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공간
내가 살던 아파트는 그렇게 큰 크기는 아니었지만,
어린 시절의 나에게는 너무나 넓은 공간이었다.
특히 나에게 신비롭게 다가왔던 건 아파트의 뒷 쪽이었다.
'ㄱ'자로 꺾여있던 아파트의
앞과 오른쪽 공간은 주차장이 있었다.
나와 친구들은 평소에도 주차장에서
술래잡기를 하거나 공놀이를 하며 놀곤 했다.
다만, 'ㄱ'자의 윗변에 해당하는
아파트의 뒤쪽 공간만은 유난히 멀게 느껴졌다.
나와 친구들은 매일 같이 아파트 주위를 뛰어놀면서도
아파트의 뒤쪽에 가는 것만큼은
하나의 금기처럼 철저히 지켰다.
그래서 현재에도 아파트의 뒷공간만큼은
유난히 기억 속에서도 뿌옇다.
호기심에 한 번 보았던 그 공간은
뒷 쪽의 숲과 연결되어, 담벼락에 담쟁이덩굴이 자라고 있었고.
숲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작은 폭포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치 잘못이라도 저지르던 것 처럼
몰래 뒷 쪽을 살펴봤던 그 날 이후.
나는 한 번도 그 곳을 다시 찾지 않았다.
어린 마음에 뒷 공간의 텅 빈 모습이 무서워서 그랬던 것일까.
다만 지금 생각하기에
그곳은 무섭다기 보다는
아파트의 다른 공간과 동 떨어져
무척이나 신비롭게 느껴졌다.