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신나게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언제서부터인가 지인들의 모임에서 '오피스 공실률'에 대한 이야기가 주요 주제로 부상했습니다. 판교라고 하는 새로운 IT기지가 생겨나 돈많은 회사들이 대부분 경기도로 내려갔고, 롯데그룹이 새롭게 롯데타워를 쌓아올려 자사기업을 입주시켰습니다. 삼성의 국내거점은 수원.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서울의 임대료는 하늘높은줄 모르고 한껏 치솟은 상태이며, 그에비해 제공할 수 있는 가치는 심각하게 떨어지는 상황.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회사는 하나둘 사라집니다. 거리에 보이는 것은 '입주모집'이라는 현수막뿐.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고공행진하는 특이한 산업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서비스드오피스. 대중에게는 코워킹스페이스Coworking Space로 알려진 그곳. 건물전체를 마스터리스 계약으로 가져오고 해당층을 작게작게 쪼개어내어 공간이 필요한 개인에게 제공하는. 그러나 단순한 분양의 개념이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해 비싸게 팔아내는 것이 실력인 산업. 최근 이 업계의 끝판왕 같은 회사가 점점 기세를 불려나가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특징은 바로 '문화'에 기반한 마케팅인데요.
전세계 공유오피스의 정상에 선, 위워크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저는 위워크를 스타벅스와 비슷한 문화적 자산을 가진 공간비지니스로 이해합니다. 다른 코워킹 스페이스에 가는 것은 인스타에 올려 자랑할 수 없지만 위워크에 가는 것은 그렇게 할 수 있으니까요. 뭐랄까. 힙스터들의 성지. 뉴요커가 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 여기라면 일을 신나게 해낼 수 있을것 같은 기분.
일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는 곳, 위워크입니다
산업의 구조와 일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
위워크의 비지니스 모델은 변화하는 환경에 필요한 사업입니다. 한국은 아직까지 그러한 구조가 정착되지 않았지만 선진국에서는 이미 SW기업이 다수 등장했고 이들은 다양한 리소스를 필요로하는 기존의 회사들과 다르게 '노트북 한대로 업무하는'방식으로 일을 할 수 있는 특유의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노트북 한대로 창업'하는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기업의 정규직이 아닌 프리랜서들이 등장합니다. 우리가 늦었을뿐 이미 세계는 서비스드오피스와 코워킹스페이스에 적합한 회사와 개인들로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오래전 다니엘 핑크와 같은 미래학자들이 이야기하는 것들중의 하나가 '프리에이전트의 시대'입니다. 더이상 기업에 정규직으로 소속되어 일하는 사람보다 자유롭게 계약을 체결하며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것이라는 이야기였지요. 국내에서는 뭔가 조금 잘못된 구조가 되어 비정규직이라고 하는것이 안좋은 의미를 갖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다릅니다. 능력있고 실력있는 이들이 자유롭게 원하는 회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일하고 옮겨다니는 것을 반복하고 있으니까요.
위워크는 이러한 시대상황을 빠르게 캐치하고 새로운 고객을 대상으로 완벽하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국내 출판시장이 바닥에 주저앉는 상황에서도 어떤 회사들은 POD출판으로 재빠르게 피버팅을 해서 한번에 3만부를 찍어낼 수 없다면 500부를 낼 수 있는 작가들을 60명을 섭외해 3만부를 내겠다는 전략으로 예전보다 더 잘나가고 있습니다. 위워크는 산업의 구조가 변화하는 시대에 맞추어 가장 빠르게 부동산 서비스를 혁신합니다. 단순하게 사무실을 제공한다는 개념이 아닙니다. 부대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개념으로만 설명할 수도 없습니다. 새로운 고객층을 대상으로 완벽하게 그들에게 최적화된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위워크의 자세한 계약조건을 알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부동산공간사업은 건물주로부터 마스터리스계약을 체결하고 권리를 확보한 후 공용공간과 개인공간을 나누어 개인에게 분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엄청난 마진율을 가져갑니다. 스스로 위험부담을 갖지 않고 분양대행을 하는 방식이 본래 일반적인 부동산 사업의 패턴이었겠지만 이제 시대는 바뀌었습니다. 위워크라는 존재는 한발짝 더 고객지향적 관점으로 다가갑니다. 스스로 위험을 부담하고 분양이 아니라 '구독형 방식'으로 멤버쉽 기반의 비지니스 모델로 전환하는 방식입니다. 다양한 부대시설과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확충하고 공간의 가치를 높여 사람들을 많이 끌어들인후 회전율을 높이는 전략으로 차별화된 가치를 고객에게 제안합니다.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위워크의 특징은 위워크만의 라이프스타일, 문화를 갖고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같은 코워킹 스페이스라고 다 같은 코워킹스페이스가 아닙니다. 뭐랄까 코워킹 스페이스 업계의 스타벅스와 같은 포지션입니다. 단순하게 공간을 사용하는 곳을 넘어 사람들과 교류하고 신나게 일할 수 있는. 환상을 품게하는 시스템인 것입니다. 일단 입구부터 다릅니다. 저는 위워크를 방문하면서 조금은 불편해보이는 시스템을 보고 단번에 포르쉐가 만든 아파트를 떠올렸습니다. 차별화된 사용자경험을 제공하면서 자부심을 갖게 해주는 시스템. 포르쉐 아파트는 다른 아파트랑 다르게 차를 탄 상태로 엘레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올라가 집에 주차를 하고 내리는 방식이니까요.
위워크는 포르쉐 아파트만큼 충격적인 차이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 위워크야!'라고 선언하는 시스템을 여럿 갖고 있습니다. 위 사진처럼 카드를 대고 사용해야만 하는 방식으로 엘레베이터를 이용하는 차별화된 사용자경험을 갖고 있고 커뮤니티룸을 이용할 때에도 노트북에 잭을 연결하지 않고 온라인 사이트에 접속해 무선으로 연결하는 방식 등 독특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당구대, 스크린골프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시설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커피와 맥주, 그리고 매일매일 열리는 HOT한 커뮤니티는 사람들을 신나게 만들어주기에 충분합니다.
동화책에서 튀어나온것 같은 화장실. 독창적인 인테리어와 커넥트!를 강조하는 메시지. 신나는 환경 속에서 모든 번거로운 업무에서 해방되고, 마침내 집중해야하는 일에 노력할 수 있습니다. 위워크는 일의 본질이 변화하고 있다, 생계수단을 넘어 일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해라와 같은 이야기를 던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소통할 것을 강조합니다. 영감이 넘치고 사람들과의 교류가 있는 활기넘치는 공간. 그 중심의 위워크. 도서관에 혼자 처박혀 공부하는 한국식 공부방법이 아니라 다양한 주제로 친구들과 떠들고 대화와 토론을 통해 답을 찾아가는 서양식 사고방식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패턴. 한국적이지 않은, 전혀 다른 형태의 라이스타일을 고객에게 제공합니다.
위워크를 사용하는 회원들은 행복합니다. 입주사가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부가서비스가 제공되는 것도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건 그냥 좋은 요소일뿐 위워크를 반드시 써야할 이유가 되지는 못합니다. 이런 훌륭한 시설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받으며 업무를 진행하고, 커뮤니티를 통해 여러 업종에서 일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이 제공되는 것, 그것이 바로 위워크가 제안하는 가치입니다. 계속해서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항상 새로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삶. 위워크에 입주하면 해외여행을 떠나는것 같은 기분을 매일매일 느낄 수 있습니다.
한정된 자원과 리소스를 갖고 있는 스타트업은 대기업만큼의 복지와 대우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이런 사무실과 같은 환경은 꿈 같은 일이죠. 그런데 위워크에 입주하는 순간 그 모든 것들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훌륭한 사무실에 다양한 커뮤니티 문화,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시설까지. 친구들에게 회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설명하기는 어렵겠지만 '위워크에 있어!'라는 이야기로 심플하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개인사업을 하는 이들이라면 더욱 더 매력적일것입니다. 혼자 작업하는 어려움에서 벗어나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만나 에너지를 받고 함께 코웍할 수 있는 기회가 창출되는 공간이니까요.
위워크는 다양한 메시지를 통해 고객에게 제안합니다. 그리고 위워크와의 연결을 통해 '동일성'을 갖게 하고 멤버들에게 환상과도 같은 자부심을 느끼게 해줍니다. 전세계 65개 도시에 300개 이상의 지점이 있고 위워크에 등록하면 어디든 사용할 수 있다는 혜택은 더 큰 세상에 연결된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하니까요. 그것이 플라시보 효과에 불과할지라도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는 한 위워크의 라이프스타일 문화는 계속될 것입니다.
멤버쉽 비용을 받아 운영하는 구조로는 위워크가 탄생할 수 없다
위워크에 대해 한가지 의문인것은 대체 어떤 비지니스 구조를 갖고 있을까에 대해서입니다. 아무리 전체공간을 잘게 쪼개고 사람들을 멤버쉽으로 받아들여 헬스장 수익모델을 구축한다고 해도 도심한복판에 이정도 규모의 공유오피스를 운영한다는 것은 막대한 비용을 요구하는 일입니다. 더구나 최고 수준의 디자인까지는 아니지만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까닭에 인테리어 비용도 상당할 것이며 직원들의 숫자도 적지 않습니다. 운영을 위해 많은 노력을 다하고 있어 유지비 또한 적지 않게 들어갈 것입니다.
즉, 이러한 구조는 코워킹스페이스를 업의 본질로 바라보는 방식에서는 설명이 불가능한 비지니스 구조입니다. 코워킹스페이스로 이해하면 위워크는 사업이 될 수 없습니다.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니까요. 그러나 매우 재미있게도 우리는 보이는 것과는 다른 이면의 수익구조를 갖고 있는 회사를 하나 기억하고 있습니다. 바로 전통의 프랜차이즈 강자 맥도날드입니다. 맥도날드는 이미 꽤 오래된 회사인만큼 많은 분석과 이야기를 남겼는데 사실상 햄버거를 팔아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사업으로 돈을 번다는 것은 꽤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한국의 스타벅스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사업을 하고 있을 것이며, 최근 숙박시장의 플랫폼 강자로 떠오른 야놀자도 이와 관련한 수익모델을 갖고 있을것으로 봅니다.
위워크와 같은 코워킹스페이스가 멤버쉽회원들의 구독형 모델로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으로 운영되려면 절대 지금처럼 도심지한복판에 세워질 수 없습니다. 외곽으로 빠져야 하고, 인테리어도 줄여야 하며, 운영인력과 프로그램 또한 최소인력으로 맞춰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위워크는 정확하게 정반대의 모형을 갖고 있습니다. 도심지 한복판에서 대규모로, 꽤 훌륭한 인테리어와 내부시설을 갖고 있으며, 다수의 운영인력과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을 연결하고 교류하도록 합니다. 비지니스 모델 자체가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죠. 그런데 위워크는 망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후속투자를 유치하며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매우 큰 그림을 그려놓고, 맥도날드와 같은 패턴의 사업을 영위하는 것으로 결론이 귀결됩니다.
아주 오래전 일본의 비지니스 모델에 대해서 공부할때 이런 이야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경쟁강도가 우리보다 훨씬 더 높은 일본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비지니스 모델이 등장했는데 어떤 회사는 아파트를 분양하기 위해서 예쁜 접시를 판매하는 사업을 별도로 운영한다고. 저는 이 모델을 이중나선구조 형태의 비지니스 모델이라고 정의합니다. 오늘날 서울은 오피스공실률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것은 서울 뿐만이 아니라 다른 대도시도 마찬가지일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임대료를 내리는 것은 건물주에게 있어서 그리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든 건물의 가치를 올릴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죠.
건물의 가치를 올리는 방법. 그것은 안에 담는 콘텐츠를 HIP한 콘텐츠로 채우면 가능합니다. 사람이 모이게 만들어내면 거기서부터 가치가 창출되는 것이죠. 이제 하드웨어는 여기저기 널려있는 상황. 문제는 운영단에서 효용을 낼 수 있는 소프트웨어. 실제로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콘텐츠를 갖고 있는 사업이 중요해진 시대가 되었습니다. 무엇으로 사람들을 열광케하고 그들을 끌어모을 것인가. 음식이든 코워킹이든 결국은 문화입니다. 위워크 을지로점의 1층에는 셀렉트 다이닝으로 유명한 오티디코퍼레이션의 디스트릭스M이 있엇습니다. 오티디에 대해서는 다음에 할 이야기가 또 있겠지만 본질적으로 위워크와 유사한 패턴을 갖고 있는 사업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건물주들만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까요. 결국 건물이란 오프라인 형태의 플랫폼입니다. 그렇다면 온라인 세상의 플랫폼 또한 이런 스타플레이어를 원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런 사업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이유. 그 배경. 그 패턴. 그것을 기억한다면 앞으로 훌륭한 플레이어들이 시장을 뒤바꾸는 것을 보게 될 것이고 스스로 열차에 탑승해 세상을 바꾸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