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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서원 Mar 27. 2018

린스타트업? 린런치패드!

도구가 아니라 당신이 가장 중요하다

린스타트업. 스타트업을 꿈꾸고 계시는 분이나 관심이 있는 분들은 거의 모르는 분이 없을 것입니다. 린스타트업이란 미국에서 개발되어 물건너온 해외 이론중의 하나로서 현재 가장 많은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생각도구입니다. 캔버스 한장이면 사업의 흐름을 대략적으로 그려낼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을 처음 시작하려는 창업자의 생각을 정리하고 가다듬는데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창업을 하겠다. 사업을 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그러나 그분들에게 대체 무슨 사업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장황하게 대답할뿐 일목요연한 문장으로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분들은 거의 없는것이 현실입니다. 대부분 자기 머리속에서만 두루뭉실하게 생각해왔을뿐 명확한 구조를 갖고 사업의 선을 그려본 경험이 없어 혼자만의 생각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책 린스타트업은 이러한 예비창업자들을 대상으로 '린캔버스'라고 하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백지상태에서 어떻게 개념을 도출하고 파편화된 생각들을 모아 하나의 사업으로 엮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린스타트업은 창업자의 생각도구와 그 사용법입니다


린스타트업
린스타트업의 생각도구인 린캔버스


이제는 거의 창업자의 필수아이템처럼 자리잡고 있는 린스타트업입니다만 빠르게 퍼져나간 이론에 비해서 과연 미국식 스타트업 이론이라고 하는 그 본질에 대해서 얼마나 고민했는지, 제대로 된 린스타트업에 대해 생각해 본 분들이 계실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그저 린스타트업을 설명한다, 전지를 꺼낸다, 마카와 포스트잍을 준다, 채운다로 이루어지는 전형적인 프로그램만이 널리 퍼져나갔을뿐 린스타트업의 본질적인 가치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야기하는 것을 보지 못했으니까요. 






1. 원본은 스티븐 블랭크의 린런치패드다

에릭리스의 린스타트업은 스티븐 블랭크 교수의 린런치패드의 요약본에 불과하다

린스타트업, 린캔버스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이 만났지만 정작 그 린스타트업의 저자가 누구인지 그가 어떻게 이러한 프레임워크 방법론을 고안해냈는지에 대해 입체적인 지식을 가진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그냥 린스타트업이 베스트셀러다. 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창업자의 관점에서 생각도구로 사용하기에 좋다. 창업교육을 할때도 쓸만하더라. 이정도의 생각이 일반적입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린스타트업은 스티븐블랭크 교수의 린런치패드 방법론을 요약한 요약본에 가까운 책입니다. 본래 린런치패드 이론은 린스타트업에 등장한 내용과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방대합니다. 더 복잡하고 더 과학적인 체크리스트로 가득한 이론입니다. MBA에서 사용하는 두꺼운 필립코틀러의 마케팅원리 책이 있다고 하면 그 요약본으로 얇은 필립코틀러 책이 있는것처럼 미국 기업가정신교육의 거두인 스티븐 블랭크 교수의 이론을 배운 제자 에릭리스가 자신의 관점을 가미하여 스승의 이론에 바탕하되 좀 더 대중적인 버전을 만들어낸 것이죠.  


스티븐 블랭크 교수는 스탠포드와 U.C. 버클리, 하스스쿨 그리고 콜롬비아스쿨에서 고객개발과 기업가정신을 가르치는 교수로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스타트업을 어떻게 만들 것이며, 창업가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그 스스로가 실리콘밸리에서 다수의 스타트업을 경험하고 성공한 창업가출신으로 다른 실리콘밸리의 창업가들이 그렇듯이 여전히 혁신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의 블로그에 방문하거나 유다시티에서 강의를 듣거나, 국내에도 정식으로 발간된 그의 저서를 읽어보면 대략적인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데 창업과 경영은 다른것이며 대학에서 가르치는 경영학은 대부분 대기업의 상황에 맞춰 만들어져 있기에 기업을 창업하는 상황에서는 전혀 맞지 않는 이론이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본질적으로 창업과 경영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며 접근방식도 완전히 달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의 이야기 중에서 핵심내용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창업가가 가진 것은 일단 ‘가설’이다. 제품이나 사업계획서를 짜기 전에 먼저 자신의 가설을 내세우고 정의를 해본다.
가설이 들어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무실 바깥으로 나가 고객들을 직접 만나서 가설을 검증하라.
고객 개발을 해야 한다. 최소기능제품 (MVP)을 만들어 고객에게 소개하면서 문제점을 고쳐나간다.


스티븐 블랭크는 끊임없이 실행을 하면서 머리는 가설을 세우고 반복하고 세우고 반복하고를 거듭하며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을 강조합니다. 스타트업은 대기업과는 달리 한정된 자원에 바탕하고 있고 단한번의 실패가 중대한 타격이 되는만큼 절대 실패해서는 안될 비지니스니까요. 


스타트업과 기업가정신 교육에 대한 미국과 해외의 선진이론에 대한 이해도가 없다면 튜터는 그저 린스타트업, 린스타트업 하면서 기계적인 말을 반복하고 캔버스에 마카를 칠하고 포스트잍을 붙이는 도구에 기반한 워크샵을 진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 이것을 해야 하는가. 이 단위에서 고려해야 할 체크리스트는 무엇이 있는가. 가장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껍데기만 가져갈 수밖에 없는 것이죠. 스티븐 블랭크 교수의 이론을 몰라도 괜찮습니다. 스스로 깨달음을 계속해 나가면 결국 길은 하나로 통하는 것이니까요. 다만 직접 자신만의 체크리스트를 유형화할 정도의 직접적인 경험이 있어야 할것입니다. 저는 비지니스 모델을 강의하는 튜터라고 한다면 스타트업의 경험이 있거나, 이러한 비지니스 모델을 100개 이상 만들어본 경험이 있거나. 둘중의 하나는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 업의 경험이 없다면 빈껍데기가 될뿐이다

결국 도구는 도구일뿐 사용하는 자가 누구인가가 중요하다

한번이라도 자신의 사업을 지인들에게 알려본 이들이라면 알 것입니다. 맨땅에서 사업을 만들어내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린캔버스를 통해 사업의 선을 그려보려고 시도해보시거나, 창업교육을 통해 비지니스 모델 캔버스 교육을 받아본 분들은 충분히 그 마음을 알 것입니다. 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이 막막한 마음을. 창작의 고통으로 이어지는 시간을.  


사업을 정리해내 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면 스스로에게 '왜?'라고 물어볼 수 있어야 합니다.


왜. 왜. 왜. 내가 왜 사업의 선을 엮어내지 못하는 것일까. 그 대답은 간단합니다. 제대로 된 업의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런칭하려고 하는 사업의 분야에서 전문가로 10년, 20년동안 일을 경험해온 예비창업가들은 자신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대한 의식이 뚜렷합니다. 거기에 대한 솔루션 또한 매우 명확하고요. 그런데 자신이 잘 알지도 못하는 분야를 곁에서 지켜본것 만으로 문제를 규정하려 하고 사업을 만들어내려하니 머리가 아프고 문제가 잘 정리되지 않는 것입니다. 이 경우 아무리 린캔버스를 통해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문장을 도출해낸다 하더라도 그렇게 만들어진 사업아이템이 제대로 된 사업아이템일리가 없습니다. 


결국 린캔버스는 조금 특별한 형태의 생각도구일뿐입니다. 그 생각을 해야 할 창업자가 해당 분야에 업의 경험이 없다면 그 결과로 나오게 될 단어와 문장, 사업의 선 또한 빈껍데기가 될뿐입니다. 뭐라고 아이템을 도출하기는 했는데 앞뒤가 맞지않고 가설에 대한 근거를 제시할 수 없으며, 논리구조가 빈약합니다. 충분한 정보를 습득하고 있는 창업자가 만들어내는 사업계획은 그렇지 않습니다. 어떠한 구조에서 반대논리가 들어와도 조목조목 근거를 대며 반박할 수 있으며 말에 힘이 실려 있습니다. 


창업을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비지니스9블록이다. 린스타트업이다. 디자인씽킹이다. 커프만이론이다. 이런 미국식 이론이나 생각도구를 맹신하면서 캔버스만 그려서는 안됩니다. 그보다는 업의 경험을 쌓고 산업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우선입니다. 데스크에서의 판단으로만 쌓아올린 사업계획은 결국 빈껍데기에 불과한 소설에 가까운 것이니까요. 





3. 타인의 도움을 받아 더욱 완전해진다

사업아이템을 공개하고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결국 비지니스 모델 캔버스란 캔버스 자체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캔버스는 나를 훈련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운동선수들이 여러가지 도구를 놓고 반사신경을 훈련하는 움직임을 끝없이 반복하는것처럼 창업자는 캔버스를 놓고 사업의 선을 그려내기 위한 통찰력을 단련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통찰은 혼자가 아니라 여럿일때. 타인의 도움을 받아 더욱 완전해질 수 있습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통해 생각을 주고받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나가면서 더 깊은 생각과 고민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창업자들이 대표적으로 범하는 실수 중의 하나가 자신의 사업아이템을 공개하려 하지 않는 다는 것에 있습니다. 물론 사업아이템은 어느정도 비밀로 해야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업이 성장궤도에 올라 업무상 비밀이라고 하는 것이 의미를 갖게 될 시점에서의 문제이지 지금 단계에서 고민해야 할 일은 아닙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예비창업자들의 경우에는 사업아이템이 문제가 아니라 그런 사업을 해낼 수 있는 자신의 통찰력을 갈고 닦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내가 가진 아이템을 공개하고 타인에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구하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문제는 무엇이고, 보완점은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 의견을 구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사업아이템이 먼저입니까, 창업자인 나 자신의 능력이 먼저입니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취해야할 선택은 분명합니다. 





 

미국에서 오랜세월 시행착오를 거쳐 개발해낸 기업가정신 교육. 스타트업 방법론이 한국에 상륙해 다양한 교육과정이 이루어지는 것은 매우 기쁜 일입니다. 제가 어린 시절에는 알렉산더 오스왈드의 비지니스9블록 정도만 알려져있던 상황이었는데 린스타트업이 히트를 치고 최근에는 DT라 부르는 디자인씽킹이 그 주가를 올려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구글의 스프린트도 보이는것 같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결국 창업자가 어떤 사람이냐. 사업을 할 역량이 되느냐 아니냐의 문제입니다. 결국 생각도구는 도구일뿐 그 안에 그려내는 것을 채우는 것은 오롯이 창업자의 몫인 것입니다. 저는 권유합니다. 창업을 하고자 하면 해당분야에 뛰어들어 리스크테이킹을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멀리서 보고 데스크에서 만들어낸 사업계획으로는 사업의 본질을 담아낼 수 없습니다. 린스타트업이 아니라 린스타트업 할아버지가 와도 그것은 무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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