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빙이라는 선택, 맹그로브라는 취향

나의 코리빙 라이프스타일 실험

by 임서원

맹그로브라고 하는 코리빙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한 것도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호텔과 콘도미니엄, 다양한 라운지와 여행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되면서 기존에 하지 않았던 생각을 하게 되고 시선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을 거듭하며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사람이 되어가는것을 느꼈습니다.


삶이란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낯선 환경에서 온 힘을 다해 부딪힐 때 비로소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생각만 하고 여러가지 이유로 꺼내지 못했던 제 생각과, 관점, 이야기들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자 다시 브런치를 시작합니다.


너무 거창하지 않게, 한 남자가 코리빙 하우스를 선택하고 경험했던 일에 대해서.


너무 딥하게 파고들어가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누군가가 하는 누군가의 이야기 같은 그런 뻔한 이야기 아니라 나만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겠습니다.


일단은 쉬운 이야기부터.


왜 코리빙을 선택하고, 그게 왜 맹그로브였는지에 대한 저만의 이야기.


맹그로브에 거주하면서 만났던 많은 분들의 호의를 받으며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 누구보다도 즐겁고 행복하게 잘 살았던 맹그로브 거주 4년차의 진짜 경험을 사람들에게 공유하고자 합니다.




세상이 아직 코리빙이 아니라 코워킹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해 하던 무렵, 저는 이미 스타트업의 대표로 공유 공간의 최전선에 있었습니다.


위워크, 현대카드 스튜디오블랙, LG플래그원을 거쳐오며 이름만 대면 알만한 주요 코워킹(Co-working) 스페이스를 모두 다 경험한 입주기업이었습니다.


저는 그곳을 단순히 사무실로 쓰지 않았습니다.


지인들과 함께하는 사교의 장이었고, 직접 오픈세미나를 개최하고 그곳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공유 공간이 가진 가능성을 극한까지 밀어붙였습니다.


당시 저는 비지니스를 하면서 가끔씩 대학이나 기관에서 강의와 멘토링을 함께 진행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왜 이런 삶을 살았을까 돌이켜보면 저는 어린시절부터 늘 함께 성장하는 관계에 목말라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학창시절 직접 동아리를 맨땅에서 세우고, 강남에서 카페 하나를 통으로 빌려 독서모임을 운영할만큼 거대하고 조직된 규모로 모임을 키워봤으며, 이후 오픈컬리지, 모두의 연구소 초창기 멤버로 활동하던 시간까지.


저의 궤적은 늘 커뮤니티라는 키워드와 맞닿아 있었으니까요.


그렇기에 당시 위워크가 제시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은 저에게 단순한 혁신을 넘어, 제가 찾던 정답처럼 느껴졌습니다.


누군가는 익숙하지 않은 이 문화가 이질적으로 다가왔겠지만 저는 위워크가 제시하는 코워킹 스페이스의 라이프스타일이 나에게 더 익숙했습니다.


라운지에서 커피를 내리다 마주친 낯선 이와 대화를 나누고, 그 우연한 만남이 새로운 기회와 삶의 시작이 되는 곳.


복도를 지나며 나누는 가벼운 인사가 영감이 되고, 공간이 주는 힘에 이끌리며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이끌어낼 수 있는 폭발적인 성장.


전 코워킹이라고 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에 깊게 매료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비슷한 방식의 커뮤니티 기반 비지니스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고, 운명처럼 코리빙 하우스라는 새로운 개념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루트임팩트가 제시한 디웰 하우스라는 코리빙.


IMG_8310-2-1024x683.jpg 루트임팩트의 디웰 하우스 - 나에게 가장 적합한 코리빙이었으나 지금은 사라지고 말았다


처음으로 알게된 디웰 하우스는 폐쇄적인 코리빙이었습니다.


아무나 받지 않고, 의무와 책임이 명확하며, 철저하게 지원자를 심사하여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의지와 역량을 중심으로 대단히 실험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시도하는 곳이었습니다.


당시 수많은 지인들이 건명원부터 온갖 커뮤니티와 좋은 곳들을 소개해주셨지만 당시 제 마음에 들었던 곳은 새로운 커뮤니티는 바로 이곳이었습니다.


이곳을 통해 내가 꾸는 꿈을 더 구체화하고 싶었고, 내 삶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고, 더 성장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디웰 하우스가 세상에 등장했을때 저는 망설임 없이 입주를 결심했습니다.


결혼을 생각했던 여자친구가 반대하지만 않았다면요.


전 결국 코리빙 하우스 대신 집을 구해야 하는 보편적인 인생의 선택으로 선회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평범한 선택은 제 삶을 뿌리째 흔드는 거대한 폭풍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정답지처럼 정해진 삶의 궤적에 나라는 사람을 억지로 구겨 넣는 과정.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것이 나 자신을 배신하는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혼돈의 시간 속에서 저는 결국 확인하고 말았습니다.


내가 결코 포기할 수 없고, 물러설 수도 없으며, 타협조차 불가능한 나만의 '선'이 어디에 있는지.


근본적인 삶의 방식에 대한 고민, 가치관의 격렬한 충돌 속에서 역설적으로 저는 진정한 자신과 마주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가.


어떤 가치를 지키기 위해 내 삶을 던져야 하는가.




삶에 대한 기준이 송두리째 바뀌어 버리고, 인생의 방향이 완전히 뒤바뀌게 된 뒤에야, 다시 코리빙 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미 꽤 많은 시간이 흘러간 다음이었습니다.


저의 꿈이었던 디웰 하우스는 이미 문을 닫은 뒤였습니다. 좋은 기회를 놓쳐버려 다시는 그곳을 경험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에 형언할 수 없는 후회와 함께 진한 아쉬움이 몰려왔습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다른 대안을 찾아야 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코리빙은 지금처럼 흔하지 않았고, 시장의 일부 플레이어들만이 실험적인 시도를 이어가던 시기였습니다.


-MGRV의 맹그로브

-리베토(코오롱)의 트리하우스

-SK디엔디의 에피소드

-로컬스티치

-블록체인 철학기반의 논스Nonce


당시 제가 검토한 5개의 코리빙이었습니다.


모두 강점이 명확한 곳이고 그 어떤 곳으로 간다고 해도 괜찮을것 같았지만, 전 제 자신에 대해서 비교적 잘 아는 사람이고 내가 무엇에 이끌리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블록체인 철학에 기초해 세워진 크립토 하우스, 미래혁명가들의 베이스캠프를 표방하는 논스가 나와 가장 적합한 곳. 바로 제가 서 있어야 할 곳임을.


가장 실험적이고, 가장 파괴적인 시도를 멈추지 않는 그들의 에너지가 멈춰있던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당시 논스는 지금과는 달리 정말 뚜렷한 가치관이 분명한 곳이었고, 철저한 심사를 거쳐야만 일원이 될 수 있는 그 폐쇄적인 자부심 또한 매력적이었습니다. 지원한다고 해서 다 참여할 수 없는, 모두에게 열려있지만 동시에 닫혀있는 대단히 폐쇄적인 곳.


평범한 이들은 숨조차 쉬기 힘든 곳, 서울에 위치해 있지만 가장 한국적이지 않은 문화 코드가 지배하는 곳.


매일매일이 새로운 창조적 혼란으로 가득하고 그야말로 대환장파티,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려움 없이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미친 용기, 논스가 추구하는 모든 핵심 가치가 곧 나의 생각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전 논스의 일원이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ca5a55bfad5d3.png 논스의 바이브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느낌의 이미지 - 나의 가치관과 철학에 조금도 다름이 없는 곳


아주 오래전, 오픈컬리지에서 활동하던 시절과 모두의 연구소가 처음으로 씨앗을 뿌리던 시기에 참여했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설레는 마음과 함께 마음속으로 다짐했던 순간들.


이곳이 내가 기다려왔던 곳이다.


나는 흔들림없이 코리빙이라고 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하겠다.


저 하늘 위의 별처럼 찬란하게 빛나게 될 내 인생을 위해 내 모든 것을 다 바치겠다. 두번 다시 그 어떤 이유로도 내가 원하는 것을 포기하거나, 타협하거나, 물러서지 않겠다.


난 내가 원하는 삶을 살겠다.




하지만 막상 코리빙 하우스 입주라는 현실의 문턱에 서자, 그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이상 보단 현실이,


미래를 꿈꾸며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설렘과 부족주의에 대한 문화적 코드를 동경하면서도,


매일 내가 마주할 삶의 라이프스타일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마치 마음속으로는 불꽃 같은 운명의 상대를 그리고 있지만, 정작 곁에 두고 사랑하게 되는 사람은 전혀 다른 결을 가진 이인 것처럼.


내 마음속의 목소리는 논스를 향했지만, 현실의 나는 다른 답을 써내려 가고 있었습니다.


동경하는 삶과 살아낼 수 있는 삶은 엄연히 다른 영역이었으니까요.


분명히 내 영혼이 갈구하는 것은 논스인데 시선은 자꾸만 트리하우스나 에피소드를 보는 상황.


왜냐하면 그곳이 바로 내가 거쳐온 위워크의 포지션과 정확히 맞닿아 있는, 이른바 상위 티어의 코리빙을 추구하는 곳이었으니까요.


화려한 인테리어, 자본이 설계한 완벽한 플랫폼이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 더이상 불타는 20대 청춘도 아니고, 예전처럼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것처럼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1년에 100일씩 해외에 체류하면서 다양한 호텔과 콘도미니엄을 경험하며 쌓아온 삶의 시간들이 이건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난 이제 더이상 대학시절 그때의 그 남자가 아니니까요.


논스의 문화적인 코드는 나의 추구하는 바와 다름이 없었지만, 그 삶의 방식은 나의 기준과 달랐습니다.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이해하고, 얼마나 좋은 것들이 많은지, 좋은건 그냥 설명이 필요없을정도로 좋다는 것을.


메리어트, 아코르, 힐튼 등 글로벌 체인호텔을 경험하게 되면서 비가역적으로 높아진 나의 기준이 저에게 다른 선택을 강제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궁극의 라이프스타일을 그대로 제시하는 것 같은 에피소드의 바이브.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에피소드가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은 그 자체로 완벽에 가까웠습니다.


현실의 코리빙 하우스가 도달할 수 있는 최정점이자, 누구나 꿈꾸는 서울의 삶을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세련된 선택.


그 화려함과 훌륭함에 매료되었습니다.


image.png 한차원 높은 코리빙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에피소드

참고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e0I5gkogCZ8


하지만 에피소드는 대단히 좋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지점에서 저의 기준과 어긋났기에 최종적인 저의 선택이 될 수는 없었습니다.


선택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물어보니 처음부터 결론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에피소드가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들이 좋은건 맞다. 대단히 우월하다.


그러나 그 안에 남겨진 실질적인 효용이 지불해야 할 비용만큼의 가치를 지니는지 확신할 수 있나?


분명 트리하우스나 에피소드는 '코리빙 하우스'를 떠올릴때 상상 할 수는 있는 최고의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이고, 누구나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곳이지만 저에게는 아니었습니다.


사람마다 선택의 기준은 다 다릅니다.


누군가에게는 코리빙계의 프리미엄이라는 수식어가 주는 상징성이 선택의 기준이 되겠지만,


저는 명품브랜드의 시계보다는 애플워치의 실용적인 라이프스타일에 매력을 느낍니다. 스마트폰은 아이폰을 쓰지만 통신사의 요금제는 알뜰폰 요금제를 고집합니다.


나는 내가 납득할 수 없는 선택을 할 수 없는, 지독할 정도의 합리주의자이기 때문입니다.


투입되는 비용 대비 얻게 될 만족도가 얼마큼일지, 그 합리적인 저울질이 끝나야 비로소 움직이는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압도적으로 우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가의 코리빙이라고 해서 그것이 곧 내 선택이 될 수 있다는건 아닙니다.


강남이나, 성수 같은 핵심지역에 살아서 문화적 자본을 누려야 할 뚜렷한 이유도 제게는 없었습니다.


비싼 이름값에 내 취향을 맡기지 않는다.


남들이 보지 못한 가치, 내가 설계한 합리의 기준으로 내 인생의 다음 챕터를 쓴다.


남들이 정해놓은 상급지의 기준이 아니라, 내 존재가 가장 나 다울 수 있는 삶의 방식을 추구한다.




내가 진짜로 누려야 할 공간의 본질은 무엇일까?


나라고 하는 사람에게 적합한 실질적 주거 효용을 얻을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그렇게 모든 선택지를 걷어내고 하나씩 선택지를 지워나가던 찰나,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이름 하나가 선명하게 떠올랐습니다.


맹그로브(mangrove).


에피소드나 트리하우스처럼 자본의 화려함으로 무장한 한차원 더 높은 수준 높은 공간은 아니지만, 기본에 충실한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고,


강남이나 성수라는 화려한 간판은 없었지만, 1분 1초가 아까운 내 시간을 아껴줄 지하철역 바로 앞이라는 압도적 편의성이 있고,


코리빙이라고 하는 본질적인 가치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을 하며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MGRV의 맹그로브 신설.


본래의 계획은 세상을 떠도는 여행자처럼 다양한 코리빙을 거듭해서 경험하는 '바 호핑(Bar-hopping)' 같은 삶이었습니다. 해외에서 많은 시간을 체류하던 저의 삶의 방식 그대로 한국에서도 뚜렷한 거점을 두지 않고 동일한 삶의 방식을 추구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나는 맹그로브라는 이 숲에 깊게 뿌리를 내렸고, 올해로 거주 4년차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묻습니다.


"아직도 거기 살아요? 안 지겨워요?"

"개인 방도 좁은데, 왜 굳이 비싼 월세를 내며 거기 살아요?"

"그 돈이면 전세를 구하거나 작아도 내 집 마련을 하는 게 낫지 않나요?"


세상의 시선에는 가성비 떨어지는 선택 혹은 잠시 머물다 떠날 곳.


하지만 나에게는 내가 설계한 합리가 정확하게 작동하는 공간이자, 가장 나다운 삶의 방식을 완성해 나가는 베이스캠프.


누구보다 뜨겁게 코리빙 하우스의 태동기를 목격했고, 누구보다 냉철하게 이 공간의 허와 실을 따져온 사람으로서, 누구도 말하지 않는 코리빙에 대한 진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누군가는 이곳에서 인생이 바뀔 수 있는 최상의 즐거움을 누리며 살아가고,


누군가는 그 풍요로운 숲 한복판에서 단 한 모금의 영감도 얻지 못한 채, 지독한 박탈감만을 마주하다 비싼 월세라는 이름의 틀에 갇혀 쳇바퀴를 돌리다 실망하고 떠나가게 됩니다.


코리빙은 모두에게 열려 있지만, 모두에게 다정한 곳은 아닙니다.


준비된 자에게는 무한한 확장성을 제공하는 베이스캠프지만, 그렇지 못한 자에게는 타인의 화려한 일상을 관망하며 자신의 결핍을 확인해야 하는 잔인한 정글이기도 합니다.


코리빙이라고 하는 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끝을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누가, 어떤 사람이, 어떻게 코리빙 하우스에 살아야 하는지.


철저하게 나의 시선으로, 지독할 만큼 주관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선/악을 구별할 수 없는 인간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세상이 말하는 보편적인 좋은게 좋은거야 같은 이야기나 뻔한 소리는 집어치우겠습니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몸소 겪고, 느끼고, 결론 내린 나만의 마이웨이가 누군가에게는 가장 날카로운 삶의 이정표가 될 수 있음을 믿기 때문입니다.


오직,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로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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