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은 이차방정식이다
1인분 마케터로서 스스로의 일정을 스케쥴링하며 평소에 업무를 준비하는 이들은 모두 오랜시간에 걸쳐 구축한 자신만의 마케팅 라이브러리를 갖고 있습니다. 아날로그적인 노트를 사용하는 사람들부터 에버노트 등의 생산성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이들까지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기록하고 정리합니다.
도서관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개별 서적들의 집합이고, 핵심은 '마케팅 리소스'입니다. 내 도서관에 책이 많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자면 가용가능한 옵션을 다수 갖고 있다는 이야기니까요. 정보가 축적되면 지식이 되고, 지식이 모이고 모이면 지혜가 됩니다.
누군가의 의도에 따라 제공된 정보가 아닌 나 자신의 판단에 의한 취사선택
인터넷이라고 하는 개념이 등장하고 모바일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누구나 버튼 하나로 인류가 구축한 거대한 지성의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시기입니다. 기관, 기업, 미디어 등 조직의 메시지 뿐만이 아니라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 개인의 메시지까지 접근할 수 있는 세상이 등장했습니다.
이제, 마케팅 리소스를 채굴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검색입니다.
하지만 팩트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그러한 정보에 접근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인터넷으로 전세계가 하나가 된 이후로 원하면 무엇이든지 찾아볼 수 있고,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까지도 사진이나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요?
아이러니하지만, 정보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온라인은 그 수를 측정할 수 없을만큼 방대한 정보를 품고 있는 보물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리만 차지하는 쓰레기 같은 정보들로 가득한 폐기물처리장이기도 합니다. 잘못된 정보, 가짜뉴스, 사람을 현혹하는 정보들로 가득한 공간이 온라인의 또다른 단면이니까요. 이런 가치없는 정보에 시간을 빼앗기다 보면 본래의 목적은 상실되고 의미없는 시간만 보내게 됩니다.
때문에 온라인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검색하기 위해서는 먼저 1)가치있는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구별하는 방법, 2)정보를 취사선택하고 판단하는 사고력, 3)논리적 사고에 바탕을 두고 줌인과 줌아웃을 통해 내가 원하는 리소스에 최단기간에 도달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특정한 목적을 갖고 사업가와 장사꾼들이 설계한 판을 벗어나 그들이 원하는 대로 이끌리지 말고 나 자신의 명확한 판단과 기준에 의해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판단력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도록 훈련받았다. 그러나 가르치는 방식이 잘못되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누구나 처음 자신이 찾는 것을 잘 모른다는 점에 있습니다. 내가 모르는 어떠한 무엇에 대해서 알고자 좀 더 찾아보려고 검색해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온라인에 위치한 대량의 정보들 사이에서 정확하게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서는 내가 해당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몰라서 찾으려고 하는데 찾기 위해서는 내가 모르는 것을 알아야 찾을 수 있는 것이니까요. 처음부터 말도 안되는 일인 것입니다. 대체 뭔지도 모르는 것을 알아야 그놈을 찾을 수 있다니?! 많은 사람들이 검색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이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아주 어렸을때부터 훈련받았습니다.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의무교육을 수료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내가 모르는 것을 알아내고, 답을 찾아내고 풀이하는 과정. 난해한 공식과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한번도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겠지만 이건 그녀석 입니다. 이제 슬슬 어디선가 많이 본 구조이고 기억이 날것 같습니다. 네. 바로 그렇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치를 떨게 했던 바로 그녀석.
내가 찾고자 하는 정보는 X가 되고 나는 지금 이 X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릅니다. 때문에 이 X라고 하는 개념을 구성하는 단위를 여러개로 분할해 표현할 수 있는데 간단하게 a +b+c 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성물의 단위에서 생각해볼때 메인이 되는 개념이 있을것이고 부수적인 정도의 단순개념이 있을것입니다. 그 결과 생각을 더해보면 ax + b + c로 정리됩니다.
X = ax+b+c
우리는 그 어린 시절부터 일상생활에서 이런 논리적 사고를 해낼 수 있도록 수학을 공부한 것입니다. 무슨 더하기 뺴기 곱하기 나누기를 해서 장부를 관리하기 위해 수학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 마주쳤을때 슬기롭기 이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방법론을 배운 것이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합니다. 그들중의 거의 모든 사람이 학창시절 산수와 수학을 배우고 일부는 높은 성적을 기록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빠르게 산업화 시대에 진입해야 했던 한국사회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창의성이 메말라 있고, 고질적 병폐인 암기와 답안풀이적 사고방식에 따라 숫자로 표현된 문제를 풀어내는 것에는 능하지만 그 개념을 응용하고 활용해서 일상의 문제에 적용해 답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는 것에는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애초에 이런 사고를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결과를 내는 것만을 중시하는 교육을 받아왔지 그 과정에 대해서 생각하고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는 방법으로 교육받지 않았으니까요. 시험에 나온, 숫자로 구성된 문제풀이는 얼마든지 해낼 수 있지만. 막상 이러한 문제를 풀면서 길러져야 할 논리적 사고방식을 기른 것이 아니라 답안풀이에 최적화된 방식으로만 살아왔기에 검색창의 빈칸을 보면 습관적으로 해왔듯이 1번 2번 3번 4번 5번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는 것이죠.
그러나 수학은 그 어떤 학문보다 우리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학문입니다. 어려워보이는 공식과 개념들은 불가해의 존재였던 자연을 이해하기 위한 인간역사의 과정이며, 현실세계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완전한 원과 도형은 신의 세계를 상징하는 것으로 당시 유일한 지식인 계층이었던 성직자들의 신을 증명하기 위한 발자취였습니다.
하나하나 떠먹여주는 네이버에 익숙해지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린다
수학점수 몇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수학의 풀이과정을 통해 충분한 논리적 사고가 길러졌느냐 아니냐가 중요합니다. 제한시간내에 답을 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규정하고 해결하는 힘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한국사회에서는 이점을 망각하고 답안풀이에 최적화된 인재육성에 몰입되다보니 사회전체적으로 볼때 창의성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상황을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디지털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는 네이버입니다.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검색의 대명사로 불리는 구글입니다.
구글의 하얀 바탕과 덩그라니 비어있는 검색창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때 논리적 사고체계에 따라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풀어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이들에게 구글의 검색창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단 한번도 응용과 창의성을 생각해본 적 없었던 답만 내는 사고체계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구글의 빈칸은 그 자체로 공포입니다.
반면 네이버는 현명합니다. 사용자들의 눈을 사로잡을 콘텐츠를 전면에 배치하고 검색창은 가장 위쪽으로 쭉 올라와 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건 기본적으로 검색플랫폼의 행동이 아닙니다. 큐레이션이나 광고플랫폼에 가까운 것이죠. 하지만 지난세월 5지선다 답안지를 겪으며 자라난 한국사람들에게는 그 무엇보다 가장 익숙하고 편리한 플랫폼일 것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으니 막막하고 답답하게 빈칸 들여다보지 않고 네이버가 떠먹여주는 서비스를 그대로 사용합니다. 지식인 서비스를 통해서 질문을 올리면 누군가가 내 질문에 답을 해주고, 까페에 가입하면 뭔가 대단한 정보가 기다리고 있을테니까요. 관련된 물건을 판매하는 곳은 네이버쇼핑을 통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얼마나 편리한 서비스인가요.
마케터라면 검색창의 빈칸이 주는 공포를 넘어설 수 있어야 합니다.
문제를 논리적으로 해결해나가는 수학적 방법론을 내면화한 마케터의 사고방식은 다릅니다. 이를 가리켜 과제설정의 사고력과 문제해결의 방법론이라고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이러합니다. 먼저 머리속에서 내가 찾으려고 하는 개념을 떠올려봅니다. 아직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두루뭉실한 개념. 이를 대문자X로 규정합니다. 그리고 그 대문자 X에서 당장 내가 생각나는 X의 하위요소들을 떠올려보는 겁니다. 아주 작은것 하나라도. 그렇게 떠오른 a. 아직 X와 a의 관계에 대해서 알수는 없지만 뭔가 관련이 있는것은 분명합니다.
마케터는 플랫폼에서 a와 관련된 주제를 검색하기 시작합니다.
해당 산업내에서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런 저런 정보를 검색하면서 조금씩 상황을 파악하게 됩니다. 기사가 되었든 블로그가 되었든 광범위한 주제로 가장 먼저 검색되는 대부분 광고글에 가깝습니다. 마케터는 빠르게 글의 맥락(Context)을 파악하며 얻을것만 얻고 대부분의 정보는 버립니다. 체험을 가장한 노골적인 광고에 가깝지만 처음에는 유용한 정보도 일부 존재합니다.
그러던 중 마케터는 서서히 깨닫게 됩니다. 찾으려고 하는 정보가 a라고 하는 키워드로 찾기보다는 a'에 가까운 것임을. 그래서 검색어를 바꾸게 됩니다. a'로 검색하면서 정보를 캐치하고 a'', a'''로 계속해서 바꾸어 가면서 답을 구하고 결과값을 찾아냅니다. 아직 원하던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그러던중 기억할만한 핵심개념들을 여럿 발굴합니다. 이들을 편의상 b, c로 정의합니다.
이제 검색을 할때는 a-a''의 개념과 b, c의 개념을 결합하여 결과값을 찾습니다.
b와 c는 변하지 않는 개념으로 형용사에 가까운 관념을 갖고 있습니다. a단위의 검색어가 변수라면 b와 c는 상수에 가까운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좀 더 디테일한 정보획득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유의미한 정보획득에 성공한 마케터는 정보를 검토하면서 해당 정보를 분석합니다. 그리고 획득한 정보를 통해서 내린 결론을 바탕으로 다시 여기에서 목표를 재설정합니다.
위 과정은 원의 중심을 둘러싸고 포위공격을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를 몇번이고 반복하게 되면서 마케터는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하나씩 하나씩 단서를 획득하게 되면서 미지수였던 방정식을 조금씩 풀어나가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검색을 통해서 답을 찾는다'가 아니라 '검색을 통해 답을 생각할 수 있는 힌트를 얻는다'라는 것입니다. 미지의 값 X는 절대로 누군가가 알려주는 것이 아닙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도 아닙니다. 결과값 X는 검색이라고 하는 수단을 활용해 답을 찾는 과정에서 나 스스로 결론지어야 하는것이며 고정불변의 것도 아닙니다. a에서 a'''로 가면서 진행하는 검색의 과정은 더 많은 힌트를 얻고 최대한 X값에 가까운 과학적인 결과값을 찾아내기 위한 과정입니다.
답은 언제나 자신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