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하고자 했지만, 한발짝 내딛을 수밖에 없었던
저는 성균관대학교에서 SACC프로그램의 전담멘토로 활동하며 예비창업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저와 함께 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하며 오늘은 2018년 한해동안 리테일어스의 이사로 활동하며 업무관련 실행했던 일에 대해 공유를 해보고자 합니다.
리테일어스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것은 올해부터였습니다. 그전에도 기존 창업프로그램에 대한 문제인식을 기반으로 좀 더 나은 결과를 내기 위한 공감대를 갖고 있었고 뭔가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반테크랩에서의 프로젝트를 마지막으로 제가 최종멤버로 합류하게 되면서 시장중심 컴퍼니빌더 리테일어스에 대한 진행이 본격화되었습니다.
리테일어스에서 제가 담당하는 포지션은 특수합니다. 일단 저는 교육전문가가 아닙니다. 이것저것 하고 있는 일이 많은 이유로 완전한 플레이어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전부터 '1인분 마케터'라고 하는 저만의 관점을 갖고 있었고 제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진입에 필요한 격차를 줄였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많은 성장이 있었지만 조직의 운영관점에서도 많은 개선사항이 있던 한해였습니다.
일단 대량의 정보를 수집해 확인하고, 사람들과 대화하며 오차를 수정한다
저는 교육전문가가 아닙니다. 그러나 제가 해야 할 일은 스타트업 지원트랙에서 최소 5년이상의 경험을 쌓아야만 해낼 수 있는 일들이었습니다. 리테일어스의 이해관계자로 있는 안제성 이사님과 정윤훈 대표님은 수년에 걸쳐서 이 분야에서 업을 영위하고 계셨던 분들이시지만 저는 몇번 강의와 멘토링을 해오기는 했지만 그것은 강사로서의 개인적 경험일뿐 조직체를 리드해본 운영단의 경험은 아니었습니다. 플레이어로서의 경험은 강사로 활동하는데는 도움이 되지만 리테일어스라는 조직체를 운영하는 것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언제나 그렇듯이 모든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의사결정의 출발은 데이터 크롤링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막 시작한 리테일어스가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 안을 내고 업무를 리드하기 위해서는 충분할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데이터크롤링은 한때 R을 활용해서 사용한 적도 있지만 최근에는 피들리를 통해서 특정키워드를 명령하여 기사수집기를 돌리는 방식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충분한 사전 리서치를 통해서 유의미한 키워드로 선정한 명령어를 입력하여 이 바운더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확인하기 시작했고 어디서 어떤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누가 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같이 꾸준한 활동을 하는 곳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갖고 어떤 일들을 왜 하고 있는가. 로아컨설팅(인벤셥랩 등 광의의 조직으로)은 대체 무엇을 원하는 거지. 프라이머나 크립톤 같은 엑셀러레이터들은 무슨 생각을 갖고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 컴퍼니B같은 곳은 왜 자꾸 이벤트 같은 것을 여는거지. 언더독스는 일단 패키지디자인은 좋은데 실제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나.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상태에서 무작정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했고 이동하면서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대량의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스킵하며 읽어갔습니다. 처음에는 파편화된 정보로만 다가올뿐 현상에 숨겨진 그들의 생각이나 움직임이 읽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제 주변에는 실제로 그들과 같이 일을 하는 파트너들, 혹은 위 조직의 구성원들이 많이 있었고 강의나 멘토링 중간중간마다 대화를 나누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습니다. 데이터를 탐색하며 떠오르는 가설이나 생각들에 대해서 내 생각과 가설이 맞는지 바로바로 확인하며 오차를 수정하고 그분들이 갖고 있는 생각과 정서. 그리고 스타트업 지원조직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아젠다를 공유하고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지 대화와 토론을 반복하며 문제상황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눈여겨볼만한 3개 조직이 존재한다.
제게 특히 영향은 준 곳은 로아인벤셥랩과 언더독스, 컴퍼니B였습니다. 리서치를 하면서 놀란것이 있는데 로아인벤셥랩은 제가 개념만으로 이해하고 있었던 오픈이노베이션을 직접 도입하기 위해서 실제로 움직이고 있었고, 언더독스는 영업기반 베이스로 흘러가는 창업교육판에서 온라인에 세일즈페이지를 구축하고 이를 연동하여 마케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조직이었으니까요. 컴비는 이호현 이사님을 통해서도 잘 알고 있던 조직이었지만 실제 데이터로 볼때 더 굉장한 곳이었습니다.
시장후발주자로 진입하는 조직의 이해관계자로서 저는 이 조직들의 히스토리와 각종 정보들을 모조리 수집했습니다. 로아컨설팅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인벤션랩이 보육공간을 어떻게 운영했고 어떤 이벤트를 진행했으며 어떤 퍼포먼스를 일으켰는지 온라인 리서치만으로는 충분치 않아 주변 창업자들에게 콜드콜을 돌려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지 알아보기도 했고 이들의 행동패턴을 유형화시켜 스타트업트랙 바깥에 있는 제 주변의 똑똑한 형들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구하며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우수한 플레이어들의 행동양식과 전략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드디어 이판에서 리테일어스만의 독창적인 포지션과 전략수립에 대한 관점이 제게도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컴퍼니비의 인상적인 점은 이벤트를 자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현상의 이면에는 대표로 활동하는 엄정한 변리사가 스타트업 업계에서 셀럽수준의 인플루언서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BJ같은 유튜버가 아니라 자신의 전문성을 갖고 직업인으로 오프라인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저렇게 꾸준히 콘텐츠를 올리면서 커뮤니케이션하는게 쉽지가 않은데 컴버니B의 엄정한 변리사나 서울비지니스스쿨의 최효석 대표 같은 분들은 뭐랄까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분야에서 엄청난 노력을 지속적으로 투사하는 사람들이었고 이 점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과거에는 술상무라고 하는 포지션이 있어 유흥을 기반으로 영업을 하고 회사를 알리는 방식이 주류였다고 한다면 최근에는 SNS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젠틀맨들이 이들의 바톤을 넘겨받은 느낌이랄까.
홈페이지 구축은 하루만에 포기했습니다. 기술적 문제는 한나절만에 해결했습니다. 블로그를 오랫동안 운영해보기도 했고 홈페이지 개발은 대학원생 시절에 여러번 만들어본적이 있기 때문에 쉽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비지니스적으로 접근해서 막상 작업에 들어가려고 하니 이전에 개발만 할때는 생각지못한 전혀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던 이유에서였습니다. 바로 콘텐츠. 리테일어스의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에 가장 중요한것은 다른 어떤 것이 아니라 미션-비젼-핵심가치로 이어지는 전략에 대해서였고 이것이 명확하지 않다면 다른 어떤 것도 의미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언더독스가 이정도의 퀄리티를 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과 개선작업을 해왔는지 내가 직접 해보려 하니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가볍게 생각한 일이 엄청난 시행착오를 거쳐 몇번의 버전업을 통해 시작되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좀 더 괜찮게 만들어봤다. 기존 방식을 참을 수가 없어서
창업프로그램은 지금보다 더 개선되어야 하고 달라져야 합니다. 제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세상을 혁신해야 할 스타트업을 교육해야 할 프로그램이 어떻게 일방적인 강의형태로, 그것도 검색만 하면 알수 있는 뻔한 이야기만 되풀이하는지 적어도 이건 아니지 않은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스타트업을 교육하는 강사가 어떻게 스타트업보다 치열하게 살지 않을 수 있으며 강의 콘텐츠는 왜 더이상의 개선이나 업데이트가 없는지...
문제는 사실 너무나 명확해서 어떻게 개선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그래서 리테일어스의 혁신과제로 몇가지 이슈를 제안했습니다. 제안내용은 이보다 더 많지만 결국 제가 2018년에 실행할 수 있었던 것은 1) 플립러닝 중심의 프로그램 운영 2) 템플릿에 기반한 시스템 3) 퍼실리테이션을 통한 워크샵 이었습니다.
1) 플립러닝 중심의 프로그램 운영
우리는 사전에 참여자들을 온라인서비스에 가입시키고 사전에 과제를 제공하고 온라인에서의 프로그램 프로세스를 적용했습니다. 프로그램의 정의를 오프라인교육에서의 몇회수, 이런식으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 자체는 그대로 가되, 세부 카테고리가 온라인 프로세스, 오프라인 밋업. 이러한 형태로 나뉘어지게 됩니다. 이것은 제가 본래 다양한 해외서비스를 유료로 사용해본 경험을 가진 헤비유저라 가능했던 결정이었는데 스타트업 창업 프로그램을 플립러닝 방식으로 운영한다는 것은 실제 진행해보니 단순하게 툴만 사용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참여자들이 매우 똑똑한 사람들이어야 하고 이끄는 사람이 있어서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해야만 하며 사전에 정보가 정제된 상태로 제공될 수 있어야 하고 상호간의 신뢰가 있어야 했습니다.
2) 템플릿에 기반한 시스템
추가적으로 진행한 것은 템플릿 기반의 시스템입니다. 린스타트업, 디자인씽킹 이런 방법론이 어떻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툴은 그저 도구일뿐 결국 이것을 통해서 어떻게 정리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냈는지 이야기해줄 수 있는 케이스가 중요한 것인데 대부분 도구설명하고 있고 아무 가이드도 없이 빈칸 채워넣으라고 하고 있으니 프로그램 운영이 제대로 될리 없습니다. 또한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사진촬영도 금지시키는 이들이 있어 예전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이론과 도구에 대해 가르치지 보다는 강의는 최소화시키고 CASE를 정리한 템플릿파일을 공유하여 이러한 케이스를 함께 논의해보면서 템플릿에 기반한 시스템을 도입하여 운영하는 경험을 갖게 되었습니다.
3) 퍼실리테이션을 통한 워크샵
저는 교육학전공자나 교육업계경험이 충만한 교육자도 아니지만 한가지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학부생 시절부터 다양한 클럽이나 모임을 조직해 회장/리더/모임장의 경험을 백번도 넘게 하면서 그룹을 이끌어왔던 경험이 그것인데요 그 과정에서 정말 나를 성장시키는 것은 책보고 강의듣는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과의 대화와 토론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방식을 운영기관 입장에서 구현하는 것이 퍼실리테이션을 통한 워크샵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 방식을 통해 창업자에게 효과적으로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방식을 점진적으로 개선해나가고 잇습니다.
이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비판은 쉽지만 대안을 제시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언제나 어렵습니다. 어쩌다보니 깊게 관여하게 되어 리테일어스의 이사로 활동하게 되었지만 제가 가야할 길과 연관이 있고 평생의 업으로 생각하는 일에 이렇게 뛰어들어 성과를 낼 수 있어 올해 한해는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이것저것 바꾸고 혁신하고 조사하고 리서치하고 뭔가 많이 한것처럼 써놓기는 했지만 모두 삽질의 기록일뿐 결국 그 모든 오차를 수정하고 올바른 관점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저를 아껴주시는 여러 선배, 형님들의 조언과 관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상금헌팅 같은 목적이 아니라 진심으로 창업에 도전하는 우수한 멘티들이 있어서 용기를 낼 수 있었고 특히 성균관대학교의 김경환 교수님이 저와 저희 리테일어스를 믿고 지지해주셨기 때문에 좀 더 나은 결과를 위해 혁신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 리테일어스는 임팩트아워와 스타트업창업교육, 리테일컴퍼니빌딩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시장중심컴퍼니빌더입니다. 스타트업 교육프로그램이 단순한 강의형태로 진행될 수 없고, 1회성 교육은 더욱 지양해야 할 것이며, 그 다음 넥스트스텝으로 가기 위한 결과를 내야 한다는 관점을 갖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시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온드 리테일과 페이드 리테일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인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나가고 있으며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성장하는 R-파트너스 멤버들과 RU-스타트업을 육성합니다.
안녕하세요 1인분 마케터 채널을 연재하고 있는 임서원입니다. 강의 관련 문의는 브런치를 통해 문의해주시거나 제 메일로 주시면 답장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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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테일어스의 이사로 성균관대학교 등에서 창업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예비창업단계에서 초기기업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GTM(GoToMarket)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저희 리테일어스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서는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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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기창업기업의 멘토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요강의 및 콘텐츠는 스타트업 마케팅전략, 스타트업 스토리텔링, 디지털 리터러시 등입니다. 개별적으로 제게 강의를 의뢰하시고자 하는 기업이나 기관의 담당자분들이 확인할 수 있는 상세사항페이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