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폐건물과 쓰레기장

쓰레기장 속에서 찾은 추억

by 느긋한 구름

태어난 이후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살았던 아파트 앞에는 꽤 커다란 폐건물이 있었다.

아파트를 짓던 중, 회사가 부도 나 건설이 중지되어 벽도 다 만들어지지 못한 채,

건물을 지탱하는 콘크리트 건물과 각 층을 연결하는 계단이 훤히 보였다.

내가 살던 아파트와 한 단 낮은 지역에 지어져,

두 건물 사이에는 꽤나 높고 완만한 골짜기가 두 건물 사이에 있었다.


그곳에는 항상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처리가 까다로운 가구나 가전제품이 쓰레기 바다를 이루고 있었으며,

부러져 쓸모가 없거나, 부모들이 가져다 버린 아이들의 장난감이 종종 발견되었다.

이따금 나와 윗집에 살던 친구는 쌓인 쓰레기를 뒤져,

장난감을 찾아내 가지고 놀곤 하였다.

당연히, 쓰레기장에서 찾은 장난감을 집안에 들고 갈 수는 없었기에

나와 친구는 주차장에 있는 타이어안에 장난감을 넣어 숨겨,

다음 날 장난감이 사라지지 않기를 기도하곤 했다.


우리들의 보물섬이었던 쓰레기장은 폐건물의 재개발이 예정되며 모두 사라졌다.

그러나, 재개발은 모종의 이유로 취소되고

폐건물만이 여전히 우뚝 서 있다.


폐건물과 바닥을 가득 매운 쓰레기장.

어찌 보면 불길한 것들이지만,

이 둘은 내 기억 속에 좋은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먼 곳에 위치한 친척집에 갔다 돌아오는 길.

늦은 밤 길 속에서 보이던 폐건물은

마침내 집에 왔음을 알리는 소중한 이정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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