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자로 향하는 굽이길
어린이집 차의 문을 열고 내린다.
아마, 작별 인사를 할 친구들은 없었을 것이다.
조부모님께서 살던 암자는 시내와 동 떨어진 곳에 있었으니
나는 끝까지 차에 앉아 있다가 제일 마지막에서야 차를 떠났을 것이다.
그리고 할머니, 할머니께서 내게로 와 나를 업으셨다.
아니, 내가 업어 달라고 하였던가.
이제와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날 비가 왔다는 것이다.
나는 할머니의 등에 업혀, 무지개 색 우산의 손잡이를 꼬옥 쥐었다.
할머니께서 나를 기다리며 쓰고 계시던 우산.
우산을 드는 것이 힘에 부쳐, 나는 점점 우산을 짧게 잡는다.
그렇게 점점 가까워지던 빗소리는 우산 살이 할머니의 머리카락에 닿자 그 자리에 멈춰 선다.
나는 왼쪽을 보았다. 검은 차광막에 쌓인 인삼밭과 옥수수 밭.
멀리 보이는 아파트와 드문드문 지나가던 자동차들
그 모든 것이 지금 이 순간과 너무나도 동 떨어진 듯이 보인다.
U자형 길을 지나 마지막 굽이를 지났을 때
마침내 암자가 보인다.
할머니께서 가꾸시던 밭과
드문 드문 있다 없다 했던 백구의 개집.
넓은 마당과 작은 우물.
기억 속 안개에 흐릿해진 조부모님의 암자는
분명히 그곳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