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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서원 Apr 12. 2018

생태계를 바꾸는, 브런치 마케팅 전략

브런치의 작가는 행복하다. 브런치가 있으니까.

저는 과거 티스토리 블로그에서부터 시작하여, 네이버와 워드프레스 블로그를 거쳐 브런치에 안착하게 되었습니다. 놀라운 사용자경험과 디자인. 미디엄에서 패턴을 가져온 부분이 상당히 많이 엿보이지만 브런치만의 고유한 느낌과 감성은 살아있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그동안 지켜보고 있었던 카카오 브런치의 마케팅 전략을 분석하고 해체하고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느끼게 된 이야기를 풀어놓을까 합니다. 


브런치는 앞으로 대한민국의 SNS생태계를 바꿀것이니까요


브런치의 홈페이지에 있는 메인 문구는 매우 인상적입니다. 브런치가 어떤 서비스인지. 무엇을 꿈꾸고 있는지. 이 문구만으로 모든 것을 알 수 있으니까요. 브런치의 UI와 UX는 상당부분 미디엄과 유사합니다. 어쩌면 무료로 쓰는 미디엄이라고 해도 큰 차이가 없을테니까요. 그러나 그 운영의 원리. 마케팅의 단위에서 상당부분 이색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 브런치

브런치에 담긴 아름다운 작품을 감상해 보세요.
그리고 다시 꺼내 보세요.
서랍 속 간직하고 있는 글과 감성을.


브런치는 글=작품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아름다운 작품. 그런 작품을 감상하는 공간. 디지털의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서랍'이라는 아날로그 적인 감성을 끄집어내고 이에 맞추어 연필과 만년필, 종이와 같은 이미지를 다양하게 배치합니다. 응? 우리가 알고 있는 블로그와는 사뭇 다른 광경입니다. 광고로 덕지덕지 도배되고 질낮은 콘텐츠만을 보던 사람들에게 블로그가 작품이 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는 충격적이었으니까요. 브런치의 진입전략이 해외 유명서비스인 미디엄의 UI와 UX를 벤치마킹 했다. 이 정도의 이야기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N사 서비스가 지배적인 트래픽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전략을 사용해서 타겟고객을 확보하였는가. 그리고 그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며 점점 기반을 굳혀가고 있는가입니다. 계속해서 놀라운 면모를 보이는 브런치의 마케팅 전략을 검토하도록 하곘습니다.  






1. SNS의 생태계를 바꾸고 지지자들을 확보하는 전략

뛰어난 사용자경험, 작가를 제한하는 폐쇄적 환경, 그리고 작가를 키워주는 시스템

브런치의 사용자 환경은 매우 뛰어납니다. 사실 브런치가 매우 뛰어나기보다는 기존 N사의 시스템이 사용자경험을 개선하는 것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입니다. 저는 아직도 그 광경을 기억합니다. 페이스북에 링크된 브런치의 포스팅을 넘기며 한올한올 올라가던 그 놀라운 사용자경험을. 브런치는 경쟁서비스 대비 심플하고 미니멀리즘 적인 디자인 패턴이 상당히 많이 가미되어 있습니다. 고객경험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독특한 브랜드 자산이 될 요소와 패턴을 여럿 심어주고 있는 것이 엿보입니다. 연필에 만년필. 아날로그적 감성을 자극함으로서 작가들이 그냥 글을 쓰고 싶은 플랫폼을 만들어낸 것이죠. 


누구나 글을 쓸 수 없다!


그동안 N사 서비스에서 T서비스로, 다시 워드프레스로 방랑하던 많은 블로거 분들이 브런치에 안착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나 작가로 글을 쓸 수 없다는 폐쇄형 서비스 또한 마음에 드는 기준이었습니다. 광고성글이나 신변잡기에 가까운 블로거가 주목받는 시스템이 아니라 정말 전문가들을 위한 블로그라는 느낌이 확실했으니까요. 저 또한 브런치에 상륙했습니다. 기존에는 아무리 좋은 퀄리티의 글을 쓰더라도 주목받지 못했던 제 블로그는 브런치 메인상단에 연거푸 노출되며 몇번에 걸쳐 심각하고 진지한 글으로 한번에 무려 2만 조회수까지 기록하게 됩니다.


임서원 채널의 브런치 기록


저는 기자가 아닙니다. 스토리텔링에 관심있는 스타일도 아닙니다. 쓰는 글은 매우 진지하고 심각하며 나름의 독특한 주관과 이야기는 있지만 복잡하고 어렵기까지합니다. 아마도 모바일 시대에 대중적인 인기를 끌 스타일은 아닐 것입니다. 시험삼아 대중적인 스타일으로 대중적인 주제로 브런치에 글을 써본적이 있습니다. 바로 노출되고 13만이라는 트래픽을 기록하더군요. 딱 한번 시험해보고 끝냈습니다. 저는 제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이니까요. 어디까지나 제 주제는 마케팅 전략과 스타트업 전략입니다. 그런데 브런치가 재미있는 것은 이런 심각하고 진지한 글도 퀄리티가 좋다면 밀어준다는 것에서 메리트가 있습니다. 저는 근 한달만에 몇번이고 브런치의 메인화면에 노출되며 진지하고 어려운 글이 끌어낼 수 있는 트래픽의 한계를 넘어서는 경험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이건 기존 어떤 블로그에서도 경험치 못한 일입니다. 저는 무척 신기했습니다.



쓰면 쓸수록 볼매라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한 시각적 이미지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서비스의 접점마다 신나게 글을 써내려갈 수 있도록 여러가지 시스템과 장치가 숨어있습니다. 제가 블로그를 쓰면서 이토록 신나게 글을 썼었던 적이 없던것 같습니다. 언제나 워드에서 글을 작성하고 원격으로 발송하는 것을 주된 패턴으로 해왔고 사실상 워드 이상의 사용자경험을 제공하는 시스템도 없었던것 같으니까요. 그 어떤 서비스도 조회수가 증가될때마다, 공유수가 늘어날때마다 트리거를 통해 작가의 의욕을 고취시키는 서비스는 없었던것 같습니다. 


네. 이제 주관적인 감상은 거두겠습니다. 냉정한 분석과 칼날 같은 판단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브런치는 훌륭한 글을 생산해낼 수 있는 작가를 발굴하는 이념과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자사의 플랫폼을 광고판으로 만드는 N사의 방식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와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퀄리티 있는 콘텐츠를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고객에게 접근합니다. 


이것이 왜 중요한가 하면 2018년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한글로 된 온라인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약세에 있기 때문입니다. 검색과 관련한 많은 이야기들에서 공통적인 메시지는 '영문검색을 추천한다'입니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할까요. 한글로 된 자료들 중에서 양질의 자료가 없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지식을 기꺼이 공유하는 전문가적 식견을 갖춘 블로거가 많아야 하는데 대부분 일상사와 신변잡기. 광고글으로만 가득할뿐 정말 유용한 자료를 제공하고 주관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블로거들을 만나기가 힘드니까요. 그렇게 대단한 자료도 아닌데 유료로. 그것도 비싸게 판매하는 것들은 왜이렇게 많은지. 어떤 이들은 마치 대단한 비밀을 알려줄것처럼 유혹하고 그것을 알고 싶으면 강의를 수강하라고 대놓고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럴바에야 영문검색으로, 중문검색과 일문검색으로 가면 충분히 괜찮은 데이터와 의견을 접할 수 있는데 유독 한국의 플랫폼에서는 온통 광고글만 검색될뿐 검색자 입장에서 유의미한 콘텐츠를 접하는 것이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카카오 브런치는 이런 기존의 생태계를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N사가 디스코라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제 블로그에도 언제부터인가 수상한 링크가 달려 이게 무엇인가하고 보니 디스코라는 서비스였습니다. 그러나 인공지능으로 추천을 하고 큐레이션을 하고 뭐 이런것이 그렇게 중요할까요. 그 근간이 될 수 있는 우수한 콘텐츠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다른 어떠한 무엇도 소용이 없습니다. 카카오 브런치는 작가를 위해 최고의 집필환경을 제공합니다. 마치 인큐베이팅을 위한 작가DB라도 갖고 있는것 같은데 가능성이 보이는 고퀄리티 콘텐츠를 발행하는 작가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밀어줍니다. 시스템 또한 작가의 집필의욕을 고취시키는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브런치에는 기존 블로거들과 완전히 다른 수준의 작가들이 점점 합류하고 있습니다. 보통 자신의 직업을 갖고 현업에서 전문가로 활동하고 계신 분들. 그러나 기존 SNS였다면 절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온라인에서 풀어내지 않았을 사람들.


브런치는 광고글으로 범람하던 대한민국의 SNS생태계를 바꾸고 있습니다. 단순히 작가를 위한 플랫폼이 아닙니다. 검색의 패권을 가져오기 위한 전략입니다. 카카오의 생태계에 양질의 콘텐츠가 가득 쌓이게 되면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요. 머지않았습니다.






2. 작가를 인큐베이팅하는 고퀄리티 파트너쉽 전략

우수한 글을 쓰는 것에 집중하게 하는 브런치의 운영방식

브런치의 전략을 요약하면 첫째도 작가, 둘째도 작가, 셋째도 작가. 뭐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철저하게 하이엔드단에 있는 이들을 SNS에 끌어들여 브런치의 매력에 빠지게 하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는 것이죠. 브런치에서 글을 쓰게 되는 작가. '블로거'라고 하지 않습니다. '작가님'인 것이죠. 브런치는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작가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파트너쉽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브런치의 메인화면에 노출시켜주고,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콘텐츠를 링크해 소개시켜줍니다. 작가가 직접 글을 페이스북에 홍보하거나 여기저기 알리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글 쓰는것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입니다. 


게다가 브런치에는 정말 작가가 될 수 있는 인큐베이팅 시스템이 있습니다. 브런치북 프로젝트와 위클리 매거진.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브런치인 것입니다. 작가가 출간한 작품이 있다면 블로그에 홍보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놓기도 하고 브런치를 통해 POD출판이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시스템이 없어도 예전부터 블로거들은 책을 출판해왔습니다. 저만하더라도 브런치에서의 글만보고 메일로 몇차례 출판제의가 왔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제안이 개별적으로 오는것과 브런치가 직접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느끼는 임팩트가 다릅니다. 


브런치 입장에서는 출판사업으로 돈을 벌고 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습니다. 약간의 수익을 받을수도 있겠지만 기존 출판사와 협업하고 있는 형태로 미루어볼때 그냥 써트파티로 브런치 서비스에 참가하는 작가들을 위한 파트너쉽 마케팅의 활동범주에서 보고 있는것 같습니다. 그러나 수익을 내든 내지 않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직접하든 협력해서 하든 이전시대의 블로그회사가 하지 않았던 일들을 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반적인 보통의 서비스라면 고객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할 것입니다. 그러나 브런치와 같은 서비스는 한쪽 끝단에 '작가'라고 하는 고객이 있고 다른 한쪽 엔드유저로는 '구독자'라고 하는 고객이 있습니다. 단순하게 고객을 늘려나간다고 해서 가치를 창출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브런치는 최고의 집필환경을 구축하고, 작가로서 성장할 수 있는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제공함으로서 SNS에 친화적이지 않았던 현실세계의 사람들을 끌어들였습니다. 초창기 브런치에 진입한 작가들은 페이스북에서 기존의 팬들이 많은 사람들이었는데 자체적인 트래픽을 끌어낼 수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최근에는 페이스북보다 카카오톡채널을 통한 노출이 압도적입니다. 카카오가 모바일플랫폼으로서 급부상하고 있는 중이니까요. 


양질의 콘텐츠가 많아지자 그 글을 읽고자하는 사람들도 점차 모여들고 있습니다. 제가 페이스북에서 보는 글의 절반은 브런치 플랫폼의 글입니다. 그냥 해당 포스팅만 보고 지나가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반드시 구독을 누를수밖에 없습니다. 이 구독자들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눈덩이 불어나듯이 커져나가게 될 것입니다. 모든 대중적인 서비스는 본래 가장 하이엔드층이 즐기던 취미였습니다. 고객들의 눈이 언제까지 자극적이고 낮은 단계의 콘텐츠에 머물러있을까요. 언제까지 웃고 떠들기만 하는 취미에 골몰할까요. 지식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브런치는 곧 다가올 그 시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3. 향후예상시나리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출현

브런치 작가들의 세상이 오고 있다

작가에 친화적인 서비스를 구축해 동맹세력을 집결한 브런치는 계속된 성공사례를 발굴하며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작가등용문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브런치는 출판시장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며 오프라인 공간사업으로 진출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의 성장을 꾀하겠지요. 그리 먼 미래가 아닐 것으로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기존 출판사들중 그 누구도 브런치와 같은 활동을 하고 있는 곳이 없으니까요. 


브런치에 호의를 갖고 있는 브런치작가들은 기본적으로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이 사람들에게 창작활동에 매진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브런치 작가들의 작품만 모아서 전시하는 전시회가 열린다고 한다면. 브런치 작가들을 초청해 강연회가 열린다고 한다면. 이미 현대카드가 '라이브러리'라고 하는 문화공간을 구축해서 얼마든지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바 있습니다. 최근 브런치의 행보를 보면 이 방향을 향해 어렴풋이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카페의 패턴을 가져와서 한꼭지 유닛을 만들고, 전시회의 패턴을 가져와서 한꼭지 만들고, 강연회의 패턴을 가져와서 한꼭지 만듭니다. 그리고 디테일한 기획과 타이포그래피, 미니멀리즘의 공간철학이 반영되면 꽤나 멋진 작품이 나올것 같네요. 오전이랑 오후에는 자유롭게 창작활동을 하거나 책을 읽는 카페가 되고, 저녁에는 내가 구독하는 브런치 작가의 강연회가 열리며, 주말에는 다양한 브런치 작가들의 전시회가 열려서 직접 오프라인에서 책을 구매할 수 도 있는 서점의 역할까지 하게 되는 것이죠. 


충분히 가볼만한 곳이라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인류의 역사상 인터넷이라고 하는 개념은 여태껏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쌓여온 인류지성의 총화를 접속만으로 접근가능하게 하는 이 시스템은 그야말로 혁명입니다. 그러나 이 혁명적인 시스템을 현재의 인류는. 현재의 대한민국은 효과적으로 쓰고있지 못합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낮은 욕망을 위해, 광고로 가득한 생태계를 만들어버렸죠. 


브런치는 기존 SNS의 생태계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하나의 희망입니다. 브런치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작가가 늘어날수록 한글로 구성된 양질의 콘텐츠의 전체 풀이 늘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콘텐츠가 늘어나게 되면 온라인 시스템은 본래의 역할대로 인류를 진보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것입니다. 2018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SNS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진짜 전문가들은 자신의 세계에서만 살아갈뿐 온라인에서 활동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태반입니다. 앞으로의 미래는 그들을 어떻게 온라인으로 끌어내느냐. 그들의 지식과 노하우를 어떻게 콘텐츠로 담아내느냐가 판가름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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