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카의 일기
** 이 글은 집에서 러브 액츄얼리를 보며 지극히 평범한 크리스마스를 보낸 30대 싱글의 입장이 되어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우리 동네 롯데마트가 생긴이래 처음 보는 최고의 인파였다. 정말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날이 날이다 보니 커플들의 손과 손에는 와인과 회, 와인과 케이크, 와인과 초콜렛 등이 들려있었다. 멀리도 못 가는 요즘, 크리스마스를 집에서 자축하려는 온 동네 사람들이 여기로 장보러 모인 듯 했다.
집에 계란이 떨어져서 커플도 가족도 없이 온 사람은 나와 외국인 노동자 정도인 듯 했다.
ㅠ. ㅠ 어차피 이번 생은 나도 글렀다고 생각한다.
35세 이상의 여성은 결혼 할 확률보다 테러를 당할 확률이 높다고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 나왔다.
나만의 고지식한 사고일지 모르지만, 여자인생 남편에게 사랑 받으며 행복하게 사는 것 외에 딱히 별 거 없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만 해도 열 여덟살만 되면 가정을 꾸려 누구보다도 ‘젊은 엄마’가 되겠노라 포부가 컸었던게, 이제는 노산이 되어버려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보며 위로한다.
크리스마스도, 새해도, 생일도.. 더이상 특별한 날이 아니라 그저그런 숫자에 불과해졌다.
이상형이 뭐냐는 질문에 항상 하는 대답이
‘마음이 바다 같이 넓~은 사람이요’
얼굴도 아니고 멋도 아니고 그저 사랑밖에 바란게 없다. 1년 365일 중 360일 정도는 붙어 지낼 수 있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결론은, 결혼은 못한게 아니고 안한거다. 하해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해서.
미지근한 사랑에 타협해가며 사느니, 혼자 사는 외로움을 택한 것 뿐이다. 남편은 원하지만 아이는 원하지 않는 나, 비정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