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할아버지와 법당

추억 속의 추억

by 느긋한 구름

할아버지는 스님이셨다.


할아버지는 항상 법당에 계셨다.

불상과 불화가 한쪽 벽을 가득 메우고 있던 법당.


나는 그 법당이 무서웠다. 나를 지켜보는 수많은 눈길.

그 인자한 눈길이 난 두려웠다.


그래서일까, 할아버지와 관련된 기억은 거의 남지 않았다.

그저 몇 가지의 기억만이 암자에서 보냈던 날들의 조각으로 남아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선명히 남은 기억은 내가 무서워했던 법당과 관련되어 있다.


이따금 나는 법당의 문을 열고,

소반 앞에 앉아 계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보곤 했다.

그날도 그런 날 중 하나였을 것이다.


할아버지는 나를 불러 무릎 위에 앉히셨다.

나는 불화 속 인물을 가리키며 누구인지 물었고

할아버지는 그들의 이름과 행적을 들려주셨다.


할아버지의 해주신 말들은 내 기억 속에서 잊혔다.

그날 이후, 불상과 불화에 대한 내 막연한 두려움이 사라졌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법당에 앉아 계셨던 할아버지처럼

그날의 추억은 내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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