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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서원 Dec 06. 2018

나쁜 창업멘토에 대한 생각

그렇게 단순히 볼 수 없다

요즈음 다시 나쁜 멘토에 대한 이야기가 퍼져나가면서 많은 이들이 비슷한 논리의 글들을 공유하는 것 같아서 저도 한번 생각해보았습니다. 


http://m.yeongnam.com/jsp/view.jsp?nkey=20181130.010130752460001


이 기사가 무엇을 저격하는지, 왜 이런 이야기가 올라오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브런치나 다른 포스팅에서 멘토, 스타트업교육 이런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화를 내는 포스팅들이 참 많습니다. 제가 학생창업자시절부터 경험했던 일들이며 내가 반드시 성공해서 옴부즈만 같은거 만들어 다 때려잡겠다라고 생각할만큼 한때는 정말 큰 분노를 느끼기도 했었습니다.  저도 심정적으로 동의하며 정말 내 기준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멘토들이 많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런데, 지금 이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본다면. 세상사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애초에 좋다 나쁘다 그런 형태로 프레임을 갈라버리는게 올바른 분류법인가에 대한 의문도 의문이지만. 그러면 나쁜멘토만 문제인것이냐. 제가 볼때는 상금헌팅하는 나쁜 창업자도 정말 많습니다. 그러면 멘토랑 창업자만 문제인가? 아니 애초에 그렇게 구조를 만들어놓고 관리자란 사람들이 대충 학력과 경력만 보고 멘토를 선발하고, 지원금과 상금으로 유혹해서 창업자를 상금헌터로 유도하는 지원기관이 가장 나쁜거 아닌가. 도저히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미친듯이 불편한 시스템과 제도를 던져버리면 사업을 해야할 사람들이 대체 어떻게 일을 하나. 이들이 결국 모든 일의 주범이 아닌가. 그런데 사업을 하는 것을 정부가, 이 사회가 이렇게까지 도와야 할 필요가 있나. 그렇게 타고타고 올라가면 결국 모든것을 탓할수밖에 없습니다. 





1. 내가 창업멘토링, 교육프로그램을 '증오'했던 이유

그 시절, 내 앞에서 잘난척 거드름 피우고 날 무시하던 사람들을 기억한다

학창시절 제가 처음으로 창업프로그램을 듣게 되었을때 저는 아직도 인생에 기억이 남을 정도로 증오의 마음을 품게 되었습니다. 어딘가의 대기업 출신이라고 온 멘토는 제 이야기를 다 듣지도 않고 그냥 안돼, 그냥 사업하지마. 이런 식의 무례한 태도로 일관했고 눈빛과 표정 등에서 나를 무시하는 듯한 에너지가 그냥 느껴졌습니다. 검색 조금만 해봐도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는데 진부하다못해 뻔한 내용으로 강의시간을 채워놓고 질문을 하면 대답하기 귀찮아서인지 해본적이 없어 확실하게 이야기하지 못해서인지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던 그자. 


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못하니까 도와준다고 해서 내 시간 써서 간건데 도움은 안주고 비판만하고 그래서 어떻게 하냐고 이런식으로는 잘 이해가 안가니까 구체적인 사례나 적용방식을 물으니까 대안을 이야기하지는 않고 건방지다고 화만내는 모습이었습니다. 혼자서도 잘 해낼 수 있으면 애초에 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도와주려고 해야하는데 대체 비판하고 깔아내리는 그자. 상호를 마치 정부기관인것처럼 세팅하고 원장이라고 주장하면서 이상한 헛소리를 하는 사람. 창업프로그램에서 아이스브레이킹한다며 레크레이션 강사가 방문한 기가막힌 일 들. 


저는 이런 일들을 겪으며 염증이 나서 온갖 정이 떨어졌습니다. 대체 창업을 해본적도 없으면서 어떻게 전문가라고 이곳에 올 수 있는지. 차라리 대기업 출신의 비판만 잘하는 멘토는 양호한 수준이었습니다. 정말 사기꾼 수준의 사람들, 학생인 내가 해도 저거보단 잘하겠다 싶은 내용을 강의라고 하는 사람들. 자기들 편한것만 생각하며 이런 미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관리자들. 그래서 나는 이들 모두를 증오했습니다. 당장 내가 무언가를 도전하는데 실행자금이 필요해서 참고있을뿐 언젠가 이들 카르텔 전체를 끌어내리겠다고 생각하면서.




2. 문제는 끝이 없다. 결국 어떻게 할 것인가.

내 상황을 바꾸면 문제가 해결된다

멘토가 나쁜것인가. 그렇다고 한다면 그 나쁜 멘토는 대체 어떻게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멘토가 나쁜것이 아니라 스타트업에 적합한 멘토를 확보하지 않고 학력과 경력, 혹은 저자출판 등의 레퍼런스를 제출하는 이들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지원기관만의 잘못으로 보아야 하는가. 애초에 멘토의 역량이라고 하는 것을 대체 무엇이 기준을 두고 보아야 할 것인가. 애초에 전략과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각종 기관들을 졸속으로 설립하는 정부의 탓도 있지 않은가. 


이렇듯 문제는 타고타고 흘러가면 결국 끝이 없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명확했던 것은 제가 점점 성장하고 창업자로서 역량이 갖추어지게 되면서 이런 고민과는 멀어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어느 곳이나 탑클래스의 수준과 그렇지 않은 이들의 수준은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물론 지금도 가끔씩 보기는 합니다. 인생에 걸쳐서 단 한번도 리스크테이킹을 가져가본적도 없으면서 대안 없이 비판만 하는 대기업출신의 멘토를 만날때면 기분이 좋지 않지요. 심사위원과 투자자 트랙과 달리 개인적으로 창업멘토의 기본은 코칭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비지니스 코칭을 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직접 그 경험을 해보지 않고서야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경험을 해본 이들중 성공해서 넥스트스테이지로 넘어간 이들은 이런 활동을 잘 하지 않으려하고 경험은 있지만 아직 성공하지는 못한이들은 학력과 경력에서 뭔가 사회의 기준점과 틀어진 경우가 많아 지원기관의 허들을 넘지 못하여 가장 필요한 그룹에서 오는 멘토 케이스가 거의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좋은 멘토풀은 당연하지만 모두가 원하므로 이 소수의 인재들을 두고 경쟁이 벌어집니다. 결국 실질적으로 창업자와 마주하게 되는 사람은 지원기관에 친화적인 전혀 다른 형태의 존재일수밖에 없고 여기서 문제가 일어나겠죠. 


뭔가 어떤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내가 처한 상황을 빠져나오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좋은 멘토는 좋은 기관과 좋은 투자회사, 엑셀러레이터 등에서 활동하며 대체로 어느정도의 수준을 갖춘 '검증된 창업자'만을 만나며 커뮤니케이션합니다. 대체 좋은 멘토가 무엇인지 저도 잘은 모르겠지만 내 주변에 아무리 생각해봐도 뭔가 만족스럽지 않은 멘토들만 존재한다면 그것은 내가 아직 검증된 창업자가 아니기에 그들을 만날 수 있는 수준에 이르지 않아서 일수도 있습니다. 지원사업 기준으로는 적어도 창사나 스벤 정도의 레벨에 올라서지 않으면, 시드투자를 받을 정도의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본적이 없다면, 프로토타입이라고 할만한 확실한 무언가를 만들어낼 정도로 창업자로서 확실한 길을 걸어본적 없이 그냥 대충 서류평가해서 아무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서 마주하게 된 분들이 당신이 원하는 사람일 확률은 매우 낮을테니까요. 




3. 나 또한 언제나 좋은 멘토이지 않다 

대안을 제시해준다고 해서 반드시 상대가 날 좋아하지는 않는다

스타트업 바운더리에서 창업멘토로 활동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전담멘토로 가끔씩 강의와 멘토링을 하는 것은 내가 느꼈던 그 부정적인 감정을 이들에게까지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서 내가 뭣도 모르고 뛰어다닐때 조건없이 나를 도와줬던 선배들의 조언과 경험공유에 대한 마음을 기억하기 때문에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마음을 갖고 시작한 나조차도 언제나 누군가에게 좋은 멘토로 기억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는 평가가 대체로 좋은 편입니다. 그런데 언제나 평가가 좋은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제가 하는 이야기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형태로 진행하기 때문에 봉착한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게되고 나만의 답에 한발짝 다가가게 도와준것은 맞지만 이제 그것을 자신의 비지니스에 녹여내려면 무지막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언제나 정답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창업자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가설적 상황을 전개하고 단서만 던져주지요. 


창업자들의 눈빛은 일순간 반짝였다가 직접 이것을 해보려 하는 순간 현실은 인지하게 되면서 어깨가 굉장히 무거워집니다. 매번 사업아이템에 대해서 설명을 해보라고 한 다음 이야기를 듣고 상대를 완전히 꿰뚫어보는 관점에서 도저히 반박이 불가능한 팩트폭격이 들어가니 그 논리적인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얼마나 아마추어적인 상태로 임하고 있고 얕은 수준의 고민만 하면서 피상적으로 현상을 바라보고 있는지 드디어 알아버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내가 아무리 나라면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가설을 수립해서 어떤 개념을 창출할것 같다 아무리 이야기해줘도 내 이야기를 따라오려면 자신이 한참 모자라고 부족하다는 것을 느낄테니까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대단한 존재이기를 원하지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느끼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는 좋은 멘토일까요. 창업의지가 매우 충만하고 밤을 새서라도 내가 내려준 과제 다하고 치열하게 성장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보통 그런것 같습니다. 그런데 누군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주입식교육, 관료제 중심의 시스템 등에 완전히 익숙해져버린 사람들에게는 내 이야기가 추상적인 말이라 생각하고 자꾸 정답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개선을 위해서 현재상황에서 아이템을 논리적으로 분석해서 과제를 던져주면 스스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하죠. 보통 교육을 업으로 하는 분들은 유연하게 상대에 따라 재미있게 진행하기도 하고 그냥 맞춰주지만 저는 매우 냉정하고 융통성이 없는데다가 컴퍼니빌더라 생각하지 스스로 교육자라고 보지 않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옳은바를 밀고나가는 그냥 마이웨이 스타일입니다. 그러면 나는 나와 맞지않은 누군가에게 나쁜 멘토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신이 느끼고 있는 '나쁜 멘토'도 누군가에게는 좋은 멘토일수 있으며 애초에 이런 기준으로 무언가를 판단한다는 것이 얼마나 낡은 관점인지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나와 맞지않는 창업멘토를 향해 소리를 높이기 보다는 그냥 내 경쟁력을 높여 넥스트 스테이지로 넘어가 나와 코드가 맞는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 더 생산적인 일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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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테일어스의 이사로 성균관대학교 등에서 창업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예비창업단계에서 초기기업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GTM(GoToMarket)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저희 리테일어스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서는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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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기창업기업의 멘토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요강의 및 콘텐츠는 스타트업 마케팅전략, 스타트업 스토리텔링, 디지털 리터러시 등입니다. 개별적으로 제게 강의를 의뢰하시고자 하는 기업이나 기관의 담당자분들이 확인할 수 있는 상세사항페이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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