디지털전략의 전권을 쥐게 된다. 디지털서비스 기획·디자인·개발을 총괄하는 디지털기획실은 80여명 수준으로 꾸려지며 힘을 받았다.

당시 이석우 디지털 총괄은 노조와 간담회에서 “모바일은 24시간 켜져 있다. 종이매체가 아닌 모바일에 적합한 콘텐츠를 어떻게 전달할지 고객마인드로 찾아나갈 것”이라 밝혔다. 이에 기자들은 노보를 통해 “기자들이 열심히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어도 인정받기 힘든 구조가 문제다”, “현장 상황을 명확히 알고, 현장 이야기를 더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중략)
하지만 간극은 명확했다. “이제는 사용자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취재 기본기는 같더라도 사실을 어떻게 전달할지는 다르게 고민해야 한다. 기자들은 이제 동영상을 다루고 편집을 하고, 개발을 공부하고, 스토리텔링을 통한 기획을 해야 한다.” 이석우 총괄의 주장은 중앙일보 혁신의 대상이 사실상 중앙일보 기자들이라는 말과 같았다. 뉴욕타임스는 혁신보고서에서 ‘혁신의 적은 내부 기자들’이라고 지적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미디어오늘 「중앙일보 기자의 세 가지 충격」 기사 중 일부)
이석우 체제 이후 종이신문에 포커싱을 맞추던 과거의 관습이 ‘악습’으로 규정되며 온라인 중심으로 뉴스룸이 이동한 결과 기자들은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EYE24팀이다. 이 팀은 주간3교대로 운영하며 온라인 기사를 쏟아냈다. 대부분이 베껴 쓰는 기사였다. 기자들은 자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바이라인을 달고 나가는 것에 항의하던 몇몇 기자들이 팀을 떠났다.

이런 가운데 편집국은 점차 ‘외주화’되고 있다. 중앙미디어그룹 계열사 기자들이 기사를 써서 중앙일보 지면에 넣고 있다. 보직간부들이 ‘계열사 기자들은 월급도 적게 받으면서 이렇게 열심히 기사를 쓰는데 너희들은 뭐하고 있느냐’며 중앙일보 기자들을 질책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기자들의 사기는 떨어졌다.


(중앙일보 「[심재우의 뉴스로 만나는 뉴욕] 모바일시대 생존법 … 종이신문, 온라인 유료 콘텐트에 사활」 기사 중 일부)

종이신문을 만드는 조직이 모바일 퍼스트로 바뀌는 과정은 매우 험난하다. 역사가 오래된 신문사일수록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은 새로 태어나는 고통과 맞먹는다.

WSJ의 루이스 발행인은 급기야 업무개선 전문가를 영입했다. 2020년까지 뉴스룸을 재편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2020 체인지 프로그램’을 최근 가동했다. 뉴스룸의 각 영역들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고, 기사가 나오기까지 몇 단계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부터 꼼꼼히 챙겼다. 이를 토대로 모바일용 기사 하나가 게재되기까지 10명의 터치를 거치던 과정을 4명으로 줄였다. 루이스는 “모바일 퍼스트에도 불구하고 신문은 우리의 소중한 유산임이 분명하다”며 “신문의 질을 보호하기 위해 프린트 미디어에만 집중하는 그룹도 만들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의 해븐스도 “디지털 뉴스룸과 전통적인 종이신문 뉴스룸은 제작 과정에서 완전히 다른 DNA를 갖고있다”면서 “포토그래퍼와 비디오그래퍼, 그래픽 편집자가 기사 생산과정에서 조력자가 아닌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데 기자들이 더 익숙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의 혁신을 위한 실행 전략은 '지면 중심의 편집국을 디지털에 맞게 전면 개편'하는 것이었고 전 카카오 대표였던 이석우 실장를 중심으로 디지털 분야 개발자에 대한 대규모 채용을 진행하고 팀을 꾸렸다. 종이신문에 포커싱을 맞추던 전략은 ‘악습’으로 규정되고 기존의 기자들에게 콘텐츠를 디지털화하는 '스킬'을 강조했다.


하지만 중앙일보 기사에서 이야기하는 WSJ의 혁신을 위한 실행 전략은 달랐다. 조직 개편을 위해 우선 '업무개선 전문가'를 영입하고 뉴스룸 재편을 위한 장기간 플랜하에 기존 뉴스룸의 콘텐츠 생성 프로세스들을 꼼꼼히 분석했다. 그리고 모바일 퍼스트에도 불구하고 프린트 미디어에만 집중하는 그룹도 만든다.


이 기사에서 소개한 블룸버그 사례 또한 디지털 뉴스룸과 전통적인 종이신문 뉴스룸은 다른 DNA를 갖고 있다면서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함에 있어 새로은 디지털 인력과의 협업을 강조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아날로그 없는 디지털은 없다고 본다. 특히 콘텐츠는 오프라인 기반의 온라인(디지털)이다. 오프라인 콘텐츠가 '디지털화'되는 것이지 오프라인 없는 콘텐츠는 없다. 있다면 그것은 Real이 아닌 가짜(Fake)이거나 상상(imagination)의 영역이다. 실제 오프라인 없는 완전한 디지털 콘텐츠의 영역이 존재하지만 그것이 아직 뉴스나 언론의 영역은 아니다.


중앙일보의 혁신과 실험의 과정이 분명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 본다. 다만 디지털과 온라인은 아날로그와 오프라인의 점령군이 아니라 언제나 공존과 협업의 대상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중앙일보 및 조인스 구독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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