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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땅꾸신발 Nov 29. 2023

편견과 낙인 -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감상기

비정신과 의사의 우울증 투병기

 넷플릭스에서 화재인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봤다. 드라마 자체도 잘 만들어졌지만 우울증 환자의 입장에서 여러 정신 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더 공감을 하면서 보았던 것 같다.


 정신 질환에 걸리게 되면 자기가 걸린 병과 싸울 뿐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편견과 낙인과도 맞서야 하는 이중의 부담을 가지게 된다. 편견과 낙인 둘 다 비슷한 말이고 어디까지가 편견이고 어디까지가 낙인인지 구분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그 둘의 구분보다 중요한 것은 이것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정신 질환자를 괴롭게 하는 것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병에 대한 잘못된 진단과 간섭

가까운 사람들에게 우울증 치료를 받는다고 이야기했을 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거 마음이 나약해서 걸리는 거 아니냐', '마음을 굳게 먹고 힘을 내면 나을 수 있다'는 말을 해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참고로 이 이야기는 우울증 환자에게 도움 안 되는 이야기 같은 목록에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전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우울증 환자가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우울감과는 분명히 다르다. 허무, 무가치함, 자신에 대한 혐오, 무기력함이 죽처럼 섞여 사람을 고통의 나락으로 끌어당긴다. 그리고 나와 다른 많은 사람들의 경험에 의하면 이런 상태를 자의로만 벗어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2. 사회적인 차별

 정신 질환자에 대한 차별은 때로는 은근하게, 또는 노골적으로 다가온다. 드라마에서는 조현병 환자의 가족이 아파트로 전입을 가기 위해서 일일이 이웃집의 동의를 구하는 장면과 우울증으로 입원한 과거가 있는 의료진을 환자들이 거부하는 장면이 나온다.

 정신 질환에 걸리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신이 맡은 일을 하는데 지장을 초래한다. 공황장애 환자가 공황발작이 찾아오거나 우울증 환자가 심한 증상을 겪고 있을 때 일을 하는 것은 매우 힘들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휴식의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일을 놓아도 될 정도로 풍요롭지 못하다. 월세 내느라, 대출금 갚느라, 생활비를 버느라 일을 계속해야 한다. 일을 그만둘 수도 없고, 병 때문에 일을 할 수 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태에 빠지게 되면 결국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기 도 한다.

 이야기가 약간 겉으로 돌았지만 여하튼 일을 놓는 일은 쉽지 않고, 나의 건강 상태를 직장에 알리는 일은,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거나 혹은 일에서 잘릴까 봐  철저히 비밀로 숨기게 된다.


3. 환자 스스로가 가진 편견과 낙인

 드라마에도 우울증으로 폐쇄병동에 입원한 환자가 나 정신병자 아닌데 왜 이런데 입원시켰냐라고 외치는 장면이 나온다. 또 자신이 여기에 입원한 사실을 친구나 직장 동료가 알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정신 질환자도 당연히 다른 사람들처럼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있고, 특히 우울증 환자에서 나타나는 과도하고 부적절한 죄책감과 결합하면 정신질환에 걸린 것은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병도 힘든데 편견과 낙인이라는 이중 굴레가 써진다. 나도 이런 굴레에서 절대로 자유롭지 못하다. 가족과 이런 이야기를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병을 이겨내는 일이고, 그래서 일상에서 떠나서 요양을 해야 한다면 주저 없이 그 길을 택하겠다고. 하지만 이런 말을 하는 일은 어렵고 실천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혹시 이 글을 읽고 같은 고민을 하는 분이 계시다면,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당신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래서 힘 내시라는 위로를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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